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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29명 대 804명’··· 한국 폭염 통계의 두 얼굴 [데이터로 보는 기후위기]

6월24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분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REUTERS
6월24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분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REUTERS

지난 5월 서울에서 역대 가장 이른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염 사망의 실제 규모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크다. 숫자를 어떻게 세느냐가 대책의 크기를 결정한다.

6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글로벌 사이언스미디어센터 네트워크의 에디터 정례 화상회의 시간이었다. 독일 에디터가 인사 삼아 폭염 이야기를 꺼냈다. 유럽은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이미 30℃가 훌쩍 넘었다고 했다. 영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덥고 습한 기후에 익숙한 타이완 에디터도 이번 유럽의 폭염 소식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반구라 계절이 반대인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참가자들은 껴입은 파카가 민망한 듯 웃었다. 그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29℃가 조금 안 됐다.

유럽을 찾아온 이례적인 폭염이 최고조에 달한 주 한가운데였다. 7월9일,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가 올해 독일 내 폭염 사망자 추정치를 발표했다. 6월28일까지 올 상반기 26주간 독일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5120명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인구 10만명당 6.2명꼴로, 이미 어지간한 해의 1년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그런데 그중 84%인 4310명이 6월22~28일 단 한 주 사이에 사망했다. 회의가 있던 바로 그 주다.

7월13일 영국 기상청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도 올해 5~6월 영국 내 폭염 사망자 수를 추정해 공개했다. 역시 모델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수치를 보여줬다. 5~6월 두 달간 영국에서 발생한 초과사망자 수는 2750명에 이르렀고, 특히 6월 폭염이 집중된 10여 일 사이에 2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5월 사망자의 59%(327명)와 6월 사망자 38%(825명)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분석했다. 두 달 사이에 1150여 명이 오로지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유럽은 이미 이와 비슷한 상황을 꽤 여러 번 겪었다. 독일은 1994년과 2003년에도 막대한 폭염 피해를 입었다. 당시 연간 폭염 사망자 수는 1만명을 넘었다. 2018년에도 8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7000여 명이 사망한 해는 여럿 있었다. 만약 올해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피해가 이어진다면 1만명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 20여 년 만에 과거 기록에 근접하게 된다. 물론 기록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유럽 전반으로 확대해봐도 비슷하다. 매년 유럽의 여름 폭염(열파)과 사망자의 관계를 연구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원(ISGlobal)이 지난해 9월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자. 역사상 가장 무더웠던 2024년 여름 유럽에서 열 관련 사망자는 6만2775명으로 추정됐다. 2023년의 추정치 5만800명보다 24% 높고,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022년의 6만7900명보다는 약간 낮은 수치였다.

6만여 명이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 논문에서 조사한 유럽 대상국은 32개국이었다. 이들의 인구를 모두 더하면 5억3900만명이다. 한국 인구(약 5100만명)의 10.6배다. 2024년 유럽의 열 관련 사망자 비율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면, 한 해에 5920여 명이 열로 사망하는 상황이 된다. 상당한 재앙이다.

이런 일을 유럽 국가들은 줄곧 겪고 있었다. 이해의 폭염 사망자를 국가별로 나눠보면 이탈리아가 1만903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스페인(6743명), 독일(6282명), 그리스(5980명), 루마니아(4943명)가 뒤를 이었다. 남부 및 동부 유럽에서 사망자가 많다. 인구당 사망률 역시 남부 유럽인 그리스가 100만명당 574명으로 가장 높았다. 불가리아·세르비아·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국가와 이탈리아가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에서 피해가 컸던 이유는 절대적인 온도도 높지만 에어컨 등 적응 대책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인구 집단별로도 양상은 달랐다. 사망자는 여성일수록 노인일수록 많았다. 여성 폭염 사망자 수는 남성의 거의 1.5배였고, 75세 이상 노인의 사망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올해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결과도 비슷했다. 열사병 관련 사망자의 80% 이상은 75세 이상 노인이고, 여성 사망자가 더 많았다. 여성의 피해가 더 많은 것은 고령자 중 여성 비율이 높아서였다.

한국은 어떨까. 앞서 유럽 열 관련 사망자 수를 인구 비례로 한국에 적용하면 한 해 5900여 명이 사망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감을 잡기 어렵다. 한국의 실제 상황과 비교해야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폭염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지는 쉽게 알기 어렵다. 통계가 복잡하고 헷갈려서다.

적어도 세 개의 각기 다른 수치가 있다. 먼저 정부 브리핑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온열질환 사망자 수다. 주로 질병관리청 응급실 감시체계 추정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 중 가장 숫자가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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