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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코스트코·신세계 수난史…이제는 ‘친시장 생태계’ 조성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생존 게임이다. 반도체 강국들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투입하며 클러스터 조성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계와 제조,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시설과 인재가 집적돼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경쟁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면 반도체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이에 따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발표는 졸속 행정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투자를 “호남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보상”이라고 명명하면서 “K-반도체가 정치적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집약된 반도체 생산기지는 국가안보를 떠받치는 ‘실리콘 방패’의 역할을 하는 만큼 이는 자칫 국가안보를 스스로 약화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호남은 뼈 깎는 내부 개혁으로 첨단산업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임을 증명해야 한다. 첨단산업 유치의 최우선 조건은 결국 ‘기업친화적 태도’다. “돈에는 냄새가 없다”라는 베스파시아누스 로마 황제의 말처럼, 자본은 명분보다 이윤과 생존을 좇아 움직이기 마련이다. 냉정하게 말해 그동안 호남에 대기업 투자가 미진했던 원인을 지역 차별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규제로 옥죄는 토양에는 어떤 자본도 안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GM의 군산공장 철수는 파업 등으로 인한 노사 간 신뢰 상실이 초래한 상징적 사건이다. 스타필드와 코스트코 입점이 시민단체와 정치 논리에 가로막힌 경험은 지역의 폐쇄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현지법인 분리도 모자라 백화점 1층 명품관 옆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끼워 넣어야 했던 광주신세계의 운영 방식도 호남의 반기업 정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호남은 정치권의 혜택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을 통해 스스로가 첨단산업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임을 증명해야 한다. 첫째는 전력 문제다. 전력 용량과 품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만능론’이라는 허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는 용수 문제다. 팹 가동에는 하루 수십만t의 초순수가 필요하지만, 영산강 권역의 수자원 이용률은 이미 72%로 임계점이다. 셋째는 첨단산업의 진짜 엔진, 사람 문제다.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주된 원인은 낙후된 정주 여건에 있다.

호남이 첨단산업을 품을 거점이 되려면 교육과 주거 생태계를 완전히 해체 및 재구성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성적 중심의 선별입학제 등 수월성 교육을 과감히 부활시켜 지역 명문고와 전국 단위 자사고를 키워, 대치동을 찾던 인재들이 오히려 호남의 교육 환경을 탐내 내려올 정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 양질의 주거단지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풍부한 문화·여가 인프라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남방한계선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뜨릴 수 있다.

지역사회 전반의 체질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호남이 첨단산업을 움켜쥐는 미래는 없다. 기업 위에 군림하는 지자체의 관료적 행태와 행정편의주의를 청산하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돌파구다. 친시장적 거버넌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호남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호남이 나아갈 길은 권력의 수혜를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주어진 기회를 실리로 치환하려면 과거 이념의 굴레와 반기업 정서부터 과감히 던져버려야 한다. 기업과 인재가 제 발로 찾아오도록 친시장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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