경제

흡연, 음란행위… 불법 콜택시, 10대를 고객으로 태우다 [콜뛰기 無질서➀]

불법 택시가 10대 청소년들을 주요 고객으로 태우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택시가 10대 청소년들을 주요 고객으로 태우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택시가 10대 청소년들을 주요 고객으로 태우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늦은 밤. 경기 시흥시의 한 상가 골목.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 서너명이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중 한명이 어딘가로 전화를 겁니다. "58번(도로명)으로 차 한대만 보내주세요. 오이도역(4호선·시흥시) 가려고요."

# 잠시 후, 아이들에게 차 한대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차, 콜택시가 아닙니다. 차 위엔 표시등이 없고, 외장에도 택시(Taxi)란 문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익숙한 듯 차에 올라탑니다. 모두 탑승하자 차는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이 차의 정체는 택시 면허도 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불법 택시, 이른바 '콜뛰기'입니다.

#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콜뛰기의 새로운 고객이 됐습니다. 콜뛰기 조직들이 SNS와 지역 커뮤니티를 파고들며 청소년들을 수익원으로 끌어들인 결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콜뛰기를 이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저렴한 요금과 차내 흡연, 과시욕 등에 이끌린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불법차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 어쩌다 10대들은 불법 택시를 '발'로 삼은 걸까요? 이 밀폐된 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더스쿠프가 아무도 말하지 않은 콜뛰기의 그림자를 밀착 취재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10대 파고든 콜뛰기' 1편입니다.

음지에서만 활동하던 불법 택시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혹시 '콜뛰기'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이름조차 생소한 이 단어는 택시 면허 없이 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나르는 '불법 택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유흥업소 종사자나 심야 귀가객 등 특정 수요층이 알음알음 이용하던 그 택시 맞습니다. '콜(전화)을 기다린다(대기)'란 의미로 과거엔 '콜때기'라고도 불리기도 했죠.

콜뛰기에 사용하는 차는 일반 승용차와 다를 게 없습니다. 겉이든 내부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콜뛰기차'엔 주행 요금을 측정하는 미터기가 없습니다. 사전에 정해둔 거리별로 요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돈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이나 계좌 이체로만 받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콜뛰기는 불법입니다. 여객자동차운수법 제81조에 따르면,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 없이 돈을 받고 승객을 운송하면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콜뛰기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법 영업행위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자동차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차 내부에서 각종 불법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콜뛰기의 이면에 수많은 위험성이 깔려 있다는 겁니다.[※참고: 이같은 콜뛰기의 문제들은 후술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콜뛰기가 최근 음지에 있는 수요층을 넘어 '생각지도 못한 이들'까지 고객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발굴한 신新고객은 놀랍게도 10대입니다. '타는 사람만 타던' 콜뛰기가 어떻게 10대까지 퍼질 수 있는 걸까요? 지난해까지 '콜뛰기 기사'로 활동했던 김윤후(가명·24)씨는 "기존 고객층이 얇아졌기 때문"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요즘 유흥업소 단속이 심해지면서 주요 수입원이던 업소 손님이 확 줄었다. 카카오택시 같은 호출앱이 나오면서 택시 잡기가 예전보다 수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굳이 콜뛰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거다. 콜뛰기 업자들이 어떻게든 새로운 고객을 찾으려 하다 보니 결국엔 10대까지 닿은 것 같다."

그러면서 김씨는 콜뛰기 조직이 어떻게 10대들에게 접근하는지를 설명했는데 방식은 꽤 다양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SNS입니다. SNS 커뮤니티에 댓글 등을 통해 대표 번호를 남겨 접점을 만드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번호를 마구잡이로 뿌리는 건 아닙니다. 김씨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시죠. "요즘 콜뛰기는 '동네 단위'로 움직인다. 24시간 카페 같은 곳에서 거점을 두고 대기하다 '메인'한테 배차를 받으면 움직이는 식이다. 홍보 역시 특정 동네에 집중한다. 페이스북이나 메신저에 있는 '○○동 소식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 댓글로 번호를 달아둔다. 그러면 아이들이 알아서 연락해 온다."

[※참고: '메인'은 콜뛰기 조직의 총책으로, 손님의 전화를 받고 콜뛰기 기사를 손님에게 배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콜뛰기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는 2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콜뛰기 조직은 무전기로만 소통한다. 범행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사진 | 뉴시스]

콜뛰기 기사는 아이들에게 '지인知人 영업'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딱 봐도 중·고등학생 같으면, 목적지별로 요금이 적힌 명함을 주면서 친구들한테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서 "소개 수수료도 떼주겠다고 제안하면 돈 한푼이 아쉬운 아이들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요? 아이들은 왜 콜뛰기를 타는 걸까요? 평소 콜뛰기를 자주 이용하는 고등학교 1학년 방선호(가명·17·시흥시 정왕동)군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택시는 느리게 가거나 길이 막히면 요금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콜뛰기는 시간이 아니라 거리로 돈을 받아요. 그러니까 돈이 더 나올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일주일에 4~5번은 콜뛰기를 탄다는 선호군은 거리별 요금도 술술 꿰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세계로마트까지 6000원, 세종프라자(정왕동 쇼핑몰)에서 오이도역까지 1만원. 뭐 이런 식이에요. 친구들이랑 나눠 내면 부담이 안 돼요. 버스 타는 것보다 훨씬 낫죠. 택시랑 요금이 비슷할 수도 있는데, 밤에는 콜뛰기가 무조건 더 싸요. 심야 할증을 안 받으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콜뛰기를 타는 게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흡연'도 콜뛰기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선호군은 "일반 택시는 담배를 절대 못 피우게 하는데, 콜뛰기는 차 안에서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일부러 택시 대신 콜뛰기를 타는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콜뛰기가 10대 청소년의 '일탈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참고: 택시 안에서 흡연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금연을 요청했는데도 고객이 계속 흡연한다면 택시 기사는 '정당한 이유'란 근거로 승차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콜뛰기 기사였던 김씨의 답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담배 하나 피워도 되냐'고 물어보면 당연하다는 듯 피우게 해주고, 눈치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콜뛰기 기사들이 10대 고객들에게 흡연을 일종의 서비스처럼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김씨는 "뒤에서 성적 행위가 일어나는 걸 목격한 콜뛰기 기사도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제재하지 않는다"면서 "그래야 입소문이 나서 다른 고객들도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래 사이에서 자신을 뽐내기 위한 '과시의 수단'으로 콜뛰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호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원칙적으론 특정 기사를 지명하는 게 안 돼요. 근데 어떤 애들은 메인한테 자기랑 친한 형(콜뛰기 기사)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그 형이 외제차를 몰거든요. 자기가 콜을 불렀는데 외제차가 오면 친구들 앞에서 폼 잡을 수 있잖아요."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위험천만한 운전방식도 아이들이 콜뛰기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신호 위반과 과속을 일삼으며 목적지까지 빠르게 데려다주는 난폭운전을 일종의 '신속한 서비스'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선호군의 경험담을 들어보시죠. "택시 기사님들은 무조건 신호 지키잖아요. 그럼 돈도 더 나오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그런데 콜뛰기 형들은 안 지켜요. 택시로 10분 걸려서 갈 거리를 5분 만에 가요. 오이도 가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까지 밟는 형도 있었어요."

문제는 콜뛰기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날 경우, 승객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택시는 택시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어 사고가 나도 고객이 피해를 전액 보상받을 수 있지만, 콜뛰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동차종합보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있는 '유상운송 면책 규정'에 따르면, 영업용 차가 아닌 자가용 운전자가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다(유상운송) 사고를 냈을 경우 보험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승객이 법정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책임보험)'을 통해 최소한의 치료는 받을 수 있습니다만, 이 보험의 한도가 최대 3000만원으로 워낙 낮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형 사고로 인한 막대한 치료비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콜뛰기를 이용하는 10대 대부분은 자신이 탄 차가 '불법 택시'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체계적인 배차 시스템을 갖춘 일반 콜택시와 콜뛰기의 차이점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종종 콜뛰기를 태워준다는 중학생 이지나(가명·16)양은 '콜뛰기가 불법인 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무전기도 쓰고, 상담사처럼 전화를 받는 사람(메인)도 따로 있길래 좀 규모가 작은 택시 회사인 줄 알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10대 청소년은 또래 집단의 문화나 단순한 편리함, 호기심 때문에 불법 서비스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콜뛰기가 명백한 불법 영업임에도 청소년 본인은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 유상운송 조직이 청소년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안전·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독버섯처럼 번지는 불법 택시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0대들이 즐겨 탄다는 콜뛰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2편 르포를 통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