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차등 과세’ 세제 개편안…전월세난·임차인 불안 키우나

정부는 같은 1주택자에 대해서도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에 차등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를 놓은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해 실거주로 돌아설 경우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임차인의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또한 같은 가격의 주택과 동일한 양도차익에 대해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방안은 조세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12억원’에서 ‘공시가격 14억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거주용 1주택자와 비거주용 1주택자를 나눠 기본공제금액을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거주용 1주택자는 현재 12억원인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14억원으로 상향되지만, 비거주용 1주택자의 기본공제금액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또 양도소득세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특별공제로 바꿔,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다.
그러나 이러한 차등 구조가 자칫 전월세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에 나서면 전월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도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인 경우에는 무력화되기 때문에, 임차인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직장·학군 등 거주지에 기반한 제반 여건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서 새집을 찾는 임차인이 늘게 되면, 전월세 가격과 집값 상승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비거주 1주택의 상당수는 전세끼고 집을 사는 이들인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정부안을 발표하고 재검토를 하니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에 거주·비거주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긴다는 구상이 조세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가액과 양도차익 등 담세력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게 과세의 기본 원칙이지만, 실거주라는 정책 목적을 억지로 끼워 넣으면서 세율 체계만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제개편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같은 1주택이라도 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 공제를 14억원과 9억원으로 차등하는 것은 같은 가액의 자산에 같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주택 정책적 고려 또는 정무적 판단이 우선하면서 조세 원칙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불이익을 포함해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그룹에 대한 우대(차별)의 강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라며 “세 부담(혜택)의 쏠림은 그 자체로 시장을 왜곡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악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도 보완 가능성을 미리 열어두고 나섰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고 공정 과세와 과세 형평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부동산 세제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으로 실거주 유예를 확대하는 방안을 현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취학, 직장 변경, 질병,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고려해 비거주 1주택자 예외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