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내식당 '밥값' 정규직은 1500원, 하청은 7500원"

<삼성전자 사내하도급 노동 실태 연구>…하청 차별, '불법파견' 가능성 등 제기
삼성전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밥값에서 셔틀버스, 휴게실에 이르기까지 차별적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증언이 담긴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연구에는 정규직에게 직접 지시 받으며 일한다는 하청 노동자의 증언도 담겼는데, 이는 불법파견 징표 중 하나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진보정책연구원은 17일 국회에서 <삼성전자 사내하도급 노동 실태 연구> 보고서 발표회 및 토론회를 열었다. 보고서는 진보정책연구원이 금속노조 경기지부 등과 협업해 작성했다. 화성·용인·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이 조사에 응했다.
"삼성 직원과 협력사, 식사 가격 달라…셔틀버스
보고서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차별적 경험에 대한 증언이 담겼다. 먼저 구내식당 밥값 이 달랐다. 평택 공장 50대 여성 하청 노동자 D 씨는 "식사도 삼성 직원하고 협력사하고 가격이 다르다"며 "삼성 직원들은 1500원에서 2000원 내외인데 저희는 이번에 인상돼 8500원 정도"라고 했다.
평택 공장 30대 남성 하청 노동자 C 씨도 밥값에 대해 "임직원들은 공짜인데 복지라고 들었다. 추가로 한 번 더 찍으면(먹으면) 1000~1500원 정도인데, 저희는 7500원"을 낸다고 했다.
셔틀버스도 분리돼 있었다. 노동자들은 각 버스의 쾌적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화성 공장 40대 남성 하청 노동자 O 씨는 "임직원(정규직) 버스와 협력업체 버스는 구분된다"며 "임직원 쪽은 인원이 별로 없어 여유있게 다니는데, 협력사 버스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미어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사내에서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순환 셔틀버스도 '협력업체는 타지 마라. 걸어다녀라'며 못 타게 막았다"며 "(정규직이) 땀 냄새 난다고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하청 노동자의 휴게실 사용을 제약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용인 공장 50대 여성 하청노동자 K 씨는 "휴게실도 있는데 요즘 시끄럽다"며 "현업(정규직)들 써야 된다고 (하청 노동자는) 휴게실 밖으로 나가서 쉬라 그랬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아예 (휴게실을) 못 쓰게 한다"고 했다.
화성 공장 40대 하청 노동자 A 씨는 휴게실과 관련 "원청과 하청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며 하청 노동자가 쉬는 곳은 "굉장히 협소하다. 그러다 보니 복도에서 쉬거나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자리가 없다"고 했다.
"하청업체 산재 발생 시 인센티브 삭감…다치면 숨긴다"
연구진은 인터뷰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성과급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A등급 235만 원, B등급 150만 원, C등급 80만 원, D등급 0원 등 4단계 성과급 체계를 적용받는다. 이는 1년에 2번 지급되며, 원청의 하청업체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연구진은 "원청의 인센티브 등급 산정 기준은 은폐돼 있다"면서도 "공장에서 고가의 웨이퍼가 파손되거나 설비 트러블이 발생하면 원청은 이를 하청 노동자의 부주의로 보고 감점요인으로 삼으려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센티브 제도의 가장 큰 폐해는 '업체 구성원 연대책임제'"라며 "작업 중 부상이나 사고가 발생해 원청에 보고되면, 해당 업체 전체의 평가 등급이 최하위로 추락해 전 직원에 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다친 노동자는 동료의 인센티브를 날려버린 '역적'으로 몰려 비난과 눈총을 감내해야 한다"며 "결국 인센티브 제도는 하청 노동자 스스로 사고를 숨기고 자부담 치료를 선택하게 하는 '조직적 산재 은폐 기제'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평택 공장 40대 남성 하청 노동자 H 씨도 "산재가 발생하면, 보고하는 순간 나는 '역적'처럼 된다. 그래서 안 하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A 씨도 누군가 산재를 당해 "인센티브를 못 받으면 다른 사람이 볼 때 그 사람은 죽일 놈이 된다"고 말했다.
"원하청 1년 단기 계약 일반화…불법파견 가능성도"
연구진은 삼성전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로 원하청 간 단기 계약을 지목했다. 연구진은 최근 삼성전자에서 "하청업체 성격과 무관하게 1년 단위 계약이 일반화됐다"며 "1년 단위 계약은 하청 노동자의 집단적 권리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원청의 지침에 반발하는 징후가 보이면, 원청은 복잡한 해고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다음 입찰에서 제외하겠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로 노조를 무력화하고 업체를 통째로 정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또 "삼성 직원에게 전화로 업무 지시 요청이 온다", "삼성직원이 ACS(업무용 내부 메신저)로 저희한테 '이걸 지금 작업해 달라'고 한다" 등 증언을 토대로 삼성전자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엄미야 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토론회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단기, 쪼개기 도급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삼성전자의 불법파견 정황에 대해 즉시 조사해 시정조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명식 고용노동부 고용정책과장은 "산재 은폐, 불법파견 등 각각을 소관하는 과가 다르다"면서도 "그런 요소가 없는지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밥값 차별, 불법파견 주장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의 질의에 "특별한 입장은 없다. 원하청 차별은 없다"고 답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진보정책연구원이 17일 국회에서 연 삼성전자 하청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프레시안(최용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