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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100조 벌고 공장 더 짓는다…'고점론' 맞서는 메모리 전성시대

삼성전자, 글로벌 빅테크 첫 ‘분기 영업익 100조’

HBM·모바일 D램 가격 상승 전망…장기계약 확대

최태원 “용인 12년 당겨도 부족”…호남 반도체 속도전

마이크론 파업권 확보…국내 업체 반사이익 가능성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처음 연 가운데 메모리 업계가 공장 추가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가격 상승세 둔화에 따른 고점론이 일부 나오지만 인공지능(AI) 수요와 장기공급계약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이를 등에 업고 올해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비(非)메모리를 처음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메모리 시장 1조달러…삼성·SK 가격 협상 우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11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1조755억달러로 올해 예상치(8373억달러)보다 28.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비메모리를 처음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매출은 내년에도 비메모리 전망치(8644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27%였던 메모리 비중은 내년 약 55%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비메모리를 뛰어넘는 것은 반도체 역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 호실적이 그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5% 폭증했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은 그 어떤 글로벌 빅테크들도 하지 못한 신기원이다.

가트너는 신규 메모리 공장 증설이 이뤄져도 AI 인프라 구축 덕에 내년 메모리 수급이 빠듯할 것으로 봤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공정 전환을 통한 생산량 증가폭이 줄고 신규 공장 가동에 시간이 걸려 내년에도 공급 부족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HBM 비트당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1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범용 D램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HBM 생산에 투입하는 웨이퍼의 기회비용도 가격 협상에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서버 D램과 HBM으로 생산이 옮겨가면서 내년 1분기 일부 모바일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고점론의 근거인 가격 상승률 둔화가 곧 이익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보다 10~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률은 낮아져도 가격 수준은 계속 높아진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올해 약 76%에서 내년 약 80%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

최태원 “용인 12년 당겨도 부족”…호남 반도체 속도전

반도체 들어설 부지에서 대화하는 최태원·민형배(사진 = 연합뉴스)

이는 기업들의 증설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전남광주를 찾아 호남 반도체 거점을 용인의 약 3분의 2 규모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건설 완료 목표를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앞당긴 데 이어 필요하면 호남과 병행해 건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12년을 앞당긴 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또 다른 부지와 조성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용수와 전력이 늦는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만 있으면 먼저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평택 5공장(P5)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6월 호남에 42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와 AI 컴퓨팅센터 등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AI 수요 증가에 대비해 수도권에 이어 호남까지 생산 기반을 넓히는 것이다.

경쟁사 마이크론의 노사 분쟁은 국내 업체들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키우는 변수다. 대만 타오위안 노조는 최근 투표 참여자 약 99%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주요 D램·HBM 생산거점이다. 파업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한 번에 크게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며 “주가 관점에서 성장 속도가 전보다 더뎌지고 있다는 고점론이 나오지만, 실적과 주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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