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중동전쟁 틈타 석유화학 ‘15조원대 담합’…석화업체 경영진 2명 구속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권도현 기자
15조원 규모의 담합 의혹를 받는 국내 석유화학업체 전·현직 경영진 8명 중 2명이 구속됐다. 김유신 OCI 대표 등 나머지 6명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모 PKC 영업본부장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 전·현직 경영진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와 장영수 전 PKC 대표 등 나머지 전·현직 경영진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를 구속할 정도로 범죄혐의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됐다고 보기 어려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전날(18일)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 14일 이들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LG화학·한화솔루션·애경케미칼·OCI·롯데정밀화학·PKC·유니드 등 7개사가 수년간 석유화학제품 판매가격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 대상은 폴리염화비닐(PVC),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품목이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15조원 이상으로, 검찰이 수사한 담합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등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을 틈타 국내 판매가격을 올리기로 담합하고, 이를 통해 수조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 대상으로 지목된 제품들은 건설·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기초 소재다. PVC는 건축자재와 배관, 전선 피복 등을 만드는 플라스틱이며, 가소제는 PVC를 유연하게 만드는 첨가제다. 가성소다와 염산도 여러 제조 공정에 쓰인다.
해당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이를 사용하는 업체의 생산비가 늘고 최종 제품 가격에도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7개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이 가격 인상 여부와 인상 폭 등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0일에는 김 대표와 장 전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