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어느 이주노동자의 답변 [김승섭의 공부]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구조적으로 양산한다. 구조적 차별은 종종 법이 옹호하는 형태로, 사회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규범의 형태로 존재한다.
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 일대는 한파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체감온도는 영하 20℃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날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의 이름은 누온 속헹, 나이는 서른한 살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4년9개월째, 3주 뒤 캄보디아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구매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를 맡아 진행하며 숱한 죽음을 만났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고통 중 상당 부분이 악의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도의 결과라는 점이 놀랐습니다.
우리는 차별이라고 하면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폭행하는 것처럼 가해자가 분명한 사건을 떠올립니다. 이를 대인 간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차별은 노골적인 폭력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차별은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형태로 발생합니다. 구조적 차별은 종종 법이 옹호하는 형태로, 사회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규범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서 일합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주가 일정 기간 한국인을 채용하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증빙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만 외국인 고용을 허가합니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는 저임금의 위험한 영세 사업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시스템하에서는 고용주도 일터의 환경을 개선할 이유가 없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방치해도 노동력이 계속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 인정 과정에서도 구조적 차별이 작동합니다. 돌연사는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어 사망하기에 직업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규정은 돌연사 직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으면 업무와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추정해 산업재해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돌연사로 사망했을 때, 어떻게 그들의 근무시간을 확인하고 누가 산업재해를 신청할 것인가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병원 이용에서도 구조적 차별로 고통받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병원 이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 장벽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업주의 허락 없이는 일과 중에 병원에 가기 어렵습니다. 또 진료비와 교통비, 하루를 쉴 때 받지 못하는 임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같은 월급을 받는 한국인보다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냅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노동자 중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절반 이상이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들어갑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본래 소득과 재산, 자동차 소유 여부 등을 종합해 산출합니다. 외국인은 재산과 자동차가 없어서 보험료가 낮게 책정될 것이라 전제하고, 이들에게는 내국인과 달리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별도의 하한선으로 적용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건강한 몸으로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와서 일을 시작합니다. 베트남·타이·네팔 등 국가에서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오기 위해서는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여야 하고,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가장 건강한 시기에 들어와 일하며 보험료를 내고, 나이가 들어 병들기 쉬운 시기가 되면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에서 전체 이주민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매년 큰 흑자를 기록하는 이유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임금 체불에서 더 큰 고통을 받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액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매년 1000억원을 넘고 있습니다. 2024년 전체 임금 체불 피해자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2%였습니다. 전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 비중이 미등록을 포함해도 4% 수준임을 감안하면 인구 비중의 약 두 배에 이릅니다.
한국 정부는 어떤 이주노동자가 언제 무엇으로 죽는지에 대해 어떠한 통계도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연구팀은 확보 가능한 자료를 모두 모아 추정을 해보았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연구팀이 사망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던 이들은 산재보험과 삼성화재보험 등에 기록이 남아 있는 214명에 불과했습니다. 경제적 보상을 이유로 기록이 필요했던 이들을 제외한, 3000명이 넘는 이주민의 사망 원인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주민 사망 중 무연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90%로, 한국인의 1.30%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이 차이는 연령을 고려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한국인 무연고 사망자는 60세 이상 고연령의 비율이 높은 반면, 이주민 무연고 사망자는 대다수가 60세 미만입니다. 따라서 젊은 연령으로 한정해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집니다. 연고자가 없어 사망신고 되지 않을 가능성이 이주민에게서 압도적으로 높은 것입니다.
누온 속헹의 사례로 돌아가보면, 그녀가 사망한 지 499일이 지난 2022년 5월 근로복지공단은 그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녀의 애칭과 이름, 사인과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그 죽음에 함께 분노하고 연대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고용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