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상자' 폐기 논란...선관위 "몰랐다" 해명에도 의문
법원의 증거보전 대상인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폐기된 것으로 확인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856명인데,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1,900매'로 표시되어 있어 선거인의 49.3% 만큼만 준비해 인쇄 하한선 50%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상자가 보전 대상에 포함될지 몰랐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폐기 시점과 대응을 두고 의문이 남는다. 이 상자는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사무 실태를 보여주는 물품으로 꼽혔고, 법원도 증거 보전 대상으로 지정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법원에 증거 보전 신청을 한 건 지난 8일 오후였다. 법원은 다음 날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며 이 상자도 보전 대상에 포함했지만, 그 사이 송파구 선관위는 상자를 다른 수거물과 함께 폐기업체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으로부터 상자가 증거 보전 대상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기 5시간 전이었다.
서울시 선관위는 김 최고위원이 신청한 증거보전 대상을 사전에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상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상자는 투표가 끝난 뒤 법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투표 마감 후 자체 폐기하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이런 해명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투표지 인쇄 하한을 60%에서 50%로 내린 결정은 물론,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확산했던 상황이다. 이 같은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는 물품을 폐기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고의로 증거를 없앨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안일한 대응으로 불신을 자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