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염에 지치고 열대야에 잠 못 들고…더위가 노화 앞당길까

반복적인 폭염 노출과 수면 부족은 각각 생물학적 노화 및 뇌·장기 노화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제작.
반복적인 폭염 노출과 수면 부족은 각각 생물학적 노화 및 뇌·장기 노화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제작.

폭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의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폭염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은 흡연이나 음주, 운동 부족 등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생물학적 나이는 주민등록상 나이와 달리 신체의 실제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다. 추이 궈 홍콩대 교수 연구팀은 대만 성인 약 2만5000명을 15년간 추적해 폭염 노출과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혈압과 염증 수치, 콜레스테롤, 폐·간·신장 기능 등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년간 폭염일수가 4일 늘어날 때마다 생물학적 나이는 평균 9일 빨라졌다. 야외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노동자는 같은 조건에서 생물학적 나이가 33일 앞당겨졌다. 연구팀은 폭염이 생물학적 노화에 미치는 영향이 흡연과 음주, 불균형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폭염이 노화를 가속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DNA 손상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폭염 노출이 수십 년간 누적될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 확인된 것보다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1973~2025년 전국 66개 지점의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6~8월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8도씩 상승했다. 폭염과 열대야 발생일수도 함께 늘었다. 전국 폭염일수는 10년마다 1.8일, 열대야일수는 1.6일씩 증가했다.

더위가 찾아오는 시기도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폭염 시작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과거보다 10~30일 빨라졌다. 동쪽 지역에선 6월 상·중순부터 폭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대야 시작은 빨라지고 끝은 늦어졌다. 시작 시점은 과거보다 5~15일 빨라졌고 종료 시점은 10~20일 늦어졌다.

열대야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체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낮 동안 더위에 지친 몸이 회복해야 할 밤에도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들기 위해선 몸의 중심체온이 낮아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덥고 습한 열대야에는 체온이 충분히 떨어지기 어렵고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덥고 습한 열대야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체온조절 기능에 영향을 줘 숙면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의 질 저하는 다음 날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이 지속되면 기분 장애나 사고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열대야에도 일정한 기상 시간을 유지하고 카페인과 알코올, 니코틴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초저녁 가벼운 운동과 적절한 냉방기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는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가 빨라지는 동시에 열대야가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고온에 노출되는 기간 자체도 길어지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는 낮에는 과도한 체온 상승과 장시간 야외활동을 피하고 밤에는 적절한 냉방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수면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낮의 폭염뿐 아니라 밤까지 이어지는 더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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