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혜인 지명 논란이 던진 질문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9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9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는 양당 구조가 만든 ‘관행’이라는 악습… ‘기득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9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중폭 개각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대상이 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드러나는 것 같다. 정책적으로는 ‘전형’에 매이지 않으면서 중도 지향을 고수한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려면 내분이 없어야 한다. 불행히도 전당대회 이전까지는 여당의 엇박자나 내부 분열 때문에 대통령의 중도 드라이브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제 여당에 새로운 지도부도 선출됐으니 ‘왼쪽’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분열을 치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도적 정책 행보를 이어가자는 게 대통령의 구상이었을 터이다. 문제는 이번 인사가 그러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정치적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치명적으로 보이는 것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다. 일단 애초 대통령의 구상에서 ‘왼쪽을 챙긴다’는 것의 의미부터 따져보자. 대통령이 왼쪽을 챙기는 방법이란 뭘까? 진보적 시각을 가진 정치인 혹은 세력을 정권 운영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여당보다 진보적 입장으로 유권자에게 인식된 세력은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이다. 이 가운데 진보당은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면이 있고, 기본소득당은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였을 것이다. 기본소득당을 이끄는 용혜인 의원이 ‘잘 알려진 젊은 여성 의원’이라는 장점도 있다. 또 기본소득은 과거 대통령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주제다. 대통령에겐 우선적으로 ‘손이 가는’ 선택지라는 거다.

용혜인 의원에게 무엇을 맡기면 좋을까? 성평등가족부는 정부 부처 중 ‘왼쪽’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곳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시민사회로부터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지만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대통령의 눈에는 부족해 보였을 수 있다. 이 정권은 성평등가족부 고유의 업무에 그다지 적극적 태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젊은 남성의 오해(?)를 불식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성평등가족부는 정치공학적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 앞서 서술한, 용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맥락도 그렇다. 어찌 보면 이런 접근이 비극의 시작이 됐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용 후보자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정당이 다르다보니 여당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지 않는다.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의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 찬성 입장과 위성정당을 통한 원내 진출 문제 등을 들어 부적절한 인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보수 야당은 장관직과 의원직을 양손에 쥐고 정당을 사유화해 보조금으로 배우자와 측근에게 월급을 주는 욕심쟁이라는 취지의 공세를 펴고 있다. 언론은 이 관점을 사실상 수용해 특권과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용혜인 후보자를 비판한다.

이 중에는 기본소득당과 용 후보자가 그간의 행보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것도 있고, 과도한 비난과 오해가 겹친 결과로 제기된 것도 있다. 이런 부분은 청와대가 기대하고 용 후보자가 주장한 대로 해명과 결단, 선택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문제는 ‘가족경영’이라는 비아냥이 폐쇄적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선’ 의혹을 거쳐 개인 처신 관련 사안에 이르면 ‘이상한 사람’이라는 정서적 거부감이 촉발된다는 것이다. 이건 대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를 치르더라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청와대가 용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고 본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9월4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 후보자의 거취와 별개로 이번 논란은 양당이 주도하는 우리 정치의 현실과 관련해 생각해볼 거리를 몇 가지 남겼다. 먼저 장관을 맡게 되면 비례대표 의원은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관행에 대해서다. 용 후보자에게 한정해 말한다면 정치인 개인 차원에서 직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했을 수 있다. 유권자가 용 후보자를 욕심쟁이로 봐서든 뭐든, 국회의원과 장관을 동시에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에 따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마치 확립된 법칙처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관행은 양당을 중심으로 편의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소수정당이 비례대표 의원직 포기로 치러야 할 비용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바람직한 정치 환경 조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러한 주장이 법칙으로 굳어져 추후 다른 사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심지어 악용된다면 양당 중심 질서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가령 비례대표 의원 사퇴가 이렇게 쉽게 다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큰 정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되는 일은 쉽고 후보군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큰 정당 사람의 경우 일단 비례대표 의원 후보로 점지(?)되기만 하면 거저 의원을 한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거 때가 되면 비례대표 의원 후보를 노리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이러니 비례대표 의원직은 ‘쉬운 자리’가 된다.

반면 소수정당의 경우 양당이 강고하게 버티는 지역구를 돌파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대표 의원 배출에 의존하게 된다. 좋은 일은 아니나, 양당 중심 구조가 만든 현실이다. 따라서 소수정당은 간판급 정치인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큰 정당과는 비례대표 의원 사퇴라는 점에 치러야 할 비용의 차원이 달라진다. 현실이 이런데 소수정당에 큰 정당과 같은 정도의 무게로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게 정당할까?

이런 딜레마는 집권한 큰 정당이 소수정당 소속 현역 의원의 입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입각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사퇴가 필요하다고 하면, 기본소득당의 경우와 달리 후순위 순번 후보의 승계가 있다 하더라도 소수정당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집권세력의 소수정당 인사에 대한 입각 제의를 어떤 부당한 시도로 본다면 이 점은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 자업자득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당제보다는 다당제가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고, 소수정당의 내각 참여가 다당제적 구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런 방식의 연합정치는 좀더 적극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논한 ‘관행’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의 경우를 떠나서, 이 점에 근거한 토론이 필요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6년 8월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치에 만연한, 모든 사안을 하나의 프레임에 욱여넣는 방식은 생산적 토론을 가로막는다. 가령 ‘정당보조금으로 배우자에게 월급을 줘야 하므로 비례대표 의원 사퇴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공격을 보자. 이 주장은 두 가지 사실에 기초한다. 첫째는 기본소득당이 의원을 배출해 정당보조금 지급 대상이 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용 후보자의 배우자가 지도부 등 기본소득당의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 한 명은 국회의원, 다른 한 명은 지도부의 일원이라면 그 정당은 상식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 나름의 과정이 있겠으나, 일부러라도 피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적어도 공당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건 ‘비선’을 둘러싼 의혹에서 본바 구태스러운 폐쇄적 운동권 문화에 젖은 문제로 볼 수 있다. 자기들끼리만의 논리로 비상식적 상황을 정당화하고 이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정당한 지적을 수용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당보조금을 여기에 끼워 넣으면 이야기가 이상해진다. 정당보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는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생정당차단법’이니 하는 이름으로 이른바 비례연합 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에 불이익을 주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겉보기에 위성정당에 대한 문제 제기처럼 보인다. 수많은 사람이 비판한 대로, 비례연합 위성정당 전략은 정당하지 않은 꼼수다. 이게 꼼수인 이유는 기본소득당이 보조금을 받게 되어서가 아니라,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를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는 정당을 통한 정치를 장려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위성정당과 관계없다.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루려면 합당하는 모든 경우에 정당보조금을 다시 계산해 환수하는 방식의 제도를 설계하자고 해야 한다. 실제로 이 모든 난리의 시작인,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은 과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뒤 경상보조금 지급 이후 합당해 약 19억원의 보조금을 더 가져갔다. 2020년 당시 참여연대는 국고보조금에 선거비용 보전까지 합치면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합치는 방식으로 이중 편취한 세금이 총 208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기생정당?

이런 구도의 논쟁은 특정한 정치적 효과를 창출한다. 진보랍시고 정의로운 척하는 소수정당이 실제로는 더 썩었고 이들이 주장하는 정의는 결국 사익 추구를 감추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인식의 재생산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그에 맞는 강력한 비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의 방식은 오히려 기득권 강화에 기여하는 효과를 낳는다. 인사를 논하는 것을 떠나 이러한 담론의 작동을 정치와 언론이 문제시하는 게 필요한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데 다들 정신없어 보인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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