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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ISA 개편… 만기 연장은 하되 해지는 신중해야

정부의 생산적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정책을 두고 투자자들의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정부의 생산적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정책을 두고 투자자들의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김성일의 롤링머니] 국내 투자 유도하려다 장기·분산투자 근간 흔들까 우려 확산

정부의 생산적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정책을 두고 투자자들의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제 ISA, 지금 해지해야 하나요.”

지난 2주 동안 회사 자문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8월 3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기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다. 증권사마다 설정할 수 있는 최대 만기가 다르다는 정보도 빠르게 퍼졌다. 계약 기간을 70~100년, 최대 9999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만기를 더 길게 잡을 수 있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겠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발표 나흘 만에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ISA 가입자는 974만 명, 가입 금액은 73조 원이다. 성인 5명 중 1명 이상이 가진 ‘국민 절세계좌’인 셈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혜택 확대와 축소가 함께 담겼다.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는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해 이자·배당소득을 한도 없이 비과세하는 대신, 기존 ISA는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납입 한도의 이월도 막겠다는 내용이다.

계약 기간 5년 상한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새로 가입하거나 계약을 연장할 때부터 적용된다. 이에 지금 만기를 최대한 길게 잡아두자는 얘기가 퍼졌다. 미리 만기를 길게 설정해 계약 연장 필요를 없애면 5년 상한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ISA의 ‘의무 가입 기간’과 ‘계약 기간’을 구분해야 한다. 의무 가입 기간 3년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유지 기간이고, 계약 기간은 가입자가 정하는 계좌 만기다. 3년을 채운 뒤에는 언제 해지해도 ISA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만기를 길게 잡는다고 불이익도 없다.

반대로 만기가 짧으면 그때마다 연장해야 한다.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2027년 이후 연장하는 계좌에는 5년 상한이 적용된다. 연장할 수 있는 기간도 만기 3개월 전부터 전날까지다. 이때를 놓치면 새 계좌를 만들어 의무 가입 기간 3년을 다시 채워야 한다.

생산적금융 ISA도 ‘전액 비과세’라는 말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 계좌에는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만 담을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은 소액주주에게 원래 비과세다. 주가가 2배가 돼도 매매차익에 붙는 세금은 애초에 0원이다. 결국 실질적인 추가 혜택은 국내 주식 배당소득에만 효과를 발휘한다. ‘전액 비과세’라는 문구는 강력하지만, 실제 혜택이 미치는 범위는 오히려 좁아졌다.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려는 세제개편안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다만,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좁힌다고 그 돈이 국내 증시로 향할지는 의문이다. ISA라는 선택지가 줄면 투자자에게는 일반 계좌에서 국내 상장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거나 해외 주식·ETF에 직접 투자하는 길이 남는다. 유불리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는 연간 실현 수익 약 833만 원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세율이 22%로 높은 대신 연 250만 원까지 세금이 없고, 국내 상장 해외 ETF는 세율이 15.4%로 낮은 대신 전액 과세다.

고액 투자자도 해외 직접투자가 유리해질 수 있다. 게다가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국내 상장 ETF의 매매차익은 종합과세로 넘어가 누진세율에 국민건강보험료까지 따라붙지만, 해외 직접투자는 아무리 벌어도 22%에서 과세가 멈춘다. 결국 수익이 적은 투자자와 많은 투자자 모두 해외 직접투자를 택할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개편 방향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일본은 2024년 일본판 ISA인 ‘신NISA’를 도입하면서 비과세 기간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바꿨고, 영국 ISA 역시 1999년 도입 이후 계약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 투자자가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에게 장기·분산투자를 권해야 할 우리 정부는 오히려 단기투자(5년)와 집중투자(한국 주식)를 하라고 떠미는 모양새다.

자국 주식에 세제 혜택을 몰아주는 방식은 영국도 시도했다가 접었다. 2024년 3월 영국 정부는 기존 연 2만 파운드(약 3800만 원) 한도와 별도로 영국 상장주식에만 투자할 수 있는 5000파운드(약 950만 원) 비과세 한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생산적금융 ISA와 비슷한 구상이다. 그러나 그해 9월 새 정부는 계획을 폐기했다. 계좌를 하나 더 만들면 제도가 복잡해져 절세계좌 이용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고, 금융업계도 반대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듬해 예금형 ISA 한도를 줄여 주식투자를 유도했지만, 투자 대상을 국적으로 나누지는 않았다.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도 한 발 물러섰다. 8월 1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기존 ISA의 계약 기간과 납입 한도 이월을 유지하고 보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어느 방향도 확정되지 않았다. ISA 정책이 발표대로 시행되지 않은 전례도 있다. 2024년 1월 정부는 ISA 연간 납입 한도를 4000만 원, 비과세 한도를 500만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1년 반 동안 표류하다가 결국 폐기됐다.

정책이 오락가락할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만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계좌라면 만기를 길게 연장하고, 올해 남은 납입 한도도 확인해 활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ISA가 없다면 지금 계좌를 만들어 계약 기간을 최대한 길게 설정한 뒤 의무 가입 기간 3년을 미리 채우기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개편안이 달라지더라도 이런 선택으로 생기는 불이익은 크지 않다.

그러나 해지는 다르다. 계좌를 없애면 새로 가입했을 때 의무 가입 기간 3년을 다시 채워야 하는 데다, 비과세 한도도 사라진다. 의무 가입 기간 3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해지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제 혜택도 추징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해지할 이유가 없다면 국회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본 뒤 결정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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