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나도 책을 지키는 그 남자…“나마저 접으면 대학교 앞 서점은 전멸”

고려대학교 앞 인문서점 '지식을 담다' 김준수 대표는 한강 작가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은 소식에 "저렇게 훌륭하고 유명한 분도 나랑 똑같은 고민을 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2월 모교 앞에 '지담'을 열었다. 동문 15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김 대표는 "정글 같은 경쟁에 뛰어드는 애들에게 잠깐 해방된 공간, 숨통이 트이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서점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과의 10년이라는 약속 때문에 버텼다. 많은 사람이 미친 짓이라고,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거냐고 한다. 그런데 나까지 저버리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의 세월은 사투였다. 김 대표는 "여기서 돈 한푼 가져간 적 없다"며 "정치 컨설팅과 여론조사 회사를 따로 운영하는데, 선거 때 번 돈을 이 서점에 쏟아부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건강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해 3월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검사 수치가 안 좋아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쓰러져 나흘간 의식을 잃었다.
그는 "20대 초반에 읽은 책 한 권, 시집 한 권이 평생 삶의 좌표가 된다"며 "이 공간이 살아남아 선배와 후배가 책으로 소통하는 자리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학가 서점이 안 되는 이유는 이용률이 너무 낮고, 학생들이 책을 안 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 250만원, 부가세까지 275만원인데 건물 주인이 2016년부터 한 번도 안 올렸다"며 "이 건물 위층이 다 학생 자취방이라, 부모들이 방을 보러 와서 선배들이 만든 서점이 아래 있다는 걸 보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학교가 2년을 문 닫았으니 학교 앞 장사가 무너졌다. 코로나 대출을 받고, 그 대출을 갚으려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보증금까지 다 까먹었다.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우울증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한강과 그 서점을 별개로 보는 시선이 문제다. 출판시장의 불합리한 이윤 구조, 반짝하고 끝나는 독서 문화, 젠트리피케이션이 겹친 복합적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5월 도서정가제 개선 토론회는 하던 얘기를 똑같이 하더라"며 "대형 서점의 10% 할인을 아예 없애는 완전정가제로 가지 않는 이상 다 피해갈 구멍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이나 대학·중고등학교 도서관이 지역 서점을 통해 책을 사되, 대형서점 할인가와 지역서점 판매가의 차액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돈 많은 후배가 갑자기 나타나 '저희가 하겠다'고 하진 않을 거다. 가장 좋은 건 고려대 졸업생 100명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인수하고, 그들이 책을 사고 함께 운영하는 공동체 운동으로 가는 거다"며 "10주년까지 가서 계속하자는 마음이 들면 5년쯤 더할 것 같다. 그러면 예순이다.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도 그쯤 은퇴하지 않나.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