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DNA 고치면 수명 늘어날까…장수동물서 단서 찾는다

손상된 DNA를 복구해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 밝히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AI 생성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포의 디옥시리보핵산(DNA) 복구 능력을 높여 노화를 늦추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년 이상 사는 북극고래와 벌거숭이두더지쥐, 100세 이상 장수인에게서 확인된 DNA 복구 능력을 향상시키는 단백질을 치료제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DNA 손상을 더 효과적으로 복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 다만 복구 경로가 다양하고 단백질·유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인체 세포의 DNA는 하루 최대 10만개의 손상이 발생한다. 자외선·환경 독소·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 모두 DNA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대부분 세포 복구 체계에 의해 바로 고쳐지지만 일부 손상이 남거나 잘못 복구될 경우 돌연변이가 생겨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DNA 손상은 노화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손상된 DNA는 만성 염증과 대사 이상, 단백질 접힘 장애 등을 유발한다. 세포를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노화세포' 상태로 만들거나 세포 죽음을 유도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쌓이면 심혈관 질환·골다공증·알츠하이머 등 노화 관련 질환 위험이 커진다.
DNA 복구 과정에는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이 관여한다. 비외른 슈마허 독일 쾰른대 교수는 "DNA 복구 능력의 복잡성이 복구 능력 향상 연구의 제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정 복구 체계만 활성화해서는 DNA 복구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이유다. 심한 경우 전체 복구 과정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
아그넬 스페어 미국 뉴욕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교수 역시 “복구 경로가 너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현재로서는 어떤 DNA 복구 경로를 강화할 수 있는지, 또 어떤 경로를 강화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장수동물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200년 이상 사는 북극고래는 인간보다 세포 수가 약 1000배 많지만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북극고래 세포가 DNA 이중가닥 절단을 매우 정확하게 복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지난해 10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북극고래가 추위 스트레스를 버티는 데 관여하는 'CIRBP' 단백질이 DNA 복구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IRBP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발현시키자 인간 세포 내 두 가지 DNA 이중가닥 복구 능력이 향상됐다.
연구팀은 2019년 설치류 18종의 DNA 복구 능력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최대 수명이 긴 동물일수록 피부·폐세포의 DNA 이중가닥 복구 능력 정확도와 효율성이 높았다.
복구 능력의 차이에는 노화·대사·유전체 안정성에 관여하는 '시르투인' 계열 단백질 'SIRT6'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비버와 생쥐의 SIRT6 단백질에서 서로 다른 아미노산 5개를 발견했다. 야생 비버의 수명은 10~12년인 반면 생쥐의 수명은 수년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비버의 SIRT6가 DNA 복구 능력 향상에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100세 이상 장수인도 기능이 뛰어난 SIRT6 변이를 지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장수인의 SIRT6과 DNA 복구 능력 사이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유럽분자생물학기구 저널'에 2022년 10월 공개했다.
얀 비흐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유전학 교수팀은 SIRT6을 활성화하는 물질인 '후코이단'을 후보물질로 주목한다. 후코이단은 갈조류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비흐 교수팀과 미국 로체스터 연구팀은 생쥐에게 후코이단을 먹이자 DNA 복구 능력이 개선되고 노화세포가 줄었으며 수명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두 건의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팀은 현재 50~80세 남성을 대상으로 후코이단이 세포 노화 지표와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DNA 복구 체계를 동시에 조절할 가능성도 열렸다. 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2023년 'DREAM 복합체'가 체세포의 여러 DNA 복구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예쁜꼬마선충 실험에서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에 공개됐다.
연구팀이 조기노화증후군 생쥐의 DREAM 복합체 형성을 억제하자 DNA 손상이 감소했다. 인간 세포에서도 DREAM 복합체를 억제하면 여러 DNA 복구 유전자의 발현이 동시에 증가했다.
DNA 복구 능력을 강화하면 곧바로 노화 억제나 수명 연장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암세포 역시 빠르게 분열하기 위해 DNA 복구 능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복구 기능을 높이는 접근이 암 치료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NAD) 보충제 역시 에너지 생성과 DNA 복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