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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비판했던 판사도 “與, 내란 우두머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 사전 환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 사전 환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현직 부장판사, 법원 내부망에 ‘여권 관계자분들께’ 글 올려

李 파기환송 비판하면서도 “與, 사법독립 침해 멈춰야”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 사전 환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현직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여권을 향해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 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직격했다.

여권의 사법개혁과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댄 판사의 글을 시작으로 법원 내부에서 공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욱도(사법연수원 31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점을 언급하며 “(여권 관계자들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 분노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이 우리 숨통을 끊으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느끼셨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을 거론하며 “입법과정은 온당하지 못했고 특히 법 왜곡죄는 위헌임이 분명하다고 보지만 대법원이 숙의를 건너뛰고 편파의 의견을 띈 초유의 판결로 불신을 산 업보이니 자업자득이라고 체념했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대법관 임명·제청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대법원의 갈등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다.

그는 “그래도 (여권은) 아직 마음이 안 놓이셨나 보다. 새 대법관들을 전부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골라 앉혀야만 놓이실 모양”이라며 “임명가부만을 정할 수 있는 소극적 권한인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는 게 저만의 오해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 시도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빌미로 지난 감정을 실어 대법원장을 몰아내고자 시작하신 게 탄핵 논의이고 이번 국정조사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사전환담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잘한 것 없다. 그 판결(지난해 5월 이 대통령 전원합의체) 이후 대법원장은 사퇴하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본인께서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하신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무리가 따르고 곧 권한남용이 된다”며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진압을 명분 삼아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뭔가”라고 했다.

이어 “개별 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 시도를 실질 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히 사법 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법관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부디 이성을 갖고 그쯤에서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부장판사는 “사법부에 계엄에 대한 위헌 선언을 요구했고 판결의 문제점을 이유로 대법원장께 사퇴를 청했던 1인으로서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와) 같은 취지의 말씀을 직접 드린다”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성찬용(44기)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성 판사는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소설 동물농장의 늙은 당나귀 ‘벤자민’에 빗대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적었다.

또 △검찰 폐지 △사법 3법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등 여권 주도로 추진된 일련의 사법 시스템 변화를 소설 동물농장 속 지배계층인 돼지들이 도입한 ‘동물 7계명’에 빗대 비판했다.

코트넷에는 이 글에 동의를 표시하는 현직 법원장과 부장판사, 판사들의 댓글이 연이어 게시되는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미연(27기) 청주지법원장은 댓글에서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 주장했다.

국양근(41기)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는 “헌정사에서 정치권력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부 수장을 겁박한 적이 있었느냐”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장마저 이렇게 난도질하는데 이 모습을 보는 법관들이 정말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윤옥(35기) 창원지법 밀양지원장도 “사법권 독립 및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그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잠식되고 위협받는 순간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시민의 것이 아닌 국가 사법권까지 손에 쥔 거대 정치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삼권분립의 가치와 법관윤리강령 제1조’라는 제목의 답글을 달았다.

반면 성 판사의 글에 사실상 반박하는 취지의 게시글도 등장했다.

박병곤(41기) 남부지법 판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성 판사님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존중하지만, 그 걱정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적었다.

박 판사는 12·3 계엄 이후 법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 과정은 상당한 논란을 낳았고,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역시 대법원장 권한 행사의 적절성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평소 의견 표명을 삼가던 판사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의가 확산할 경우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다루기 위한 법원장회의가 소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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