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100조원 시대 연 삼성전자…'예상 상회'에도 주가는 왜 밀리나 [마켓프리즘]

예상 웃돈 폭은 50%→6%→2%…컨센서스 상회 폭 1분기 50%→3분기 1.9%
매출은 두 분기 연속 전망 밑돌아…서프라이즈는 이익률 55%에서 나왔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554조원…진짜 눈높이는 분기 숫자 아닌 내년에
삼성전자가 8일 내놓은 3분기 잠정실적은 숫자만 보면 흠잡을 곳이 없다.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2.5% 늘었고, 국내 기업이 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2025년 한 해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석 달 만에 벌었다.
그런데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정규장을 26만2000원으로 마치며 2.42% 내렸다. '좋은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설명이 먼저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좋다'를 무엇과 비교해 말하는지 따져보면 실적과는 다른 주가 흐름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적이 좋은지 나쁜지는 결국 시장 전망치, 즉 컨센서스와 견줘 매겨진다. 올해 세 분기를 나란히 놓으면 흐름이 분명하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조1166억원이었는데 실제로는 57조2000억원이 나왔다. 전망치를 50% 웃돌았다. 2분기에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컨센서스 84조1605억원에 실적 89조4000억원으로 6.2% 웃돌았다. 3분기에는 같은 집계 기준 105조4137억원에 107조4000억원이다. 상회 폭은 1.9%다. 이익은 세 분기 연속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지만 예상을 넘어선 폭은 50%에서 6%, 다시 2%로 줄었다.
2주 전만 하더라도 기준선은 더 높았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로 9월 21일 기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11조3772억원이었다. 3개월 전 105조9030억원에서 5% 올라간 숫자다. 이 기준이면 이번 실적은 오히려 3.6% 모자란다. 물론 집계 기관마다의 차이도 있고 시점도 다르기에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로이터는 원화 강세로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전망치를 깎았다고 전했다. 올라가던 눈높이가 발표 직전 내려왔고, 실적은 내려온 기준선을 넘었다는 뜻이다.
매출은 더 분명하다. 2분기 매출은 컨센서스 176조234억원에 못 미친 171조원, 3분기는 200조2577억원에 못 미친 195조원이었다. 두 분기 연속 매출은 전망치를 밑돌았는데 영업이익은 웃돌았다. 서프라이즈가 판매 물량이 아니라 이익률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55.08%로 2분기 52.18%보다 높다. 직전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이었던 2018년 3분기 영업이익률 26.8%의 두 배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존 오서스는 이번 주 뉴스레터 '포인츠 오브 리턴'에서 미국 3분기 실적 시즌을 '진실의 순간'이라고 불렀다.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데도 주식시장이 버티는 것은 이익이 강해서인데, 그 이익이 흔들리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2분기 S&P500 기업 이익은 1년 전보다 33% 늘었다. 경기침체 뒤 반등기를 빼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증가율이다.
3분기 전망은 엇갈린다. 도이체방크의 반킴 차다는 이익 증가율이 34%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반면 시장 컨센서스는 27%로 감속을 가정한다. 기준선이 낮게 그어져 있으니 '예상 상회'가 또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도 대부분 기업이 전망을 넘을 것으로 봤다. 예상을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정보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이익의 출처도 한쪽으로 몰려 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애널리스트 추정에 따르면 이번 분기 S&P500 주당순이익(EPS) 증가분의 50% 이상이 AI 인프라 투자 수혜 기업에서 나오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는 116% 늘어난다. 삼성전자 메모리를 사는 곳이 바로 그 하이퍼스케일러다. 미국과 한국의 이익 증가가 같은 지출에 걸려 있다.
분기 컨센서스보다 높은 곳에 걸린 눈높이는 내년 전망이다. 이투데이가 전한 7일 기준 202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삼성전자 554조원, SK하이닉스 401조원, 코스피 전체 1330조원이다.
성전자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54조원이다. 여기에 로이터가 전한 4분기 전망(전 분기 대비 8.2% 증가)을 더하면 올해 연간은 계산상 370조원 안팎이다. 내년 554조원은 여기서 다시 50% 가까이 늘어난다는 전제다.
다가오는 숫자는 감속을 가리킨다.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 8.2%는 3분기(2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본다.
소시에테제네랄(SG) 주식전략팀의 분석은 이 대목에서 참고할 만하다. SG 분석에 따르면 유럽 STOXX600 지수에서 장기 EPS 성장률 기대치와 이후 12개월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였다. 위기 때처럼 기대가 낮으면 이후 수익률이 좋았고, 기대가 높으면 마이너스 수익률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장기 이익 전망이 이익을 맞히는 신호라기보다 역발상 지표에 가깝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55% 이익률은 그 흐름의 가장 극단에 있는 숫자다. 직전 사이클 정점의 두 배인 이익률이 내년에도 이어지고 이익이 다시 50% 늘어난다는 게 지금 눈높이에 깔린 가정이다.
여기서 결론을 서두를 수는 없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원화 강세에도 메모리 가격 결정력이 확인됐다며 매수를 권했고, 증권가에서는 1~2개월 안에 내년 추정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판가름은 이달 안에 몇 차례 온다. 13일(현지시간) 오전 JP모건체이스가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미국 실적 시즌이 열린다. '예상 상회'는 거의 정해져 있고, 관건은 그 폭이 금리 상승을 견딜 만큼이냐다. 29일에는 삼성전자가 사업부별 확정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 추정대로 반도체(DS) 부문 이익률이 75~80%에 이르는지가 드러난다. 그 사이 2027년 컨센서스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가 이번 실적에 대한 시장의 채점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