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4편, '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 사실인가

뉴스타파는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개표 과정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다시 번지기 시작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취재해 왔습니다. 사전투표 조작설에서 시작된 의혹은 선관위 서버 해킹설, 개표기 조작설을 거쳐 국제기구 개입설, 외세 개입설로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돼도 곧이어 다른 의혹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식으로,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의혹들은 그저 온라인 여론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익명의 게시물 수준을 넘어 정치인의 공개 발언, 거리 시위, 국회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지며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뉴스타파는 이러한 주장들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것을 넘어,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사실관계를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8월 18일을 시작으로 총 4편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시리즈를 제작해 공개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뉴스타파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가 아닙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근거 있는 의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검증 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음모론인지를 가리는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는 사실에 기반할 때만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뉴스타파는 이번 시리즈 보도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1편,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는 타당한가
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2편, ‘당일투표, 수개표’ 사전투표는 조작 가능한가
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3편, ‘몸통은 A-WEB’이라는 주장, 근거가 있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4편, ‘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 사실인가
잠실 시위 현장 곳곳에 중국을 부정선거의 배후라고 지목하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뉴스타파가 취재한 잠실 올림픽 공원 시위 현장은 중국을 부정선거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었다. 현장 곳곳에는 ‘한국의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중국 세력을 쫓아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이 담긴 포스터가 즐비했고, 시위대들 사이에서도 중국을 향한 날선 비난의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잠실에서 들리는 ‘중국의 한국 부정선거 개입설’은 여러 선거 국면마다 반복되어 온 오래된 담론이다. 문제는 그 주장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나날이 증폭되며 물리적인 폭력성까지 띠어간다는 점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일반 시민을 중국인이라고 낙인찍으며 공격하는 행위가 반복됐다. 뉴스타파가 만난 ‘중국인 몰이’의 피해자들은 당혹감과 충격을 토로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퍼진 중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나 혐오를 심각하게 우려했다.
뉴스타파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설을 팩트체크하는 가운데, 주관적 신념과 혐오에서 비롯된 음모론이 끼치는 사회적 해악과 해결책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일반 시민을 중국인으로 몰아세운 사람들, 그들은 왜?
사전투표함 운반 차량의 운전자를 중국인으로 규정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직후 페이스북과 스레드를 비롯한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사전투표함을 운반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중국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부정선거 공동조사단에서 단장을 맡는 등 부정선거 담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박주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JTBC의 취재 결과 운전자는 중국에서 귀화한 한국인으로 밝혀졌다. 설령 운전자가 중국인이라 해도 선거의 공정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전투표함 운송 과정에는 경찰과 각 정당의 투표 참관인이 동행해 운전자가 혼자서 투표함을 조작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거가 없는데도 일반 시민을 중국인으로 낙인찍은 행위가 벌어진 건, 기존의 중국 선거 개입설과 사전투표 조작설을 재점화하려는 목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운전자를 거론하면서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부정선거론의 단골 소재인 사전투표 조작 의혹의 불씨를 키운 것이다.
잠실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들은 경찰관을 둘러싸고 갖가지 모욕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같은 ‘중국인 몰이’는 익명의 온라인 공간을 넘어, 일상의 광장에서도 벌어졌다. 6.3 지방선거 직후 잠실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들은 제복을 입은 한 경찰을 향해 중국 경찰이라며 큰 목소리로 모욕하고 욕설까지 내뱉었다. 여러 명의 시위대가 한 경찰을 둘러싸고 ‘테무 경찰’이냐 ‘하청 경찰’이냐는 식의 모욕을 하는 장면은 언론에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해당 경찰의 아내를 만나 당시 상황과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이지유(익명)씨는 “남편은 경찰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경정 직급의 경찰관”이라면서 “한국인이 아니면 애초에 공무원 시험 자체가 불가하다”며 시위대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사건 발생 뒤 남편이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남몰래 충격과 당혹감을 감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며 아내인 자신 또한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인터뷰 가운데 “너무 평범했던 우리가 부서지는 데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지난 6월 7일 새벽 남편 김 모 경정이 겪었던 시간을 고통스럽게 회상했다.
김 경정은 40여 분 동안 4–50명의 시위대들에게 둘러싸여 일방적인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 앞서 그는 신분을 밝히라는 시위대들의 요구에 따라 분명하게 자신의 소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대들은 공무원증과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며 계속해서 생떼를 부렸다. 시위대들은 새벽이라 울리지 않는 김모 경정의 무전기를 가지고는 “테무에서 사왔냐”고 비난했고, “타청에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무원증을 보여줄 수 없다”는 김 경정의 말에는 ‘타청’을 ‘하청’으로 바꿔 ‘하청 경찰’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지유 씨는 이 사건의 후유증을 겪는 가운데 자신이 “대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들 중에는 “한 아이의 엄마, 아들 둘을 가진 아빠, 고양이를 구조하는 20대 여성”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평범한 개인들의 폭력성에 큰 고통과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익명의 인물이 중국어로 번역해 올린 포스터로 인해 '중국인 몰이'를 당한 김주연 전 개혁신당 광진구의원 후보자.
‘중국인 몰이’의 또다른 사례는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도 나타났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광진구의원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했던 30대 청년 김주연씨가 그 피해자다. 외국인은 지방선거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공직 선거에 후보로 출마할 수 없는데도, 그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중국인이라는 일방적 비방의 표적이 됐다.
김주연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유세 현장에도 자신에게 중국인이냐고 묻는 시민이 있었다며 “광진구를 위해 힘쓰고자 용기 내서 출마했는데 중국인 몰이로 힘든 선거를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에는 자신의 존재와 공약을 알리기도 바쁜데 이 같은 가짜뉴스가 유세 활동에 큰 방해가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의심을 하면 해명할 방법이 없다”며,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것 같은 감정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인 몰이’가 자신뿐만 아니라 지인이나 가족도 힘들게 했다고 부연했다.
김주연 씨는 전방 GOP에서 육군 하사로 전역해 예비역 진급으로 중사가 됐다. 그만큼 국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컸다는 방증이다. 이런 그가 어떻게 ‘중국인 후보자’라는 허위 사실의 대상이 됐을까. 사건의 발단은 김주연씨의 선거 벽보를 누군가가 중국어로 번역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었다. 김주연 씨는 대만의 중산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중국이 아니라 대만에서 유학한 한국 후보자가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익명의 대만인이 이를 번역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렇게 ‘악의 없이’ 번역된 중국어 선거 포스터가 스레드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고, 이는 한국에 뿌리 내린 혐중 정서와 중국 개입 부정선거론과 맞물리면서 김주연씨를 중국인으로 몰아세우는 증거로 둔갑했다. 김 씨는 “최근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중국 위험론’ 같은 것이 대두되는 것 같은데 이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음모론적인 주장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며 개인에게까지 음모론이 미칠 수 있는 파괴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혐오가 기반이 된 음모론, 무엇이 문제일까
앞서 살펴본 내용들은 하나같이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을 중국인으로 규정하며 그들의 공적 활동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훼손한 사례다. 사전투표함 운반 차량의 운전자, 시위 현장의 치안을 관리하는 경찰, 지방자치에 뛰어든 선거 후보자, 이들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었지만 난데없이 낙인이 찍히고 공격을 받았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오래된 의혹과 맞물려 있다.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 선거에 참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지방선거 선거권은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에게 한정된다.
하지만 선거 국면마다 제기돼 온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은 지금까지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다. 자주 반복되는 선거 개입설 중 하나는 외국인인 중국인들이 한국 선거에 참여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이 아예 주어지지 않는다. 지방선거의 경우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나야만 투표권이 부여된다. 또 다른 의혹으로는 중국 해커가 선관위 서버를 해킹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선관위 서버는 인터넷과 연결이 차단돼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며 현재까지 외부 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과 관련된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 지속되는 건, 논리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에 대한 적대와 반감이 바탕이 된 혐오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중국인, 중국 동포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오랜 시간 누적돼 왔다”면서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은 오래 축적된 중국 혐오의 기반 위에서 “최근에 나타난 하나의 얼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같은 제도의 도입이 시급한데 정치권이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경내 연구원은 일간베스트(일베)의 게시글과 댓글을 분석하는 가운데 중국 혐오와 부정선거 담론의 연관성을 확인됐다.
진보정책연구원에서 활동하는 김경내 연구원은 혐중 정서와 부정선거론의 연관성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된다며 온라인의 음모론이 “오프라인 공간의 직접적인 혐오와 공격으로까지 확산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퍼지는 음모론의 핵심은 “사실과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극단화된 감정의 문제”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정치권에서는 정책을 중심으로, 이성과 논리를 중심으로 협의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방 선거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한 한국인을 중국인으로 지목해 공격한 주장들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중국과 중국인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한다는 주장은 반복적으로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나 확인된 사례가 전무하다. 이러한 주장이 혐중 정서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는데, 이 같은 혐오는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이웃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할 제도의 도입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