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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LNG 사업, 영구동토층 상황 예측이 어렵다는 게 최대 난관”

미국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지역에 설치된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 뉴시스
미국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지역에 설치된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 뉴시스

건설업계 “높은 난도, 공기 지연, 비용 상승 가능성 면밀 검토해야”

미국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지역에 설치된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를 압박하면서 해당 사업 경제성이 대미(對美) 투자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 검토에 착수했을 뿐 투자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동 등 해외에서 대형 인프라 공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알래스카의 극한 환경을 고려하면 사업 난도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원 전문가들 역시 막대한 건설비와 향후 LNG 수요까지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미 투자 현안으로 떠오른 ‘프로젝트 노스(Project North)’는 미국 최북단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극한 기후에 강관 깨질 가능성 대비해야”

사업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노스슬로프에서 알래스카 내 수요처까지 직경 42인치 가스관을 739마일(약 1189㎞) 길이로 건설해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가스관을 니키스키까지 연장해 총길이를 807마일(약 1299㎞)로 늘리고 가스 처리시설과 연간 2000만t 규모의 LNG 액화·수출시설 등을 건설한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을 비롯한 국내외에서 LNG 터미널과 저장탱크, 정유·가스 플랜트 등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래스카에는 중동과는 다른 시공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은 “공사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영구동토층은 지반 변화가 잦아 가스관을 매설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지상에 설치하면 공사비가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지하에 매설할 경우에도 가스관의 열이 주변 동토층에 미치는 영향과 지반 침하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혹한은 강관 시공 자체의 난도도 높인다. 영하 30~40℃까지 내려가는 기후 특성상 강관이 깨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용접 과정에서도 예열 등 추가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임원은 현 단계에서 평가를 유보했다. 그는 “극한 기후 속에서 영구동토층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규모와 부지 공사 방법, 상업성 확보 전략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공사 난도는 공기 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8월 발간한 ‘북미 LNG 산업 동향과 정책 시사점’에서는 북미 LNG 사업의 주요 위험으로 인건비 상승, 인허가·소송 지연, 환경 문제,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 3월 낸 보고서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알래스카 북부에는 영하 40℃ 이하 추위가 빈번하고 1년 중 건설에 적합한 기간이 4~5개월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멸종위기종 서식에 따른 엄격한 환경 규제와 현지 노동력 확보 문제까지 겹치면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극지방이라 1년 중 공사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은 데다, 시기를 놓치면 많은 자본과 장비가 투입된 상태에서 공사가 몇 달씩 지연돼 관련 비용이 불어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30일(현지 시간)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뉴시스

멕시코만보다 2배 비싼 사업비, 장기 수요가 관건

실제로 알래스카 LNG 사업비는 미국의 여타 LNG 프로젝트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알래스카 LNG의 총사업비 445억~545억 달러를 연간 LNG 생산능력 100만t당으로 환산하면 약 22억~27억 달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승인된 미국 멕시코만 LNG 사업의 평균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 안팎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과거 BP와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 역시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했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LNG 시장 여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16년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뗐다. 이후 글로벌 에너지 기업 글렌파른(지분 75%)과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지분 25%)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당시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LNG 수출을 국가적으로 밀고 있으며 알래스카 내 가스 공급 상황도 달라져 개발 동기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래스카 내에서는 쿡인렛 지역의 가스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알래스카 내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건설비를 상쇄할 요인도 있다. 알래스카가 한국·일본 등 동북아 시장과 가깝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은 앞선 보고서에서 알래스카 남부에서 일본 도쿄까지 LNG 운송에 7~9일이 걸려 멕시코만에서 파나마운하를 거쳐 오는 20~22일보다 크게 짧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LNG 공급처를 다변화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LNG 매장량과 품질, 장기적인 LNG 수급 등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의 역량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이 사업은 새로운 도전”이라며 “현재 발표된 내용만 가지고 경쟁력이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시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철강 기업 세아그룹에서 고문과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는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정치적 판단보다 사업 자체 수익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을 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인데 수익 없는 사업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정부가 앞장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민간기업이 직접 경제성을 평가하고, 정부는 세제 등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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