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고생 목숨 앗아간 은마아파트 화재, 무자격자가 테이프로 전선 붙여 일어난 것으로 추정적 결론

◇24일 오전 6시 18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같은 집에 있던 2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입고 구조됐다. 아파트 주민 70여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24일 오전 6시 18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같은 집에 있던 2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입고 구조됐다. 아파트 주민 70여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여고생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무자격자가 테이프로 전선을 붙여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당국은 167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통해 화재가 인테리어 공사와 연관성이 있다는 취지의 추정적 결론을 내놓았다.

화재는 2월 24일 오전 6시 18분께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6시 48분께 불길을 잡은 뒤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7시 36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날 화재로 같은 집에 있던 2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입고 구조됐다. 아파트 주민 70여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임대인은 1월 중개업자 권유로 세대를 전면 개보수했다. 중개업자가 연결해준 인테리어 업체는 내력벽을 허물어 주방을 인접한 작은 방까지 넓혔다. 이 과정에서 전기공사가 수반됐다. 기존 조명으로 연결된 전선들을 각각 1m와 1.2m씩 연장해 새 조명에 붙이는 작업이었다. 작업자들은 ‘쥐꼬리 접속’ 방식으로 기존과 신규 배선을 접붙였다.

조사팀은 이 방식이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하고 접촉 저항을 올려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선을 만진 작업자들은 전기 기술 자격증이나 면허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화재 예방차 통상 전선에 씌우는 보호용 관도 설치하지 않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조사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임의로 전선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신규 전선과 노후 전선이 혼용됐을 것”이라며 “연속적 쥐꼬리 접속 부위가 여럿 확인되며 안전 점검 없이 시공돼 국부 발열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 규약에 전기공사 면허 확인 절차를 명시하도록 권고해 무자격자의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업체 측은 관리사무소에 문제의 배선 공사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전기 시설물 등 공사는 아파트 관리주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화장실 공사 등이 기재됐으나 전기공사는 빠져있었다. 업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화재로 사망한 여고생의 아버지 김모씨는 “큰딸이 의사가 되기를 원해 고교 입학 시기에 맞춰 대치동으로 이사 왔다”며 “딸이 사춘기라 그나마 깨끗하게 인테리어가 끝난 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천장 내 배선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고, 그 배선은 누구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사람이 죽었고, 남은 가족도 중화상을 입었다“면서 화재 원인과 동기, 배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아파트 화재 이후 불에 취약한 노후 아파트의 소방 설비를 포함해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20년 넘게 끌어오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여론에도 불을 지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이달 2일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됐다. 화마가 덮치고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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