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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재편 셈법]① '램프' 매각 달라진 기업가치, 거버넌스 영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가 자동차용 램프사업을 매각한 뒤 고부가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꾀한다. 램프사업을 떼어내고 전장·전동화·차량용 반도체·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번 거래 자체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물적분할 전후 현대모비스 주주의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매각 이후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달라지면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가치 변화는 그룹 지배구조를 손질할 때 적용되는 상대가치와 지분 확보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외형을 줄여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용이하게 만들 '살라미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에 적용된 현대모비스 램프 /사진=현대모비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9월 30일 이사회에서 램프사업부문 물적분할을 승인하고 OP모빌리티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자 OP모빌리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문의 연간 매출은 2조5000억원이며 기업가치(EV)는 6000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분할 목적을 사업 전문성 강화와 신규 성장동력 투자로 제시했다. 새로운 성장동력과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신사업에 램프사업부문 매각 대금을 투자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3대 모듈과 제동·조향·안전부품뿐 아니라 전장과 전동화를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와 로보틱스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만 9360억원에 달했다. 연간 연구개발비는 2025년 1조8774억원, 2024년은 1조7499억원 등이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31조8852억원, 영업이익은 1조777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9%, 영업이익은 8.0% 증가했다. 모듈 및 부품제조사업 매출은 24조9358억원으로 전체의 78.2%를 차지한다. A/S용 부품사업 매출은 6조9494억원이다.

그러나 수익 구조를 보면 온도차가 크다. 올해 상반기 모듈 및 부품제조사업은 부문 영업손실 1455억원을 기록한 반면 A/S용 부품사업은 1조99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연결조정 674억원을 반영해 전체 영업이익은 1조7778억원이 됐다.

지난해 모듈 및 부품제조사업이 7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매출 규모가 5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같은 기간 A/S 사업의 부문 영업이익은 3조5035억원이다.

현대모비스 공시에서는 램프사업의 단독 영업이익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인수자인 OP모빌리티는 현대모비스 램프사업이 지난해 2조5000억원의 매출과 영업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거래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거래가 대규모 매출을 올리면서도 수익성이 낮은 제조사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 모듈·부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548억원 증가한 배경은 '전장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증가'다.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제품 믹스를 바꾸는 전략이 시작된 셈이다.

램프사업 매각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전장·전동화·반도체 등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에 자본과 연구개발 인력을 더 집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지배구조는 그대로 '모비스 가치'는 핵심 변수

/챗지피티(Chat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이번 거래로 당장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분할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분할 전후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수와 지분율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신설회사 역시 일단 현대모비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뒤 외부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또 램프사업 매각 외에 현재 예정된 추가 구조개편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램프사업 매각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직접적인 사전 작업으로 해석할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번 거래를 볼 필요가 있는 것은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로 지분 18.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정몽구 명예회장이 7.47%, 현대제철이 6.07%, 현대글로비스가 0.72%, 정의선 회장이 0.33%를 들고 있다. 임원 보유분까지 합계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32.70%다.

반대편에서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2.36%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는 기아 지분 35.17%를 들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율이 0.33%에 그친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은 오너의 직접 지분보다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형성돼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풀어내려면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올라가면 단순히 시가총액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제3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새로 취득하는 방식의 개편이라면 같은 지분율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늘어난다. 합병이나 주식교환 방식이라면 현대모비스와 상대 회사 사이의 상대가치가 교환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모비스 가치 상승이 곧바로 오너 측에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향후 어떤 회사를 존속회사나 지배회사로 삼고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재편하느냐에 따라 상대가치 상승이 미치는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평가 지배회사→고부가 사업회사 바뀔까

현대모비스에는 사업회사와 지배구조 핵심 회사라는 두 가지 성격이 동시에 존재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면서 지분법 손익도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계기업·공동기업에서 반영한 지분법이익은 8313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연결 영업이익 1조7778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램프사업 매각 이후의 핵심은 현대모비스가 단순한 계열사 지분 보유회사와 저마진 부품회사의 결합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다. 전장·전동화·반도체·로보틱스 사업의 수익성이 올라가면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는 현대차 지분가치가 아니라 자체 사업의 이익창출력을 중심으로 재평가될 여지가 생긴다. 이는 장기적으로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로 두는 경제적 명분을 강화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반대로 미래 사업에 투입한 자본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램프사업을 매각해도 디스카운트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램프사업 매각 이후에는 자본배분이 거버넌스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2025~2027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으로 총주주환원율(TSR) 30% 이상을 제시했다. 올해 4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보통주 91만1998주를 취득한 뒤 8월 전량 소각했다.

램프사업 매각으로 유입될 자금을 미래사업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램프사업 매각 공시에는 OP모빌리티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 사실과 거래 구조는 담겼지만 매각대금 자체는 기재돼 있지 않다.

성과를 판단할 숫자는 3가지다. 램프사업을 제외한 모듈·부품사업의 영업이익률이 실제 개선되는지와 전장·전동화·반도체 등 미래사업 투자가 신규 수주와 이익으로 연결되는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일반주주의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지다. 결과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사업가치가 달라지고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손질할 때 적용될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

사업 매각→가치 하락 '살라미 전술' 파문

일부에서는 램프사업 매각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살라미 전술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살라미 전술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방법이다.

현대모비스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을 매각한 뒤 범퍼, 에어백 등의 사업을 순서대로 매각해 인위적으로 합병·분할 가치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현대모비스와 OP모빌리티의 램프사업 SPA가 체결된 이후 본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본계약 강행을 규탄했다.

노조는 우수한 글로벌 기술력과 안정적인 완성차 공급망,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해 온 램프사업부의 EV가 6000억원으로 책정된 것은 자산 저평가이자 배임 의혹을 자초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 매각을 통해 미래차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해 왔으나 EV는 6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임직원 위로금, 모비스 고용승계 대상자 위로금, 협력사 손실 보상금 등의 총액이 6000억 원을 웃도는 점도 꼬집었다.

노조는 램프사업 분할매각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과 대표이사 배임 고발, 주주대표소송 등으로 매각의 불법성을 밝혀내고 계약을 무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지만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에 올라선 만큼 신차 개발 입찰을 내면 전 세계 부품사에서 입찰이 들어오는 만큼 현대모비스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역할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은 2018년 무산됐고 8년 만에 재시도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주식이 0.33%에 불과한 만큼 의도적으로 외형을 줄여 지분 확보를 유리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거래 이외에 예정하고 있는 사업 구조 개편 계획과 지분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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