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진실 꼭 밝힐게”...“또 이태원에서 만나”

4주기 맞아 ‘이태원 기억 담기 아카이브’ 열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시민 추모 메시지 2만4천 건 온라인 공개
10·29 이태원참사 4주기를 맞아 그간 시민들이 추모 공간에 남긴 메시지들을 모았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기록보존팀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연 '이태원 기억 담기 아카이브'(remember1029.net)에서 더 많은 메시지를 볼 수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기억 담기 아카이브" 캡처화면/편집 이세아 기자
"사랑하는 내 딸 주희야. 무책임한 이 나라에서 잘못을 필히 밝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랑하는 딸아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편히 쉬렴."
"당시 출동 나갔던 구급대원입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아무 잘못 없는 거 알지? 우리 또 이태원에서 만나자. 우리 앞으로도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시자."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이 추모 공간에 남긴 기억 메시지 2만 4천여 건이 온라인 기록 보관소(아카이브)로 공개됐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기록보존팀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참사 4주기를 맞아 '이태원 기억 담기 아카이브'(remember1029.net)를 열었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참사 직후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과 추모 공간에는 수많은 포스트잇과 편지, 그림이 쌓였다. 아카이브에서는 이 메시지들을 검색하고 읽을 수 있다. 메시지는 일반·호명·생존자·외국어 등 유형별로도 나뉘어 있으며, 보존 작업을 마치는 대로 새 메시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참사 현장에 있던 이들이 남긴 글도 있다. "금일 이곳을 근무한 경찰입니다. 너무 죄송합니다."('54 기동대 일동', 2022년 11월 6일 남긴 메시지) 현장 구조자 최민규 씨는 "한 분이라도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이태원 소상공인들은 "다음에는 더 많이 살리고 구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현장을 취재했던 언론인으로 추정되는 이는 "취재랍시고 가까이 가지도 못했네. 무서워해서 미안해"라고 적었다.
오랜만에 추모 공간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다시 살아지고 있는 게 신기해. 웃기도 하고, 일도 다시 너무 바쁘네. 근데 여기 오니 또 눈물이 난다. 아직 나는 그날에 갇혀 있나 봐"라고 썼다.
다른 참사를 먼저 겪은 유가족의 편지도 담겼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는 '4월의 엄마가 10월의 엄마에게'라는 편지를 남겼다. 그는 노래를 좋아하고 과일을 좋아해 별명이 '과일나라'였던 딸을 소개하며, 같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과 함께한 시민들 덕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참사 초기 정부가 '보상금' 프레임으로 유가족을 돈에 눈먼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고 비판하고, 관련 악성 댓글 때문에 고장 난 세탁기조차 바꾸지 못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이 길이 생각보다 참 깁니다. 잘 챙겨 드시고 때로는 쉬시고 때로는 도움을 받아가면서 긴 호흡으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유가족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등이 주최해 열린 10.29 이태원참사 4주기 청년추모문화제 현장. ⓒ뉴시스
아카이브는 여러 시민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기록보존팀과 자원활동가들은 추모 공간의 메시지가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수거해 분류하고, 문서철로 묶어 스캔했다. 이후 빠띠와 함께 손글씨를 텍스트 데이터로 옮겼다. 온라인 '이태원 기억담기' 캠페인을 통해 직접 손글씨를 읽고, 입력하고, 검수한 시민들도 많다.
기록보존팀 기선 활동가는 "수많은 시민들이 남긴 애도와 기억의 말들이 단지 수만 건이라는 숫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과 평화로운 일상을 향한 변화의 움직임에 가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빠띠 박효경 시민기술센터장은 "디지털화 과정은 시민들이 다른 시민의 기록을 직접 읽고 보존하는 일에 참여한 과정이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참사를 기억하고 돌아보는 데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송두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특조위원들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한편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4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간보고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11시21분 내려진 대통령 지시는 55분이 지난 이튿날 오전 0시16분에야 관계기관에 전달됐다. 행정안전부 상황실 내부에서는 "전파하면 행안부가 재난부처가 될 것 같다"는 발언이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조위는 재난 대응 책임을 피하려는 인식이 초기 대응을 늦췄다고 판단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 11건을 받았으나 출동하지 않았다. 앞서 4건에 출동했다고 기록했지만, 특조위는 이 기록이 두 차례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참사 당일 현장에는 인파 관리를 맡는 경찰 경비기동대가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오는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