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요?”…연애도 대신 나서는 ‘헬리콥터 부모’

성인이 된 자녀의 연애와 취업, 직장생활까지 부모가 개입하는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국내외에서 확산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에 따르면, 소개팅이 끝난 뒤 연락이 끊긴 상대의 어머니에게서 다시 만나보라는 메시지가 오고, 신입사원의 연봉 계약을 함께 검토하겠다며 부모가 회사까지 찾아온다.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크고 작은 일에 개입하는 부모를 뜻한다. 자녀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과도한 간섭으로 이어지면서 성인이 된 이후의 자립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리멤버에는 ‘소개팅남 엄마한테 카톡 왔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글쓴이는 소개팅 후 연락이 끊긴 줄 알았지만 며칠 뒤 상대 남성의 어머니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아들이 부끄러워 연락을 못한다”며 다시 만나볼 것을 권했다. 글쓴이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어디가 마음에 안 든 거냐” “한번만 더 생각해보라” “요즘 이런 남자 찾기 어렵다”며 설득했고, 전화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의 개입은 직장생활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5월 같은 커뮤니티에 게재된 ‘회사가 학교예요? 아니면 부동산인가’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어머니가 연봉 계약서를 함께 검토하겠다며 회사를 방문해 “아이의 스펙이면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처우에 문제를 제기했다.
작성자는 “전월세 계약도 아닌데 부모가 연봉 계약에까지 개입했다”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담도 이어졌다. 부모가 임원 면접에 동행하거나, 인턴 자녀의 조기 퇴근을 요청하고, 신입사원을 혼낸 상사에게 항의하는가 하면, 자녀의 사직 철회를 요구한 사례 등이 공유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부모들이 Z세대 자녀의 입사 지원부터 화상 면접, 성과 평가, 해고 대응까지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 인력업체에서는 입사 첫주 지각과 결근으로 해고된 24세 직원의 어머니가 회사에 재고용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온라인 면접 중 부모가 화면 밖에서 답변을 돕거나, 채용 담당자에게 지원 진행 상황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과 평가 결과나 건강보험, 병가 관련 내용을 대신 확인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 온라인 이력서 플랫폼 제티(Zety)가 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20%가 취업 면접에 부모와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이런 과도한 개입이 지원자의 독립성과 소통 능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헬리콥터 부모 현상에 대해 이헌주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연구교수는 KBS 1라디오에서 “높은 집값과 학자금 대출, 치열한 경쟁 등이 청년층의 부모 의존을 키우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의 독립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부모가 자녀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릴 때부터 부모가 모든 일을 대신 결정하는 환경이 이어지면 성인이 된 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불안을 줄이려면 작은 일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부모 역시 문제를 대신 해결하기보다 자녀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