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때문에 망했네" 급등해도 아무도 안 산다…코스피 따라 출렁이는 日증시

일본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 증시의 강한 변동성이 일본 증시로 전이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다.
5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000포인트 넘게 올랐지만 일본 증시가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와 연동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상승세에 합류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도쿄 증시는 지난 4~6월 나타났던 인공지능(AI)주 상승세가 되살아난 듯한 흐름을 보였다.
인텔과 엔비디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비덴은 전날 발표한 호실적에 힘입어 지수 상승세를 주도했다. 어드반테스트와 후지쿠라, 키옥시아홀딩스 등 AI 관련 종목도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 증시가 급등한 배경으로 'AI 랠리의 귀환'이 거론됐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투자 열기가 이전만 못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해외 장기투자자들은 오히러 내수주 쪽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AI 관련주를 누가 사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5월에는海外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지금은 당시와 같은 열기가 사라졌다"며 이날 상승세는 주가지수 선물 등을 통해 들어온 단기 자금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주식 전문 자산운용사 인베스트먼트랩의 우네 나오히데 최고경영자(CEO)는 "7월 급락으로 이미 바닥은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곧바로 투자 규모를 확대해 반격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7월 AI 관련주 급락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까지 큰 만큼 일본 주식형 펀드 운용자들이 위험 노출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연동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닛케이평균과 코스피는 모두 AI 관련주의 비중이 높은데, 다수의 투자자가 두 지수를 사실상 같은 지수로 인식해 한데 묶어 거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한국 증시의 움직임이 일본 증시로 번지면서 일본 기업의 실적과 같은 고유 재료가 묻히는 경우도 잦아졌다.
세키구치 도모노부 애셋매니지먼트원 펀드매니저 역시 매수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세키구치 매니저는 "주가 하락으로 도쿄일렉트론과 무라타제작소 등의 고평가 부담은 크게 줄었다"며 "AI 투자 수요도 여전히 견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실적 등 기초 여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보유 비중을 늘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한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H펀드인베스트먼트의 이바야시 도루는 "엔화 강세로 자동차 등 수출주의 매력이 떨어졌다"며 "AI 관련주 역시 안심하고 매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본 증시를 움직일 만한 거래 재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네 CEO는 일본 주식에 대한 본격적인 매수가 재개되는 시점에 대해 "빨라도 9월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 일본법인은 다음 달 4일까지 닷새간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참석 의사를 밝힌 투자자 수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야마가미 신이치로 BofA증권 일본법인 주식영업부문 대표는 "AI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미팅 요청이 지난해보다 4배 늘어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