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즉흥곡의 달인’…헐버트·나운규·BTS가 일깨운 ‘아리랑 DNA’[이기환의 사래자(思來者)]

헐버트가 1896년 2월호의 영문잡지 <더 코리안 리포지터리>에 기고한 '한국의 성악' 글에서 아리랑 악보를 채보했다. 가사는 영문으로 기재했으며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오/아르랑 얼사 배띄어라/문경세재 박달나무/홍두깨 방망이 다 나간다'로 읽힌다.
BTS의 새 앨범 제목인 '아리랑'은 한국의 대표 민요다. BTS의 해외 공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떼창곡'이기도 하다. 해외 공연장에 모인 글로벌 관객들이 'Body to Body'에 삽입된 '아리랑'을 합창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소름이 돋는다.
130년 전 한국인의 밑바닥 정서가 담긴 이 아리랑을 글로벌 무대에 알린 서양인이 있다. 그때까지 '아리랑' 중 한 편을 서양 악보로 채보했다. 처음이었다. 그 이가 바로 미국인인 호머 헐버트다. 헐버트 박사는 한국사학자이자 교육자이며 국어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평생을 한국의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투사이기도 하다.
헐버트는 1886년 고종이 설립한 왕립 영어교육기관 교수로 초빙된 인물이다. 입국 후 한글의 매력에 빠져 한글로 읽을 수 있는 세계지리서를 펴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서양의 보편적인 지식을 전하려 했던 것이다. 한글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헐버트 박사는 '아리랑'을 두고 "782절 내외로 이뤄진 소곡이다. 그 작품은 '아라렁'이라는 듣기 좋은 제목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이 곡은 '쌀'과 같고, 나머지 노래는 '반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헐버트는 "이 곡조는 즉흥적인 연행에 걸맞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인이야말로 즉흥곡의 달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헐버트는 '아리랑'을 어떻게 소개했을까. 헐버트가 <더 코리안 리포지터리>에 기고한 '한국의 성악' 글을 보자. 헐버트는 먼저 "한국 음악을 모르면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지 마라"고 하면서 "한국 노래가 박자에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시가 은율에 맞지 않는다고 혹평하는 것과 같다"고 전제했다.
헐버트는 '한국의 성악'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그는 "고전 형식인 '시조'와 대중 형식인 '하치', 중간 형식인 '응접실 형식'이 있다"라고 언급한다. 여기서 '시조'는 '시조창'을 일컫는다. '응접실 스타일'은 당시 서구 중간 계급의 주된 생활공간인 응접실을 무대로 펼쳐진 '응접실 희극'을 가리키는 듯하다.
헐버트는 '하치'와 함께 '대중의 영역'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헐버트는 '하치'를 대중음악의 장르로 오인했던 것 같다. 헐버트가 '하치' 음악의 예로 꼽은 곡이 바로 '아리랑'이다. 헐버트는 "'대중 영역'은 모든 어휘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전제했다.
헐버트는 "첫 번째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782절 내외로 이뤄진 소곡이다. 그 작품은 '아르랑'이라는 듣기 좋은 제목을 지니고 있다.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이 곡은 '쌀'과 같고, 그 나머지 노래는 모두 '반찬'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헐버트는 "이 곡조는 즉흥적인 연행에 걸맞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인이야말로 즉흥곡의 달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헐버트는 "아리랑의 후렴구는 늘 고정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마지막 단어는 '다 나아간다'나 그에 상당하는 함축구로 바꾸는 파격은 용인된다"고 풀었다. 헐버트는 아리랑이 구스 엄마이면서 바이런이기도 하고, 레무스 아저씨이면서 워즈워스가기도 하다고 비유했다.
헐버트는 아리랑이 대중의 경험과 정서에서부터 대시인의 통찰과 기교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본 것이다. 섣불리 해석하려 했다가는 진흙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헐버트는 여러 민요 가운데 '아리랑'은 마치 '한국인의 쌀'과 같은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여겼다.
헐버트는 "아리랑은 '타라라 붐디아이' 같은 반향이 한국인들에게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리랑은 '타라라'에 비해 열광적이지도 않으면서도 더 오래 유행되었다"고 전제했다. 헐버트는 "이 작품은 3520여 일 밤 동안 유행해왔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 것은 1883년 무렵"이라고 전했다.
아리랑의 버전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일러주었다. 헐버트는 "곡조는 즉흥적인 연행에 걸맞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인이야말로 즉흥곡의 달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헐버트는 "아리랑의 후렴구는 늘 고정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헐버트가 채보한 아리랑을 두고 '경기 자진 아리랑' 계열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문경세재'와 '박달나무'가 등장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