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른장마, 극한 폭염, 돌발 가뭄… 낡은 ‘물그릇’으론 못 버틴다
![11일 경북 청도군 삼신지 바닥이 폭염과 가뭄으로 바짝 메말라 있다. 2026.08.11 [청도=뉴시스]](/static/uploads/rss_3849109df8c50b63.jpg)
극한 폭염이 겨우 꺾이나 했더니 극한 가뭄이 길어지며 영남 지역이 타들어 가고 있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가뭄 경보가 발령된 전국 25개 시군 가운데 20곳이 영남에 몰려 있었다.
경북 청도군 운문댐의 저수율은 25%, 경남 밀양시 밀양댐 저수율은 31%까지 떨어졌다. 농업용수 공급 부족으로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식수 공급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내 가뭄은 강수량이 부족한 봄에 발생하고 장맛비가 내리면 해갈이 됐다. 그런데 이번 영남 지역 가뭄은 장마가 지나간 한여름에 발생했다. 강수량이 적은 ‘마른장마’에 이어 폭염이 겹치면서 단 몇 주 만에 수자원이 고갈되는 ‘돌발 가뭄’이다.
지난달 부산·울산·경남의 강수량은 68mm로 평년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적었다. 반면, 양산 42.5도, 밀양 41도 등 낮 최고 기온은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역대 최다였다. 대기도, 지표도 식지 않으니 물은 스며들지 못한 채 증발했고 땅은 버썩 말라버렸다.
당분간 비 소식도 없어 극한 가뭄이 길어지고 자칫 여름 산불 같은 2차 재해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문제는 폭염과 가뭄, 홍수가 번갈아 나타나고 계절적 규칙이 깨진 복합적인 기후 재난에 대응하기에 물관리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3422곳)의 99.6%가 10년 빈도 이하의 ‘보통’ 가뭄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그보다 심각한 가뭄이 들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상청은 이번 가뭄이 20년 빈도 가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올여름 홍수 대비를 위해 댐, 저수지의 사전 방류를 통해 물그릇을 비워 두었다가 ‘돌발 가뭄’이 발생하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물그릇을 키워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영동 가뭄, 2022년 호남 가뭄 등 극한 가뭄의 발생 횟수는 잦아지고 지역은 넓어지고 있다. 기존 댐과 저수지 바닥을 준설하고 둑을 높여 저수량을 늘리고 전국의 댐과 저수지, 하천을 촘촘히 연결해 물이 남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
물그릇을 키우는 동시에 하수 처리수 재활용, 해수 담수화 등 기술적인 해결도 확대해야 한다. 2010년대 들어 댐 신규 건설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는데 재개할 필요도 있다. 과거 기후 통계에 기반한 낡은 인프라로는 ‘뉴노멀’이 된 기후 재난을 대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