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울 6억 미만 아파트…그곳엔 있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금천구 벽산5단지는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이하에 매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로 꼽힌다. (윤관식 기자)
서울 금천구 벽산5단지는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이하에 매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로 꼽힌다. (윤관식 기자)

강북 아파트 매매가 평균 12억 넘었지만

서울 금천구 벽산5단지는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이하에 매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로 꼽힌다. (윤관식 기자)

내집마련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가격 기준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주택 가격 상한이 6억원이기 때문이다.

KB부동산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6억3546만원에 이른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역시 12억원을 돌파했다. 실수요자가 원하는 최소 요건을 충족한 서울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10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낮추면 아직도 서울에는 6억원 이하로 거래되는 아파트가 여럿 있다.

시장조사업체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서울 6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은 21.9%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서울 6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은 2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20.5%, 25.4%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포인트, 6.5%포인트 높아졌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중저가 구축 단지가 밀집한 동북권과 서남권에 거래가 집중됐다. 노원구, 도봉구, 구로구, 금천구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6억원 미만 아파트라도 지역에 따라 주택 면적은 다소 달라진다. 6억원 이하 거래 중 전용 59㎡ 이하는 노원, 구로, 중랑구에 많이 포진돼 있다. 전용 84㎡의 경우 도봉·금천구 등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1번 출구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올라가니 꽤 큰 규모의 아파트 2개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호암산 자락에 걸쳐 있는 이곳은 관악산 벽산1단지와 벽산5단지다. 금천구청역 방향을 등지고 금하로 왼쪽은 벽산1단지, 오른쪽은 벽산5단지다.

두 단지는 규모와 준공연도, 입지 등이 매우 유사하다. 2000년 준공한 벽산1단지는 18개동, 2336가구, 벽산5단지는 2004년 준공했으며 25개동, 2810가구로 구성됐다. 굳이 두 단지를 비교하면 입지는 비슷하지만 준공연도나 규모 등에서 벽산5단지가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벽산5단지는 2000년대 초반 준공한 아파트로 준공연도 30년이 다 됐지만 재건축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고 용적률이 높기 때문이다. 벽산5단지의 경우 전용 59㎡의 대지지분은 약 28㎡, 전용 84㎡ 대지지분은 약 36㎡다. 통상적으로 가구당 대지지분이 약 50㎡를 확보해야 사업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몇 년 내에 재건축은 어려워 보인다.

물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장점도 많은 단지다. 아파트 내에 초등학교가 위치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다. 금천구에서 보기 드문 2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거래량이 많아 환금성이 좋다. 단지 내 산책로가 곧바로 관악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이른바 ‘숲세권’ 입지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지은 아파트지만 관리 상태 또한 양호하다.

결정적으로 요즘 벽산5단지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알음알음 화제가 되는 이유가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이하에 매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벽산5단지 전용 84㎡는 올해 9월 5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말 부동산 시장이 한창 뜨거울 때 벽산5단지 전용 84㎡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이후에는 대부분 6억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올해 7월 6억2200만원, 6월 6억300만원 거래가 있지만 나머지 거래는 5억~6억원에 이뤄졌다.

주목할 점은 매매 금액보다 거래 건수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벽산5단지는 매달 10건 이상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올해 또한 1월 9건, 2월 6건, 3월 10건, 4월 11건, 5월 10건, 6월 14건, 7월 15건, 8월 18건, 9월 5건 등 월평균 10건 이상 거래가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6억원 미만 서울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많은 단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서울에서 6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기 위해선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일단 준공연도 10년 미만 신축 아파트 중 500가구 이상 대단지를 6억원 미만에 매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역세권 여부나 전용면적, 지형 등도 제약이 많다. 그런데도 2~3가지 주요 요소를 포기하면 선택의 폭은 다소 늘어날 수 있다.

서울 6억원 미만 아파트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크게 2가지다. 전용 59㎡나 84㎡로 구성돼 3인 가구 이상 실거주가 가능한 단지다. 입지만 놓고 보면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곳이라고 보긴 어렵다. 대부분 지하철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없고 언덕에 위치해 다소 경사가 있는 단지가 많다.

앞서 언급한 벽산5단지 외에도 실거주 목적의 6억원 미만 아파트는 여럿 있다. 관악구 신림동 삼성산주공3단지(2000년 준공, 1482가구)나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4단지(1995년 준공, 361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산주공3단지 전용 58㎡는 올해 9월 19층 매물이 6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10월에도 15층 매물이 6억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당시 전고점 가격(6억5000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단지는 1년 전 전용 84㎡가 5억원 전후로 거래됐지만 올해 꾸준히 오르면서 다시 한번 6억원 선을 돌파했다. 방학동 신동아4단지 또한 전용 84㎡ 매물이 올해 10월 5억1500만원에 거래됐으며 시장에 나온 매물은 5억~6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두 번째 유형은 입지가 좋지만 전용면적이 다소 작은 경우다. 실거주 목적도 있겠지만 투자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단지로 분류된다.

먼저 눈길을 끄는 단지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다. 상계동 일대는 1단지부터 16단지까지 대규모 주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9㎡는 올해 9월 6억원, 6억1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상계주공14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다. 2265가구 대단지로 지하철 7호선 마들역까지 도보 3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서울 내 6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의견이 엇갈린다. 표면적으로는 대출 규제 등과 함께 전세 물량 감소 영향으로 6억원 미만 단지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약한 단지 가격이 먼저 하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서울도 6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로 실수요층이 몰리고 있다”며 “6억원 미만 아파트는 대부분 준공 30년 안팎 구축으로 배관과 누수, 단열 상태 등에 따라 입주 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법인 감동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83호(2026.11.04~11.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