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청소 나간 미화원들 참변…“왜 거기서 웃고 있어” 빈소 통곡

19일 오전 4시3분쯤 경북 영천시 도동네거리에서 6t 청소차와 25t 덤프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청소차에 타고 있던 3명이 숨지고 덤프트럭 운전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북 영천시 오미동 한 장례식장. 빈소 안내가 표시된 모니터 앞에서 한 60대 여성이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었다. 고인의 모친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집에서 급하게 나섰는지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샌들을 신은 모습이었다.
여성은 하염없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왜 거기서 그렇게 웃고 있느냐.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흐느꼈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은 할말을 잃고 그저 이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에 표시된 고인은 모두 세 명. 이들은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같은 차량을 타고 일터로 향하고 있었다. 영천시내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차량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덤프트럭과 충돌했다.
19일 오전 경북 영천시 도동 도동네거리에 위치한 신호등이 파손돼 도로 옆으로 넘어져 있다. 이날 새벽 4시3분쯤 6t 청소차와 25t 덤프트럭이 충돌한 여파로 신호등도 파손됐다. 김정석 기자
경북 영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분쯤 영천시 도동 도동네거리에서 환경미화원 3명이 타고 있던 6t 청소차가 25t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한모(66)씨와 정모(66)씨, 우모(44)씨가 숨지고 25t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70대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한씨 등 3명은 영천시 생활폐기물 수거 업무를 위탁 받은 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사고 당시 새벽 청소를 위해 근무지로 이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희생자 중 한 명인 한씨와 과거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는 “고인은 한때 영천시청 환경미화 공무직으로 근무할 당시 노조 위원장을 오래 역임하면서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며 “근면성실하고 누구보다 동료들을 아꼈기 때문에 예전 동료들이 다들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노조 위원장까지 했지만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기 위해 다시 청소 업체에 재취업해 새벽일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천에서는 청소대행업체 3곳이 5개 동(洞) 지역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업체당 3명이 1개 조로 일한다.
이날 오전 11시 영천 도동네거리는 사고 발생 약 7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당시 사고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19일 오전 경북 영천시 도동 도동네거리에 위치한 신호등이 파손돼 도로 옆으로 넘어져 있다. 이날 새벽 4시3분쯤 6t 청소차와 25t 덤프트럭이 충돌한 여파로 신호등도 파손됐다. 김정석 기자
청소차를 들이받은 덤프트럭은 교차로에 있는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은 뒤 균형을 잃고 넘어졌는데, 그 충격에 함께 부서진 신호등 기둥은 여전히 도로 옆으로 넘어진 채였다. 그 옆으로는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신호등을 수리하러 온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차로 인근 조경수도 사고 여파로 가지가 상당수 부러진 모습이었다. 덤프트럭이 넘어지면서 실려 있던 흙을 도로에 쏟은 흔적도 보였다. 신호등이 사라진 교차로에서는 교통 경찰관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돕고 있었다.
사고 이후 견인차를 통해 경북 경산시 한 공터로 옮겨진 두 사고 차량은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특히 청소차는 강한 충격 때문에 좌석이 있는 앞부분과 짐칸이 있는 뒷부분이 분리돼 있었다.
19일 오전 경북 영천시 도동 도동네거리에서 충돌 사고가 난 6t 청소차와 25t 덤프트럭이 경북 경산시 한 공터로 옮겨진 모습. 사고 충격으로 두 차량 모두 심각하게 파손돼 있다. 사진 독자
덤프트럭 역시 종잇조각처럼 구겨진 모습이었다. 차체가 운전석 쪽으로 찌그러지면서 하반신을 크게 다친 덤프트럭 운전자는 대구 한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고가 난 영천 도동네거리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점멸 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다. 경찰은 사고 당시에도 점멸 신호가 켜져 있었으며 각각 직진과 좌회전하던 두 차량이 상대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덤프트럭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