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뻔한데 굳이…” 공소취소권, 여당 법사위 1명만 찬성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4월 30일 국회 의안과에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 가운데 조작기소특검법안(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은 1명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 직전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한 특검을 추진하려다 보류했던 민주당의 분위기와 달라진 것이다.
중앙일보는 특검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원 1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입법이 예상되는 조작기소특검법안에 공소취소 권한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균택 의원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없어도 된다”는 5명, “국민 여론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2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아직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지난 4월 30일 천준호 당시 원내대표 권한대행 명의로 발의한 특검법안에는 공소취소 권한이 포함됐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8건을 포함한 총 12건의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이었다.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에 관한 사항은 특별검사에게 전속한다’(6조)고 한 뒤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8조)고 명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당시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공소유지되는 사건부터 취소되는 것까지 다 조항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김형동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민주당 의원 3분의 2 규모인 105명이 공소취소 모임에 가입했을 정도로 민주당의 공소취소 열기는 강했었다. 그러다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 5월 민주당은 공소취소 권한을 포함한 특검법안을 발의했다가 커다란 정치적 파장을 불렀다. 당시 국민의힘은 “공소취소는 피고인 이 대통령의 사법 쿠데타”(송언석 당시 원내대표)고 격렬하게 반발했고, 진보 성향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중대한 위헌 소지가 있다. 공소취소 부여 조항을 즉각 재검토하고 삭제하라”는 입장을 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에 주는 악영향을 고려해 법안 처리를 선거 이후로 미뤘다.
그렇게 보류됐던 법안 처리는 김민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민주당의 기류는 변해 있었다. 현재 상당수 법사위원은 이 같은 공소취소 조항을 유지하기엔 여론 악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문제 등으로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추세에서 공소취소 문제까지 꺼내 드는 데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신중론을 펴고 있는 법사위원은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도 고려하고, 검찰 개혁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고민해야할 때”라고 했다. 다른 법사위원도 “공소취소가 입법의 궁극적 목적으로 보이면 국민들에게 우리가 우리 잣대로 법을 휘두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공소취소 조항 때문에 조작 기소를 가려내자는 본래의 의미가 오인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정말로 공소취소를 원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답변한 법사위원도 있었다.
공소취소 조항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327조)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으로도 충분히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이유다. 법안 작성 과정부터 공소취소 조항에 반대했다고 밝힌 법사위원은 “특검 수사로 무리한 기소였음이 객관적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뒤 공소기각의 형태로 재판을 종료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다른 법사위원 또한 “이미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조작 기소 정황이 특검을 통해 밝혀지면 자연스레 공소기각으로 이어지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또 “조작 기소가 사실임이 드러나면 현행법으로도 공소취소가 가능하다. 굳이 역풍을 감당하면서까지 조항을 남겨두진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란 답변도 있었다.
유일하게 공소취소 조항 유지에 찬성한 박균택 의원은 “특검에게 임의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건이 조작됐다고 진상이 확인되면 그때 그 권한을 준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고통받아도 되는 것이냐”고 했다. 박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에서도 ‘특검이 아닌 공소청에서 공소취소를 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얘기는 검사들의 선의, 판사들의 선의를 믿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q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특검법안 처리 시점을 두고도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다. 조작 기소 국정조사를 견인했던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맞다는 개인적 입장을 법사위에 전했다”고 했지만, 26일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KBS 라디오에서 “완전히 사견”라고 선을 그었다. 권 의장은 “정기국회 때는 민생 현안 법안을 처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정치적인 문제 법안 때문에 민생 법안이 통과가 안 된다든가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특검법은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부동산과 조희대 대법원장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지금 처리할 타이밍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