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 성기성형’ 사례 연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박슬기는 진료실이 젠더·의료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임을 고민하며, 긴장을 낮추는 소품과 여성·퀴어·인권단체의 굿즈 및 안내문 등 환대의 신호를 하나씩 더해가고 있다. (박슬기 제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박슬기는 진료실이 젠더·의료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임을 고민하며, 긴장을 낮추는 소품과 여성·퀴어·인권단체의 굿즈 및 안내문 등 환대의 신호를 하나씩 더해가고 있다. (박슬기 제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박슬기는 석사학위논문 「의료지식-권력과 여성 주체의 불/가능성 : ‘여성’ 성기성형 사례를 중심으로」를 썼다. 박슬기는 ‘여성 성기성형’을 의료지식 권력, 젠더 규범, 그리고 상업자본의 논리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장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 여성 주체들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감각하며 저항의 경로를 구축하는지를 탐구했다.

박슬기는 오랫동안 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러한 고민은 그녀가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박슬기는 페미니스트 활동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권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부수는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박슬기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적 위치와 페미니스트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계성은 그녀에게 모순된 감정을 가져다주었지만,同時적으로 그녀가 자신의 권력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슬기는 자신의 정체성이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몸에 얽힌 권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부수는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박슬기는 논문에서 성기 성형을 ‘미용’과 ‘의료’라는 두 가지 층위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녀는 병원들이 성기 성형을 의료적 처치인 것으로 포장하고, 이를 필수적인 의료적 처치인 것으로 만드는 것을 문제적으로 보았다. 박슬기는 성기 성형을 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거나, 이 실천을 한 여성의 필요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만 ‘선택’이라고 감춰진 이면에는 여성의 몸에 얽힌 무수한 권력이 공모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

박슬기는 ‘몸 끌어안기’라는 인식론적 전환이 저항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정상적인 몸, 완벽한 몸에 대한 지향이 허구임을 알고, 스스로 결핍으로 비정상으로 규정했던 것에 대해서 ‘정말 그런가’ 반문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인식론적 전환이 일상과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슬기는 언니들의 병원놀이에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재생산권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박슬기는 이 연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시스젠더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 참여자의 경험을 하나의 분석 틀 안에서 교차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트랜스 여성의 성별 확정 수술에서 ‘질을 만들지 않는 수술법도 있다’는 것을 영감을 받았다. 박슬기는 ‘정상적인 몸’이라는 관념의 허구성을 보여주고, ‘여성 성기=질=삽입’이라는 이성애 중심적 기능주의를 깨고 싶었다.

박슬기는 연구를 통해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경계인으로 산다는 것이 외롭지는 않다고 했다. 박슬기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며 더 좋은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 좌절하고 북돋우며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페미니스트들의 둥지인 성공회대 실천여성학과에서 질문과 갈등, 불편함을 계속해서 옆에 둔 채 뒤죽박죽 부딪히고 불화하면서도 살피며 살아가는 태도가 여성학을 하는 이유라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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