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골의 작은 학교 없애는 게 혁신이라고? [전국 인사이드]

농촌 지역의 한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 ©시사IN 조남진
농촌 지역의 한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 ©시사IN 조남진

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전국 곳곳에서 뉴스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지역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전국 인사이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작은 학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저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의 고향인 경북 상주시 모동면 모동초등학교에서 농촌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도시 교실과 달리 소외되는 이가 없으며, 서로를 깊이 알고 자연스럽게 돌보는 친밀함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충북 옥천의 작은 학교들을 다시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곳엔 도시가 갖지 못한, 학교를 향한 지역사회의 애정 어린 보살핌이 존재했습니다.

교육부는 6월10일 ‘소규모 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 및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국 40곳의 ‘교육혁신 지역’을 지정해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고, 통폐합의 ‘자율권’을 시도교육청에 넘기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주민자치’와 ‘국민주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내놓은 이번 안은 정부의 이러한 철학적 기초를 정면으로 배반합니다.

교육부의 안은 최소한의 민주적 안전장치였던 ‘학부모 과반수 동의 지침’을 폐기했습니다. 주민과 학부모가 학교 존폐 결정에 개입할 사실상 유일한 법적 근거를 박탈한 셈입니다. 정부는 ‘지역교육혁신협의체’로 심의를 대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사업 선정과 예산 배분, 성과 평가 등의 실질적 권한은 여전히 교육부와 행정기관에 집중돼 있습니다. 주민 대표에겐 그저 ‘논의’ ‘참여’ ‘의견 제출’ 정도의 역할만 허락될 뿐입니다.

교육부의 안은 3개 학교를 1개로 통합할 경우 260억원, 기숙사 설치 등 추가 지원까지 감안하면 최대 400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규모의 인센티브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와 교육청 앞에서 과연 ‘자율적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요. 6월16일, 전국의 마을교육 공동체 활동가 400여 명이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를 보내 ‘경제적 유인을 앞세워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농촌의 초등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닙니다. 면 단위 지역에서 보육·문화·커뮤니티를 지탱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최소한의 정주 여건이 파괴되어 젊은 층 유출이 가속화합니다. 실제로 면 단위 초등학교 하나가 사라지면 3년 이내에 해당 지역 인구가 평균 410명 급감합니다.

결국 학교 폐쇄는, 지역 소멸을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고착화하는 행위입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와도 정면 배치되는 일입니다. 교육부가 이런 정책에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기묘한 위선입니다. 진정한 교육혁신은 학교를 없애는 것을 전제로 출발할 수 없습니다. 작은 학교를 잘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현재 지역이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혁신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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