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살 돈도 없을 정도로 어렵다”…‘행정수도’ 세종 덮친 재정난, 왜

세종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가 반토막 났다. 정부가 지어 세종시로 이관한 공공시설물 유지관리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세종시가 사업 통폐합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세종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세종시의 재정 실태를 공개하고 전면적인 재정안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재정 규모는 2조3536억원으로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부족 재원은 1000억원 이상, 2030년까지 필요한 추가 재원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재정난의 핵심 요인으로는 취득세 감소가 꼽힌다. 취득세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21년 3338억원에서 내년엔 1421억원으로 5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가 주는 보통교부세 역시 올해 1203억원으로, 제주도의 6.5% 수준에 그쳤다.
복지비 등 꼭 써야 할 돈은 증가하고 있다. 인건비와 복지비 등 의무지출 비중은 2021년 56%에서 올해 72%까지 늘었다. 반면 재량지출 예산은 2021년 44%에서 28%로 줄었다. 국가로부터 인수하는 공공시설물 유지관리 비용 역시 2030년 182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와 기금으로 버티고 있다. 세종시는 올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 736억원을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예치금 역시 연말이면 사실상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24억3000만원이 남았다.
박성수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 같은 재정 형편으로 공원과 산책로에 난 무성한 풀도 제때 깎지 못하는 등 도시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한 간부 직원은 “볼펜 살 돈조차 없을 정도로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인수위는 씀씀이 줄이기와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조상호 당선인은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절감된 재원은 시민 체감도가 높은 민생 분야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세입 구조도 개선한다.
취득세 중심 재정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기반을 확대하고, 보통교부세 정률제 도입과 국비보조사업 가산제 신설 등 제도 개선도 정부와 국회에 지속 건의하기로 했다. 박성수 부위원장은 “재정 압박의 요인인 대규모 공공시설물 유지관리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