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의 잇단 비자 거부, 갈등 본질은 친북·친중 의심 아닌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뉴스1·연합뉴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해외 국감 지역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바꿨다. 미국으로 가려던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여야 의원 7명 중 비자 보류는 정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1989년 미 대사관저에 난입해 점거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2년과 2014년엔 미국 비자를 받았던 만큼 최악으로 치닫는 한미 관계가 이번 비자 보류의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여당 대표를 지낸 4선 의원의 미 입국 불발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주한 미국 대사가 부임하면 한 달 전후로 통일부 등 안보 부처 장관을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스틸 대사는 부임 두 달이 넘도록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지 않고 있다. 이종석 국정원장을 만났는지도 불분명하다. 정 장관과 이 원장은 북한, 중국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 정 장관은 북한 지뢰 도발에 대해서도 ‘고의성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북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회의에 미국 요구로 국정원만 참여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지난 일” “현재는 협력 중”이라고 했지만 국정원이 워싱턴에 보내려던 요원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엔 CIA 등 미 정보 당국자들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원장의 방미를 미국 측이 거부했다는 주장도 국회 국감에서 나왔다. 대미 투자 협상 때 미국 측이 ‘국정원 불신’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경고는 지난 3월 정 장관이 ‘북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이후 본격화했다. 지금까지 6개월째 우리 정부와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한미일 회의에서 국정원만 빼라고 했고 국정원 요원 등의 미국 비자도 내주지 않고 있다. 호남 반도체 부지인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두고도 한미 간에 이견이 있다. 광주 기지는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기지 중 하나인데 유사시 미 항공 전력이 전개되는 곳이다. 동북아 미군은 중국군 견제가 전략적 목표다.
정부는 미국의 움직임이 투자 협상용 압박 카드가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불만이 정동영 장관 발언을 방아쇠로 이종석 국정원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면 갈등의 본질은 ‘협상’이 아니라 ‘안보’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동맹의 본질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방치하고 정상적인 한미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