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르헨티나 경제 폭망 원인은 누적된 재정적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식료품점 외부에 치즈, 쇠고기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식료품점 외부에 치즈, 쇠고기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정부가 돈을 풀고 빚을 내고 다시 돈을 찍어내는 악순환에 빠져서 거덜나 버렸다.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1년에 2~3배가 뛰었고, 사람들은 월급을 받으면 제일 먼저 식료품 가게로 달려갔다. 아르헨티나는 노동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나라로, 직원이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아 쉬겠다고 연락해와도 어떻게 할 수 없고, 아무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페론주의와 에바 페론과 관련이 있다. 에바 페론은 노동자 권리 보호, 사회복지 확대, 가난 퇴치를 기치로 내세웠고, 많은 돈을 풀었다. 에바 페론은 지금도 아르헨티나의 우상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와 관련해서는 과거 강대국이었다가 포퓰리즘으로 망한 나라, 퍼주기 복지 정책으로 힘들어진 나라, 국가부도 사태가 9번이나 일어난 나라 등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문제는 재정적자에서 시작됐다. 정부 수입에 비해 지출이 너무 많았다. 복지가 문제라고 하지만 복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수입에 비해 복지 지출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아르헨티나는 이 재정적자를 메꾸려고 외국에서 돈을 꿨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계속되니 외채도 계속 증가했다. 어느 순간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외채가 증가했고, 국가부도 위험에 처했다.

국가부도가 나지 않으려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 즉,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연금, 보조금 등 복지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돈을 줄이면 곧바로 국민의 생활수준이 낮아진다. 결국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는 외채도 구하지 못해 국가부도가 난다. 그동안 외채로 재정적자를 메꿨는데, 국가부도가 나면 외채를 구할 수 없다. 이때부터 재정적자를 메꾸고자 돈을 더 많이 발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복지가 잘 돼 있어도 초인플레이션 하에서는 국민이 버틸 수 없다.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가가 등장한다. 이때 해결책은 재정적자를 줄여서 돈을 찍어내지 않는 수밖에 없다. 새로 등장한 정치가는 연금을 줄이고, 보조금을 줄이고, 공무원을 줄이고, 적자 때문에 재정적자가 심화된 공공기관을 팔아버린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학에 따르면 물가가 안정되고 국가신용도가 높아질 경우 기업가들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실업률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실업자 수가 잘 줄지 않는다. 사업 규제가 심하고, 노동자 보호가 워낙 강해 해고가 안 되다 보니 국가 경제 환경이 좋아져도 근로자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공업을 발전시키지 않고 농업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농업이냐 공업이냐가 중요한 건 아닌 듯하다. 국제 곡물가가 크게 올라 아르헨티나 수익이 굉장히 늘었던 때가 몇 번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늘어난 돈을 어디다 쓰느냐다. 아르헨티나는 그렇게 여윳돈이 있을 때마다 복지 지출을 확대했다.

아르헨티나가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2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하나는 재정적자를 볼 만큼의 복지 정책은 지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업 규제와 노동자 보호를 줄여야 한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끈다. 그는 연 200% 넘는 인플레이션 하에서 긴축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2023년 12월 취임했다. 이후 연금, 보조금을 확 줄이고 정부 부처의 반을 없애는 식으로 공무원 수를 줄였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한국 경제가 마주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한국도 재정적자가 많다. 해마다 예산상 50조 원 이상이 적자이고, 누적된 적자도 1000조 원이 넘는다. 이 적자는 국채 발행 등으로 메꾸고 있다. 다만 아르헨티나와 다른 점은 그래도 한국은 외채에 크게 기대지 않고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국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돈으로 국채를 해결하니 외채가 증가하지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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