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칸막이만 열면 행복해질까…"돼지 복지, 결국 사람 위한 것"

우리가 먹는 삼겹살은 생전 어떤 돼지였을까. 많은 사람은 햇볕 아래 초원에서 뛰어다니는 돼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대부분의 돼지는 몸을 가누기도 힘든 좁은 칸막이 안에서 일생을 보낸다.
정부는 2020년 모든 돼지 농장이 2030년부터 임신한 어미돼지를 칸막이 밖에서 무리 지어 사육하도록 하는 ‘임신돈 군사사육 의무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돼지와 사람 모두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경남 거창의 더불어행복한농장에서는 돼지를 좁은 칸막이에 가두지 않고 사육한다. 이 농장은 2012년부터 14년간 동물복지 인증을 유지해 온 돼지 농장이다. 돼지가 본능적으로 땅을 파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바닥에 왕겨를 깔아준다.
많은 농장에서 돼지가 스트레스받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스톨’과 ‘이유’다. 스톨은 돼지를 개별로 나눠 사육하기 위해 두는 철장이다. 어미돼지에게는 좁은 스톨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다. 암컷 돼지는 임신하면 114일 동안 폭이 60cm인 스톨에 갇혀 살아간다.
어미돼지들은 스톨에서 엎드려 지내다가 운동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나면 체중에 짓눌려 다리를 다치기도 한다. 출산 뒤 어미는 스톨과 비슷한 폭의 분만틀로 들어간다. 새끼 돼지들은 분만틀에 누운 어미돼지에게 다가와 젖을 먹는다.
스트레스는 어미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새끼 돼지 역시 태어난 지 3~4주 만에 어미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이유’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돼지에게 쓰이는 항생제의 절반가량이 이유 과정에 투입된다. 야생 돼지는 2~3개월 뒤에 이유하는데 돼지 농장은 빠른 번식과 쉬운 관리를 위해 3~4주 만에 돼지를 이유시킨다.
돼지 복지 인증 농장은 스톨을 두지 않거나, 돼지들이 스톨을 출입할 수 있게 한다. 또는 스톨을 반 정도 열어 돼지의 움직임을 보장한다. 이런 환경에서 돼지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돼지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농장에 사는 돼지들의 스트레스 원인으로 크게 4가지를 지적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원인인 스톨과 이유, 그리고 급성 스트레스 원인인 꼬리 자르기와 거세다.
돼지 복지는 결국 사람을 위해서 필요하다. 스트레스받은 돼지의 건강 이상, 그리고 항생제 사용은 결국 돼지를 섭취한 인간에게도 이어진다. 돼지가 스트레스받으면 몸에서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늘어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태를 안정시키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높여 돼지 몸에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한다.
2030년부터 한국의 모든 돼지 농장은 돼지를 무리 사육해야 한다. 군사사육 의무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스톨만 제거하면 돼지 간의 싸움이 잦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돼지의 복지를 위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은 소비자 차원에서도 세울 수 있다.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포장지 인증 마크를 통해 돼지 복지 수준을 파악한다. 전문가들은 모두 “지금보다 세분화된 사육 환경 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신한 돼지를 가두는 스톨이 사라지게 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번 법안 발표가 사육 환경 개선에 대한 변화였다면 직접적으로 돼지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꼬리 자르기와 거세다.
돼지는 스트레스받는 사육 환경에서 다른 개체의 꼬리를 무는 습성이 있다. 꼬리가 물린 돼지는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대다수 돼지 농장 운영자들은 돼지 꼬리를 사전에 잘라버린다.
거세는 수컷 돼지에게서 나는 누린내인 웅취를 막기 위해 한다. 이 냄새가 돼지고기로 이어지면 고기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장 운영자들은 모든 수컷 돼지를 거세한다. 윤 교수는 웅취를 검사해 거세 자체를 하지 않는 방법을 제안했다.
돼지의 복지를 위한 해결책으로 면역 거세를 제시했다. 성선자극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자극하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방출 호르몬의 방출을 막는 기술이다.
앞으로 돼지가 더 행복한 농장을 만들 수 있을까. 윤 교수는 “돼지의 본능적 스토성을 도와주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돼지는 새끼를 낳은 뒤 새끼의 체온 유지를 위해 둥지를 짓는 습성이 있다. 둥지 짓기를 표현하게 도와주면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돼지의 씹는 행위를 보장해 주는 것도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돼지는 야생에서 땅도 파고 풀을 뜯어 먹는다. 사료만 먹으면 무언가를 씹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돼지는 휴식하는 공간과 배설하는 공간도 명확히 구별해 줘야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청결한 습성 때문에 잠자는 곳에서 배설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삼겹살을 구매할 때 인증 마크나 돼지의 복지 환경을 살펴보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돼지 역시 사람처럼 감정과 본능을 지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