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윤리위·최고위, 안 싸우는 곳이 없다…내홍 속 호재 놓치는 국힘

국민의힘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당 곳곳에서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탄들이 온통 당 내부에서 터지면서 연일 어수선한 분위기다. 내전 수준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와 주식·부동산 이슈 등 민심을 끌어올 기회가 쏟아지는데도 사실상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한 불만으로 벌어진 '멱살잡이' 사태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권영진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벌인 물리적 충돌 사태로 정 원내대표는 회의에 불참했고 원내지도부는 엄정한 대응을 강조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당의 명예와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권 의원은 이후 '사과와 반성'이란 제목으로 서면 사과문을 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저의 부족함이고 잘못이었다"며 "정 원내대표께 큰 결례를 범하고 리더십에 상처를 드린 제 불찰과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파장은 꺼지지 않았다. 원내부대표단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당권파 조광한 최고위원 등 원외당협위원장들도 모여 권 의원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즉각 회부해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의 윤리위원회도 내분으로 시끄럽다. 윤민우 위원장이 이끄는 윤리위는 일부 윤리위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면서 내부 갈등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장동혁 대표가 윤리위원으로 추가 선임한 정경욱 당 미디어대변인을 두고도 우종환 부위원장이 공개 비판했다. 정 대변인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일부 윤리위원들이 친한계거나 징계대상자들과 연루되어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윤리위원 한 명이 신원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사퇴하면서 윤리위는 정상 운영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윤리위는 지선 후 진행된 두 차례 회의 모두 윤리위원들의 저조한 참여로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60여 건에 이르는 징계 요청안 처리가 크게 미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최고 기관인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 간 공개 또는 비공개 회의에서 충돌은 반복돼 왔다. 지선 후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이 장 대표 사퇴를 촉구한 이후 다소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각종 현안을 두고 여전히 잡음과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시·도당위원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 김민수-우재준 최고위원이 공개 석상에서 이견을 드러냈고, 선관위 특검의 수사범위를 두고서도 투톱인 장 대표와 정 원내대표 사이 온도차가 감지됐다.
국민의힘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기강이 약하기 때문이란 자조가 나오고 있다. 장 대표가 리더십 위기로 당을 힘 있게 이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깊은 계파 갈등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터져 나오고 있단 것이다. 국민의힘에 오래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당에 어른도 리더도 없는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서 "지도부를 향한 물리적 충돌까지 나왔다는 건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당내 분열과 수습에 몰두하는 탓에, 정부·여당의 잇단 악재를 정치적 기회로 삼지 못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가 '유시민 논란' '신천지 폭로' 등으로 여권 지지층마저 실망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고, 불안한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2030세대 등 민심의 이탈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선 직후 반짝 상승했던 지지율을 지켜내지 못하고 또 다시 하락세만 이어가고 있다. 당 차원에서 대여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당장 장 대표가 여전히 장외 투쟁에 몰두하고 있어 당 결집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