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미투자 1, 2호 가스 화력-원전”… ‘상업적 합리성’ 지켜내야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223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낙점됐다. 2호 투자 사업으로는 미국에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해 원전 8기를 짓는 12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의 정상은 조선업 투자액 1500억 달러가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함께 25%의 미국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에 조선업을 뺀 나머지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액 중 약 70%를 미국 에너지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첫 투자 지역인 텍사스는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력 공급으로 안정적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투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에너지 사업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다. 전력을 사줄 장기 수요처를 확보하고 공기 연장으로 사업비가 불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엔시날 프로젝트도 미국이 용수비용 증가를 이유로 투자비의 25% 증액을 요구해 한미 간 실무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한 미국 내 원전 건설 사업도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가 갑절로 뛴 일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인허가 절차와 지역 주민 설득 같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할 수 있다.
제조업 공급망이 취약한 미국에 한국 기업의 가스터빈 기술, 원전 기자재, 시공 능력은 도움이 된다. 양국은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노형, 투자 방식 등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미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수출한 경험도 있다. ‘팀코리아’의 참여가 단순한 투자나 시공에 그치지 않고 설계부터 핵심 기자재 조달까지 주도적 역할을 하고 한국형 원전의 미국 수출길을 열 수 있어야 양국 모두에 이익이다.
대미 투자는 한미 관계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중요한 실마리다. 이재명 대통령은 18∼28일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이 이 기간에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 발표를 계기로 관세 문제와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의 후속 협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