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인데 어라 통합이 사라졌네? [전국 인사이드]

7월30일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전남 권익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7월30일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전남 권익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전국 곳곳에서 뉴스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지역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전국 인사이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7월30일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전남 권익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통합특별시라면서요? 그런데 생활체육대회 플래카드에 ‘제1회’를 붙이냐 마냐로 싸우다가 결국 따로 대회를 치른다고요?”

9월12일부터 사흘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 장성에서 열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생활체육대축전’을 앞두고 지역 체육계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올해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기념해 320만 지역민이 스포츠로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겠다던 포부와 달리 행사를 코앞에 두고 광주권 선수단이 쏙 빠진 전남 ‘단독 행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헛웃음에는 이유가 있다. 광주시체육회와 전남도체육회가 명칭에 ‘제1회’를 붙이느냐를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전남도체육회는 37년째 이어온 ‘전남생활체육대축전’의 회차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광주시체육회는 통합 이후 열리는 첫 대회라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광주시체육회는 공동주최를 요구했지만, 전남도체육회는 행정통합과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셈법이 복잡하게 꼬이자 결국 양측은 “그럼 각자 알아서 치르자”라며 갈라섰고, 광주권 선수단이 빠진 전남 ‘단독 행사’가 되었다. 이른바 ‘광주 없는’ 전남광주생활체육대축전이 된 셈이다. 화합의 장이 돼야 할 무대가 ‘불협화음’으로 파행을 빚은 이 씁쓸한 장면은 출범 두 달을 맞은 광주특별시가 겪는 갈등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옛 광주와 전남은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기조에 맞춰 가장 먼저 통합했다. 올해 1월2일 양 시·도지사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시작된 행정통합은 그야말로 ‘전격전(電擊戰)’이었다. 먼저 행정통합을 추진하던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이 머뭇거리는 사이 광주·전남은 반대 여론과 우려 속에서도 두 달 만에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유례없는 속도전으로 통합을 밀어붙였다.

틀어막았던 갈등은 통합 지자체가 출범하자마자 걷잡을 수 없이 불거졌다. 조직개편을 앞둔 기존 광주시와 전남도 공무원노조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핵심 부서를 어느 청사에 두느냐부터 기존 근무지 보장, 승진 차별 같은 문제가 대두되면서 조직개편은 한없이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광주청사 공무원이 전남청사 익명 게시판에 전남 공무원인 것처럼 조롱성 글을 올려 고소전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은 극에 달했다.

시민들도 당혹감과 혼란함이 공존한다. 최근 광주 내 5개 자치구가 ‘일반시’ 전환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동상이몽’은 이를 잘 보여준다. 광주권에서는 ‘멀쩡한 광주를 쪼개서 없앴다’라며 다시 돌려놓으라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전남권에서는 ‘지방 소멸 막겠다더니 광주로 다 쏠린다’고 불신을 보낸다.

이 기막힌 광경을 누구보다 흥미진진하게, 그러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충청권과 대구·경북, 부울경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이다. 광주·전남이 ‘퍼스트 펭귄’을 자처하며 가장 먼저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만 해도 타 지자체들은 부러움 반, 경외심 반의 눈빛을 보냈다. 4년간 최대 20조원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는 애석함도 묻어났다. 대구·경북에서는 ‘정부가 차별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퍼스트 펭귄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확인한 이들 지자체에서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충청권에서는 행정통합 대신 충청광역연합의 기능을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과연 갈등을 딛고, 대한민국 메가시티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내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속도전에 휩쓸린 무리한 통합의 역사로 기록될 것인가. 낯선 바다에 퍼스트 펭귄 한 마리가 위태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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