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목소리…일본 성우 미와 아키히로 별세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목소리 연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가수 겸 배우이자 성우인 미와 아키히로가 20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1세. 미와 아키히로 소속사 측은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와 아키히로가 6월 20일 오전 9시 30분께 91세의 나이로 영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전에 많은 분들이 특별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항상 따뜻하게 지지해 주신 것에 대해 본인과 저희 회사 직원 일동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소속사 측은 "장례식과 관련해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친족만 참석하여 진행했다. 추모회 등 일정은 없다"라고 말했다.
공식 웹사이트에 실린 부고에는 "마지막 순간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 말을 전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글과 함께 '이런 세상을 살아남는 무기는 사랑의 말뿐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다면 전쟁 따위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와 아키히로'라는 자필 메시지가 담겼다. 미와 아키히로는 1935년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났다. 그는 10살 때인 1945년 나가사키시 자택에서 원폭 피해를 직접 목격했다.
1956년 도쿄 긴자의 카페 '긴파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샹송 가수가 됐다. 당시 드물었던 유니섹스 패션과 성별을 초월한 미모로 주목받았다. 1957년 샹송 번안곡 '메케메케'로 인기를 얻었다. 작가 미시마 유키오, 극작가 데라야마 슈지 등과 교류했다.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가 인기가 주춤한 적도 있었고, 피폭 후유증으로도 고생했다.
1966년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요이토마케의 노래'가 히트한 덕에 부활했다. 이 곡으로 '일본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라고 자부했다. 1971년 미와 아키히로로 개명한 뒤 연극과 TV 드라마 등에서 배우로 활약했다. 또 1997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모노노케 히메'에서 늑대의 모습을 한 여신 모로 역을,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선 황야의 마녀 목소리를 연기하는 등 성우로도 두각을 드러냈다.
미와 아키히로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장하고 살며 젠더를 넘어선 삶의 방식을 고수했고,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로도 활약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 신문 등의 인생 상담 코너에서 인생의 깊이를 담아 상대를 배려한 답변으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