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범인도피' 1심 무죄 나왔다…웃으며 법정 나선 윤석열

공수처 고발 두 달 뒤 '호주대사 임명' 지시

1심 "'범죄자 도피' 의도라 보기 어려워"

2024년 3월, 순직해병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돌연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했습니다. 총선을 한달 정도 앞둔 시기였습니다. 얼마나 급했는지 취재진의 눈을 따돌리며 신임장 '사본'을 들고 떠났습니다. 호주 정부에 신임장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외교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참사였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주요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졌습니다. 2년 반 뒤인 오늘 특검이 5년을 구형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법정을 나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건 2023년 11월,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된 지 두 달 뒤였습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수사를 막기 위해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킨 거라 보고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할 당시 이 전 장관이 '범죄자'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판단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공수처 수사가 사실상 멈춰 있었고, 2023년 12월 첫 출국금지 뒤에도 대통령실 등에선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조형우/부장판사 : (출국금지를) 모른 상태에서 이런 상호 관계가 없이 양쪽에서 일들이 진행되었고 모른 상태에서 임명 지시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전임 대사가 이미 정년을 앞둬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도 근거가 됐습니다.

[조형우/부장판사 : 호주 대사를 무리하게 쫓아내고 그 자리에 이종섭을 속된 말로 '꽂아 넣었다'고 볼 수만은 없는 사건이라고 보입니다.]

호주대사 자리는 도피처가 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조형우/부장판사 : (대사 부임은)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도피와는 본질적으로 태양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소환 필요성에 의해서 일시 귀국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고…]

선고가 끝나자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 측은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번 선고를 맡은 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이런 피고인을 본 적이 없다" 질타하며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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