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부인과는 왜 아직도 불편한 공간일까

국가는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제공하며, 검진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0% 지원한다. (이미지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웹진 『건강보험』 https://www.nhis.o
국가는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제공하며, 검진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0% 지원한다. (이미지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웹진 『건강보험』 https://www.nhis.o

국가는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제공하며, 검진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0% 지원한다.

저의 첫 산부인과 경험은 어린 시절이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질 입구 주름이 손상되어 병원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의 기록에 "(딸의) 처녀막이 찢어져 속상하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고, 그때의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슬픔의 원인이 '처녀막'이었을까.

그날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산부인과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었다. 시간이 꽤 흐른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내 상처 부위가 단순한 신체 조직이 아니라 오랫동안 여성의 '순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사실을.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면서 나는 비교적 다양한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생리통이 심하거나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접한 환경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바깥으로 나오면 현실은 달랐다.

병원에서는 성관계 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 질 초음파 대신 복부 초음파나, 필요한 경우에는 경직장(항문) 초음파 검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접해 본 적이 없던 어머니는 "산부인과에서 (미혼 여성에게) 왜 자궁 검사를 하냐, 의사가 이상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셨다. 그것은 의사를 향한 불신이라기보다, 산부인과 자체를 성적인 의미와 연결시켜 특별한 장소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우려였다.

우리는 여성의 생식기 건강보다 먼저 '성'을 떠올리도록 배워 왔다. 인터넷에서는 산부인과 진찰대를 '굴욕의자'라고 부르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치과 의자도, 대장내시경도, MRI 검사도 결코 편안한 자세와 경험은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산부인과 진찰대만 '굴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물론 진찰 자체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을 '굴욕'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자세보다도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문화일지 모른다. 여성의 몸을 드러내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산부인과 방문을 성경험과 연결하며, 생식기를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의 문제처럼 바라보는 시선. 진찰대 위의 우리는 그 오래된 시선들 앞에서 굴욕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한동안 나는 이런 인식이 부모 세대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생리통이 심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인데도 참고 지내다가 몇 년 만에 병원을 찾는 친구, 건강보험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대상이 되었지만 한 번도 검진을 받지 않은 친구, 질염이 반복되어도 민망하다며 약국만 찾는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산부인과는 내과나 안과처럼 몸의 한 부분을 진료하는 병원이다. 생리통, 질염, 호르몬 이상, 예방접종, 암 검진 등 여성의 건강을 위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산부인과를 임신과 출산을 위한 공간으로 먼저 떠올린다. 오랫동안 여성의 몸은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미래의 어머니가 될 몸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래서 여성의 건강보다 재생산이 먼저 이야기되고, 산부인과 역시 '건강을 관리하는 병원'보다 '아이를 낳는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았다.

산부인과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다. 아프면 가고, 질병 예방을 위해 가고,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하기 위해 가는 병원이다. 산부인과를 찾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성 경험을 추측하거나, 여성의 몸을 '순결'과 연결하고, 생식기를 건강이 아닌 도덕성의 문제처럼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내려놓아야 할 여성혐오적인 문화다.

언젠가는 산부인과가 치과나 안과처럼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병원이 되었으면 한다. 여성의 몸은 '순결'을 증명하기 위한 대상도, 출산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도 아니다. 그저 건강을 돌보고,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는 몸이다.

혹시 아직 국가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면, 이 글을 읽은 김에 예약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생리통이 심해서 일상 생활을 어렵게 하는데도 '원래 다 그런 거겠지' 하며 참고 있었다면, 한 번쯤 산부인과를 찾아가 보면 좋겠다. 산부인과는 특별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이들이 가는 병원이다. 우리는 나의 몸보다 남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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