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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 근육이 뇌를 지킨다…치매 위험 낮추는 '근육-뇌 연결고리'

운동할 때 증가하는 단백질 ‘아이리신’이 근육과 뇌를 연결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축적과 해마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생성형 AI 제작
운동할 때 증가하는 단백질 ‘아이리신’이 근육과 뇌를 연결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축적과 해마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생성형 AI 제작

운동할 때 증가하는 단백질 ‘아이리신’이 근육과 뇌를 연결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축적과 해마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생성형 AI 제작

운동이 뇌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연결고리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주목받는 것은 뇌가 아니라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대표적인 물질이 운동할 때 증가하는 단백질 '아이리신(irisin)'이다. 아이리신은 골격근 등에 존재하는 FNDC5라는 단백질에서 만들어져 혈액으로 분비된다. 최근 연구들은 아이리신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알츠하이머병 시작되자 혈액 속 아이리신 낮아져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7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진단, 평가 및 질환 모니터링'에 혈중 아이리신 농도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뇌 아밀로이드 축적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인 100명을 뇌에 아밀로이드가 없고 인지기능이 정상인 사람, 아밀로이드가 축적됐지만 인지기능은 정상인 사람, 경도인지장애 환자,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 등 네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세 집단은 아밀로이드가 없는 정상 집단보다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낮았다. 아직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한 단계에서도 아이리신 농도가 낮았다. 아이리신 농도가 높을수록 아밀로이드 축적량은 적은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이리신이 근육과 뇌를 연결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병리와 인지기능 저하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리신이 아밀로이드와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2023년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알츠하이머병을 모사한 3차원 세포 배양 모델을 이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이리신을 처리하자 뇌의 별아교세포가 '네프릴리신(neprilysin)'이라는 효소를 더 많이 분비했다. 네프릴리신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분해하는 효소다. 아이리신이 늘어나면서 네프릴리신 분비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가 감소하는 과정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을 시켰을 때 같은 과정이 일어나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국내 연구는 특정 시점의 상태를 비교한 연구이며 2023년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모델 연구다.

운동량이 많은 고령자일수록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높고, 아이리신 농도가 높을수록 기억과 관련된 해마 부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제작

● 운동 많이 한 노인, 아이리신 높고 해마도 컸다

아이리신과 뇌의 관계를 사람에게서 살펴본 연구도 올해 나왔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 연구팀은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에 건강한 고령자 74명의 운동량과 혈중 아이리신 농도, 해마 부피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마는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알츠하이머병에서 손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뇌 영역이다.

연구 참가자들은 평소 운동량을 조사하는 설문에 참여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아이리신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해마와 세부 영역의 부피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운동량이 많을수록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높았다. 아이리신 농도가 높을수록 좌우 해마의 부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억과 신경세포 생성에 중요한 CA1, CA3, CA4·치아이랑 등의 영역에서 관련성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운동과 해마 부피 사이의 관계에 아이리신이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운동이 아이리신의 변화를 거쳐 해마와 연결될 가능성을 사람에게서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 연구 역시 특정 시점의 운동량과 아이리신, 해마 부피를 비교한 연구다. 운동이나 아이리신 증가가 직접 해마를 크게 만들었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 몇 분간 숨차게 움직여도 뇌 건강과 연관

뇌 건강을 위해 반드시 오랜 시간 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 산둥대 연구팀은 올해 국제학술지 '국제행동영양및신체활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에 일상에서 이뤄지는 짧은 고강도 신체활동과 뇌질환 발생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간헐적 고강도 생활 신체활동(VILPA)'이다. 계단을 빠르게 오르거나 이동 중 잠깐 뛰는 것처럼 일상에서 짧고 강하게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UK 바이오뱅크 참가자들이 손목에 착용한 가속도계 자료를 이용해 신체활동을 측정하고 약 8년간 뇌질환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적당한 수준의 짧은 고강도 신체활동을 한 사람은 활동량이 가장 적은 집단보다 치매 위험이 28% 낮았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파킨슨병 위험도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 역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짧은 고강도 운동이 직접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상에서 짧고 강하게 움직이는 생활습관과 낮은 뇌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다.

● 근육은 움직이는 기관 넘어 뇌에 신호 보내는 기관

최근 연구들을 연결하면 운동과 뇌 건강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조직만은 아니다. 운동하면 근육을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생리활성 물질이 분비되고 이 물질들이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아이리신은 이 가운데 뇌 건강과의 연관성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현재까지 연구에서는 신체활동과 아이리신 변화, 해마의 부피 및 아밀로이드 병리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일상에서 짧게 이뤄지는 고강도 신체활동 역시 낮은 치매 위험과 관련된다는 대규모 관찰연구 결과가 더해지고 있다.

아직 운동이 아이리신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직접 예방한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장기간 사람을 추적하거나 운동량을 조절하면서 아이리신과 아밀로이드 축적, 인지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근육과 뇌가 서로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생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운동이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설명할 단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몸을 움직였을 때 시작되는 변화가 근육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doi.org/10.1002/dad2.70418

doi.org/10.1016/j.neuron.2023.08.012

doi.org/10.1111/acel.70497

doi.org/10.1186/s12966-026-019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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