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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포토닉스’ 업은 AI 인프라 강자 [미장보석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이클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광통신 반도체로 번지고 있다. 수많은 GPU를 빠르게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며 전기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실리콘 포토닉스(SiPho)’가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이 흐름에서 타워세미컨덕터가 존재감을 키운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실리콘게르마늄(SiGe), 무선주파수(RF) 등 특수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800G·1.6T 광 트랜시버(광 신호 변환 장치)에 들어가는 실리콘 포토닉스 광집적회로(PIC)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미 엔비디아·마벨테크놀로지 등과 협업 중이다.

주가도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 8월 47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22일 319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9월 1일 종가 기준 최근 1년 상승률은 228%에 달한다. 월가에선 호평이 이어진다. 지난 8월 7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67달러를 제시하며 “실리콘 포토닉스 매출이 올해 2배 이상 늘고 내년 이후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워세미컨덕터는 1993년 설립된 이스라엘 파운드리로, 초기엔 아날로그·혼성신호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다. 그러던 중 2008년 재즈세미컨덕터 인수를 계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때 무선주파수(RF) 경쟁력까지 확보하며 전력반도체와 특수 공정 시장에 진입했다. 최근엔 오랫동안 쌓은 특화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실리콘 포토닉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중이다.

실리콘 포토닉스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수많은 GPU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묶어 사용하는 만큼, 칩 사이 오가는 데이터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구리 선은 짧은 거리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고 적용도 비교적 쉽다. 하지만 전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력 소비와 발열이 커진다. 반면 실리콘 포토닉스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더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수요 확대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올 2분기 타워세미컨덕터 매출은 4억601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은 9030만달러로 127% 급증했다. 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실리콘 포토닉스다. 올 2분기 관련 매출은 1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70%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60% 넘게 뛰었다. 지난해 연간 실리콘 포토닉스 매출이 2억335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2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의 70% 이상을 올린 셈이다.

타워세미컨덕터 이스라엘 본사 전경. (AP=연합뉴스)

이 성장세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사업 구조가 빠르게 실리콘 포토닉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난해 실리콘 포토닉스가 포함된 RF 인프라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10%포인트 높아진 27%를 기록했다. BofA는 이 비중이 2027년 65%, 2028년 74%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를 이어갈 수요도 이미 확보했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실리콘 포토닉스 부문에서만 2027년 13억달러 규모의 매출 계약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2억3350만달러) 대비 6배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에 고객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엔 엔비디아와 1.6T 데이터센터 광모듈용 실리콘 포토닉스 협업을 발표했다. IQE와 인듐인화물(InP) 에피웨이퍼 장기 공급계약도 맺었다. 6월에는 마벨테크놀로지와 공동 생산한 코히런트 PIC 누적 출하량이 500만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늘어나는 주문에 맞춰 생산능력도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타워세미컨덕터는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이 있는 일본에 총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 아라이 팹6를 실리콘 포토닉스 생산시설로 전환하고 팹7 증설을 병행한다.

차세대 광 연결 시장도 노린다. 현재 주력인 800G·1.6T 플러거블 광 트랜시버 PIC에서 근접 패키지 광학(NPO), 공동 패키지 광학(CPO) 비중을 확대한다. NPO는 광통신 장치를 연산 칩 가까이에 배치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단축하는 기술이다. CPO는 한 단계 나아가 연산 칩과 광 트랜시버를 한 기판 위에 통합해 이동 경로를 줄인다.

특히 NPO는 내년부터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준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양산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2027년 하반기 실리콘 포토닉스 출하량 가운데 NPO가 두 자릿수 비중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부적으로는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산 광 트랜시버 사용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빅테크가 공급 중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변화 흐름에서 타워세미컨덕터가 유망 종목으로 분류된다”고 언급했다.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AI 설비투자 둔화 가능성이 최대 불안 요소다. 실리콘 포토닉스 성장세는 결국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이에 따른 광 연결 수요 확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가 둔화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광통신 장비 수요도 함께 줄어들 우려가 있다.

더 큰 변수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이다. 지금까지는 실리콘 포토닉스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검증된 파운드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 타워세미컨덕터 주가를 지지했다. 현재 주가엔 2027~2028년 실적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고, 주가수익비율(PER)도 약 25~30배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가 늘어나면 실적이 유지돼도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는 글로벌파운드리스가 꼽힌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올해 실리콘 포토닉스 매출을 전년 대비 2배로 늘리고, 2028년엔 연 환산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UMC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관련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TSMC 역시 CPO 시장을 겨냥한 ‘COUPE’ 플랫폼을 앞세워 실리콘 포토닉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COUPE는 첨단 연산 칩 생산부터 3D 본딩, 첨단 패키징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준혁 애널리스트는 “현재 타워세미컨덕터와 글로벌파운드리스 사이에는 2~3년가량 기술 격차가 있어 당장 기존 물량을 빼앗길 가능성은 작다”며 “TSMC와 비교해도 개방형 실리콘 포토닉스 플랫폼과 변조기 기술, 특수 소재 등에 강점을 갖춘 데다, 타워세미컨덕터는 CPO 전환도 진행 중인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이채원 기자 lee.chaew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6호(2026.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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