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기록했는데 '반도체 고점론'? SK하닉 2분기 성적표 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static/uploads/rss_fd09ad351be96377.jpg)
SK하이닉스가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6.8%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557.2% 급증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6.8% 늘어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은 557.2% 증가한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외수익까지 포함한 순수익은 93조9226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1242.5% 늘었다. 기준점을 상반기로 전환해도 SK하이닉스의 성과는 눈부시다. 매출 131조8950억원, 영업이익 98조1529억원을 기록해 반기 기준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의 문을 열어젖혔다. 업계에선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한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로 인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D램, 초고속·고용량 저장장치 'eSSD' 등 SK하이닉스의 고부가가치 제품 단가가 오르고 판매량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이번 실적이 증권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주가 하락의 이유다. 당초 증권가의 2분기 예상(컨센서스)은 매출 83조3962억원, 영업이익 64조67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컨센서스보다 5.5%, 영업이익은 6.5% 적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이렇다 할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지 않은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merican Depositary Receipts·ADR)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에 쓸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내용은 "주주환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인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대거 낮춘 증권사도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기존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33%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존의 낸드 플래시(비휘발성 메모리) 계약가격 하향 가능성에 최근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목표가 조정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면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은 내년에도 상승할 전망이지만 상승폭이 올해보다는 완화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61% 하락한 140만1000원을 기록했다. 28일 14.65%(종가 155만원) 폭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주가 흐름이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이날 장 시작과 함께 상승세를 탄 SK하이닉스 주가는 오전 9시 14분께 161만9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고, 오후 1시 33분께엔 124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을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2409억원이나 팔아치웠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1조1138억원, 89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SK하이닉스의 실적과 대외적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루 전인 28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2500억 달러 규모의 신용 보증을 해줄지 여부를 논의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도자(순환) 금융' 우려가 터진 게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문제는 향후 방향성인데, 현재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무엇보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내 증시의 흐름이 냉랭해진 것도 좋지 않은 변수다. 코스피지수는 29일 5.98% 하락하며 5663.24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가 5600선을 기록한 건 3월 25일(5642.21) 이후 4개월 만이었다. 두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앞으로 어디로 흐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