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도 ‘근로자’…최저임금제·최소보수제 도입될까

법원이 배달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을 내놓으면서, 그간 개인사업자로 취급됐던 플랫폼 기반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무산된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과 건당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최소보수제 도입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고등법원 제38-1 민사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인 ㄱ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ㄴ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근로자 지위를 부정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달라이더가 독립 사업자로 고객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사의 앱을 통해서만 주문·배달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인 점, 보수의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을 모두 회사가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른 점, 배차·동선 등에서 라이더가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해당 라이더가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노동자임을 인정했다.
판결문은 “원고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무 제공 관계에 더 부합하는 별도의 입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만연히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의 탄력적 해석을 통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플랫폼 기반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배민·쿠팡이츠 등 대부분의 라이더는 배달앱 사 쪽의 지휘·감독과 관리·통제를 받는 만큼, 해당 판결의 하청 소속 노동자와 매우 유사하다”며 “알고리즘에 종속된 형태로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휴가 보장 등 제도 개선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최저임금제 적용 가능성이다.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은 사용자 쪽의 거센 반발로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11 대 15로 부결됐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최임위에서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논의가 무산됐는데 이번 판결로 명분을 얻은 것이 사실”이라며 “최임위가 끝나면 이의제기도 가능한 만큼 8월5일께 이의제기를 통해 재논의에 불을 붙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최소보수제 도입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정한 법정 임금 최저선이지만, 최소보수제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처럼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도 시간당(혹은 건당)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다.
최소보수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소보수제 도입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현재 구체적인 제도 설계까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노동계는 국제적 기준과 흐름에 따라 시간당 보수와 건당 보수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을 가장 적절한 방안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대기 시간의 노동시간 포함 여부, 유류비·보험료·감가상각 등 노동자 부담 비용 반영 여부,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콜을 받는 멀티호밍 고려 방식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6년 6월 국회에서 열린 ‘배달플랫폼노동자 소득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최소수수료 산정 모델에 따르면, 배달노동자의 최소수수료는 건당 4067~4183원은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배달노동자의 건당 수수료(비수도권 기준)는 1900~2200원에 불과하다.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최소수수료 산정 모델만으로는 실질적인 소득 보장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다만 현실적·과도기적 보호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며 “플랫폼 기업의 정보 제공 의무, 데이터 그러제출 의무,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비용 전가 방지 장치, 사회보험 및 안전보호 등을 함께 포괄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국외에선 이미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2023년부터 배달노동자에게 최소보수를 보장하는데, 2025년 기준 시간당 22.13달러(약 3만3천원) 정도를 적용하고 있다. 시애틀의 경우 노동시간과 이동거리를 반영한 산식을 통해 최소지급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데, 2026년 기준 건당 5.34달러(약 7900원) 정도다. 노동계는 노동자가 기본적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스스로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일명 근로자 추정제)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