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 大해부]⑦ 알파벳·소프트뱅크는 왜 빠져나갔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거버넌스와 실적·재무, 계열사 영향을 분석합니다.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또 있다. 증권가에서 수십조원으로 기업가치가 평가되는 보스턴다이내믹스(BD) 출자자 명단에서 소프트뱅크가 결국 빠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는 상장이 예상되는 BD의 예상 시가총액을 추정하데 있어 의미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과 달리 소프트뱅크가 BD의 미래 전망을 암울하게 본 것은 아닌지, 아니면 BD를 통한 자본 차익 실현보다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에 더 방점을 둬 빠진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답의 상당 부분은 현대글로비스 우발부채 주석 사항에서 찾을 수 있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된 현대글로비스 감사보고서 주석 사항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받기로 돼 있던 금액은 2025년 8월까지 약 1억1500만달러로 고정돼 있었다. 2017년 BD를 사들일 때 쓴 돈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프트뱅크는 2021년 현대차그룹에 지분 80%를 넘기고 20%를 남겼다. 당시 BD의 총 주식수는 1210만8040주였으므로 소프트뱅크 몫은 242만1608주다.
이후 다섯 해 동안 BD는 유상증자를 반복했다. BD의 총 발행 주식수는 2025년말 2440만9618주로 두 배가 됐다. 소프트뱅크가 보유 주식수를 그대로 두고 있었다면 지분율은 2022년말 17.35%, 2023년말 15.49%, 2024년말 12.41%, 2025년말 9.92%로 내려간다. 실제 알려진 지분율 9.65%와 대체로 맞는다. 증자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나머지 주주는 반대로 움직였다. 현대글로비스는 10.00%에서 11.25%로, 정의선 회장은 20.00%에서 22.50%로, HMG글로벌은 50.00%에서 56.24%로 각각 1.125배가 됐다.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의 합산 지분율은 80.00%에서 89.99%로 올랐다.
BD는 2025년 2분기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가 3분기 증자로 자본을 되살렸다. 그 자금은 전부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이 댄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BD 주식과 관련해 타 투자자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을 연결감사보고서 주석 사항의 우발부채 항목에 기재해왔다. 타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매수인들에게 처분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고 매수인들은 연대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매수인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추가로 떠안을 금액이 함께 적힌다. 이 금액의 변동이 풋옵션 가격의 궤적이다.
이를 분석하면 4개 분기 연속 우발부채 금액은 1억648만달러로 고정돼 있다가 2025년 사업보고서(2026년 3월18일 공시)에서 2억8287만달러로 2.81배가 됐다. 총 매수대금(소프트뱅크가 가진 BD 지분을 살 때 지불할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1503만달러에서 3억2329만달러로 뛰었다. 실제 거래액 3억2500만달러와 사실상 같다.
주목할 대목은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그 금액이 고정돼 있었다는 사실 자체다. 그 4개 분기 동안 소프트뱅크 지분율은 12%대에서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지분이 희석되는데도 받을 금액은 변하지 않았던 셈이다.
여기서 소프트뱅크가 과거 다섯 해 동안 BD의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가 설명된다.
풋옵션은 하방을 막아주는 장치였다. 지분율이 얼마로 희석되든 소프트뱅크가 받을 돈은 1억1503만달러로 정해져 있었다. 2017년 알파벳으로부터 BD를 사들이며 쓴 것으로 알려진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원금은 보장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 구조에서 증자에 참여할 유인은 크지 않다. 돈을 더 넣어 지분율을 지키면 상방은 커지지만 하방 보장은 이미 확보돼 있다. 반대로 넣지 않으면 현금을 쓰지 않고도 원금 회수 권리를 유지한다. BD의 손실이 확인한 대로 다섯 해 누적 1조7558억원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 쪽 계산도 맞아떨어진다. 소프트뱅크가 들어오지 않을수록 증자 부담은 커지지만 지분율은 올라간다. 실제로 그룹과 정 회장의 합산 지분율은 다섯 해 만에 80.00%에서 89.99%가 됐다. 상장을 앞두고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쪽에서는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두 당사자의 이해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는 돈을 쓰지 않고 원금 회수 권리를 지켰고 현대차그룹은 자금을 대는 대신 지분을 늘렸다.
그렇다면 2025년 8월 6일 행사가가 세 배 가까이 오른 것은 무엇인가. 같은 날 신설된 콜옵션과 함께 보면 거래의 성격이 읽힌다.
2025년 8월 6일, 콜옵션이 붙었다
현대글로비스 주석에 따르면 2025년 8월 6일 새 주주간 약정이 체결됐다. 풋옵션 행사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업공개(IPO)가 완료되지 않으면 현대글로비스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이 소프트뱅크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해 매도를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행사기간은 풋옵션 행사기간 종료일 직후 30일이며 행사되면 통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거래를 마쳐야 한다. 매수대금은 매수인들이 연대해 부담한다.
1차 시한인 2025년 6월이 지난 직후 맺어진 약정이다. 이 조항이 생기면서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계속 들고 갈 선택지는 사실상 닫혔다.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아도 그룹이 콜옵션으로 사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점에 행사가가 1억1503만달러에서 3억2329만달러로 올랐다. 그룹은 소프트뱅크를 내보낼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소프트뱅크는 원금 수준이던 회수액을 세 배 가까이 높였다. 주고받은 거래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는 공시에 적힌 두 사실을 나란히 놓은 해석이다. 풋옵션 행사가 산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고 두 조항이 하나의 협상에서 맞교환됐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시야를 넓히면 다른 질문이 남는다. BD가 돈이 되는 회사였다면 소프트뱅크가 나갔겠느냐는 것이다.
BD는 세 번 주인이 바뀌었다. 알파벳이 2013년 12월 인수했다가 2017년 6월 소프트뱅크에 넘겼고 소프트뱅크는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에 넘겼다. 보유 기간은 각각 3년 6개월과 3년 6개월이다.
두 회사가 손을 뗀 이유는 비슷하게 전해진다. 알파벳은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수익 실현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프트뱅크도 서비스 로봇 페퍼의 부진 등 로봇 사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 국면에서 매각에 나섰다.
BD의 실적이 그 판단을 뒷받침한다.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다섯 해 동안 BD의 누적 매출은 5022억원, 누적 순손실은 1조7558억원이다. 벌어들인 돈의 3.5배를 잃었다. 알파벳과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던 시기에도 상황이 크게 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이는 현대차그룹에 있다. 다섯 해를 버틴 이유는 캡티브다. BD의 로봇은 그룹 물류·제조 현장에 공급되고 아틀라스(Atlas)는 2028년까지 2만5000대 이상이 현대차·기아 공장에 투입될 계획이다. 알파벳과 소프트뱅크에는 없던 수요처다. 로봇을 살 곳이 있는 주인과 없는 주인의 차이가 다섯 해의 손실을 감당하는 태도를 갈랐다.
역설적인 대목도 있다. 2017년 BD를 팔았던 알파벳이 다시 접근하고 있다.
BD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쓰는 주요 고객이고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제휴를 맺었다. 양산형 아틀라스에는 구글의 로봇 제어 모델이 탑재됐고 2026년 출하 물량 일부는 구글 딥마인드로 간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기존 주주 지분을 사는 대신 상장 직전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5년 지분 투자를 타진했으나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업가치가 오른 뒤 신주를 받으면 같은 금액으로 내줘야 할 지분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두 시점의 차이는 BD가 무엇으로 분류되느냐에 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BD는 상용화가 더딘 로봇 하드웨어 회사였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모델이 물리 세계와 만나는 접점으로 다뤄진다. 알파벳이 팔 때와 다시 사려 할 때의 BD가 같은 회사인지는 상장 신고서의 실적으로 판가름 날 문제다.
투입액부터 확정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6월 알파벳으로부터 BD를 인수하면서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복수의 외신과 로봇 전문매체는 약 1억달러로 추정해 보도했다. 2018년 소프트뱅크그룹 캐피탈이 BD에 빌려준 3700만달러를 2019년 1월 보통주로 전환했다는 야후파이낸스 보도가 있었으나 양사는 확인하지 않았다. 보도를 그대로 합산하면 1억3700만달러 안팎이다. 어느 수치도 공시로 검증되지 않는다.
회수도 마찬가지다. 2020년 12월 본계약은 구주 현금 취득과 신주 유상증자가 섞여 있어 소프트뱅크가 받은 금액과 BD로 들어간 금액이 나뉘는데 그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2026년 매각분 3억2500만달러뿐이다.
기준을 바꾸면 평가가 달라진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BD의 지분가치를 117조원으로 분석했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9.65%의 가치는 11조2905억원이다. 이런 기대치가 실적으로 뒷받침되는지는 별개 문제이지만 소프트뱅크가 상장 직전 국면에서 빠져나간 것은 분명하다.
배경으로는 소프트뱅크의 자금 사정도 거론된다. 소프트뱅크는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엔비디아 지분까지 정리해왔다. BD 잔여 지분도 그 흐름에 놓였다는 해석이다.
현대글로비스 연결감사보고서에 남겨진 기록들로 많은 의문이 해소되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은 남아 있다.
첫째, 2025년 8월 행사가 인상의 근거다. 콜옵션을 확보한 대가인지 다른 산정 기준이 적용된 것인지 주석만으로는 알 수 없다.
둘째, 반영 시점이다. 2025년 3분기보고서는 9월 30일 기준인데도 8월 6일 약정을 언급하지 않았고 금액도 1억648만달러 그대로였다. 연말 감사 과정에서 주석이 갱신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매수 주체다. 잔여 지분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율에 따라 나눠 인수할 가능성도 있고 특정 법인이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주석의 기재액에서 역산하면 지분율대로 나눌 경우 HMG글로벌이 2억204만달러, 정 회장이 8083만달러, 현대글로비스가 4042만달러를 부담하게 된다.
BD의 나스닥 상장이 2027년 초로 거론되는 만큼 소프트뱅크가 빠진 자리를 누가 채우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