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이 국시(國是)였던 나라, 이젠 ‘이재명 구하기’가 국시”

[Interview]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직설
● 방통위 때는 꾹꾹 참았다…이젠 눈치 볼 필요 없어
● ‘김민석 씨’는 반사 치료…민주당이 예의 요구하니 실소
● 집 있으면 세금, 없으면 임대료…‘부동산 수탈 구조’
●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무력화, 명백한 탄핵 사유
● 김승원 검증, ‘오빠’ 논란만 따지고 끝낼 일 아냐
● 국민 주권 내세우면서 ‘한 명의 지존’ 지키겠다는 與
● 국민의힘, 더 열심히 싸울 필요…李 정부 독선 알려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할 때 저는 ‘을’이었다. 먼저 도발하거나 싸움을 걸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건 상대가 워낙 무지막지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저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은 지금도 국회에서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 대응이 거칠어질 수밖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멈추고 대화로 풀자고 하면 저도 그렇게 할 거다. 그런데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니 강하게 저항하게 되는 거다.”
김태규(59) 국민의힘 의원이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대화와 타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내 대표적 ‘투사형 의원’으로 분류된다. 뉴스를 보다 보면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그의 모습을 한 번쯤은 마주하기 마련이다. 김 의원의 말을 두고 지지하는 쪽은 ‘소신’이라 하고, 반대하는 쪽은 ‘막말’이라 한다. 본인은 ‘의무감’으로 설명했다. 김 의원은 “특정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불편할 때도 있는데, 저를 뽑아준 국민을 생각해서 의무감을 갖고 말하는 편”이라 설명했다.
방통위 때는 꾹꾹 참았다…이젠 눈치 볼 필요 없어
김 의원의 이력은 독특하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그는, 법복을 벗은 뒤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2024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6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를 모두 겪은 셈이다. 자리는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 민주당과의 충돌이다. 법원에서 여당과 ‘김명수 코트’를 비판했고, 방통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이제는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으로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사법부와 행정부를 거쳐 이제 입법부까지 왔다.
“역마살이 있는지 많이 돌아다녔다. 사실 대학 시절에는 사회주의국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나니 그런 환상이 사라지더라. 우리 헌법 질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게 신앙에 가까운 신념이 됐다. 그렇게 판사로 일하는데 문재인 정권에 의해서 ‘김명수 코트’가 움직이더라. 사법부가 정권에 좌지우지되는 걸 보고 견디기 어려워 법원 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어느덧 국회에 입성했다. 지금까지 이런 태도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원래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성격인가.
“사실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고등학교 때 매주 학급회의를 했는데, 머릿속에 생각은 많아도 손을 제대로 못 들었다. 1년에 한두 번 발표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20대에 들어서면서 내 의견도 말하지 못하고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그런 성향을 많이 깼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에 말하기 연습도 많이 했다. 지금도 주제에 따라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가 있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저를 뽑아준 것 아닌가. 의무감으로 목소리를 낸다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국회에 불려와 답변만 하다가 질문하는 자리에 앉으니 어떤가.
“그때는 불체포특권이 없는 정부위원이었고, 지금은 해당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다.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더는 눈치 볼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거다. 방통위 시절에도 민주당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였다지만 사실 그때는 꾹꾹 누르며 발언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몇 배는 더 했을 거다. 그래도 정부위원인데 국회를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 했다. 상대가 워낙 예의 없이 나오니 최소한의 선에서 항의했던 거다.”
‘김민석 씨’는 반사 치료…민주당이 예의 요구하니 실소
“국회에 와서도 판사처럼 조용히 앉아 있을 거라면 국민이 굳이 저를 뽑을 이유가 있겠나. 대의제에서 국회의원은 일종의 상품이다.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도 상품의 내용물인 셈이다. 유권자는 개개인에게 붙은 라벨을 보고 선택한다. 항상 세 가지를 강조해 왔다. 자유민주적 헌법 질서, 자유시장경제, 법치주의다. 이걸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게 저라는 상품의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 그 가치가 많이 훼손되고 있으며, 특히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라고 부르자, 그를 ‘김민석 씨’로 맞받은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의장은 각각 삼권을 상징하는 인물 아닌가. 그런데 집권 여당 대표가 사석도 아니고 취임 일성으로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라고 조롱하듯 불렀다. 호칭에서 그친 것도 아니다. 탄핵해야 한다거나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건 정치권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고 외압을 가하는 거다. 참기 어려웠다.”
김태규 의원은 8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새로 민주당 대표가 된 ‘김민석 씨’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법기술원장이라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너무 무례하다”며 “인성의 문제”라고 반발했고, 김 의원은 “조희대 씨는 괜찮냐”고 맞받았다. 김 대표는 이틀 전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비판하며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 씨”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일종의 ‘반사 치료’다. ‘씨’라는 호칭으로 상대를 조롱한다면 본인도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라는 거다. 적어도 염치가 있다면 ‘저렇게 불리니 불편하구나. 자제해야겠다’ 생각하지 않겠나.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예의를 지키라’더라.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민주당이 ‘예의’를 이야기하면 참 생경하다. 민주당이 다수 야당이던 시절 국회에 수도 없이 불려 나갔고, 고발도 숱하게 당했다. 온갖 모욕적인 말로 저를 조롱하고 무시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 예의를 이야기하니 어색하지 않겠나.”
이후 설전이 이어졌는데, 싸우는 모습만 부각되는 게 마음이 편치는 않을 텐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7분이다. 그 짧은 시간마저 민주당 의원들은 끼어들며 방해한다. 그렇다고 시간을 멈춰주나. 그것도 아니다. 그들의 방해를 멈추게 하려니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거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될 문제면 그렇게 풀어가야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싸우기라도 해야 한다. 다만 정부위원을 상대할 때는 거의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저도 그 자리에 앉아 수모를 당해 봤으니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맨 앞)이 8월 13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출범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권만 잡아도 권력에 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이 국회에서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온갖 무리한 정책이 나오고 있으며, 물러설 생각도 안 한다. 부동산정책만 봐도 그렇다. 애당초 ‘대출 규제하지 않겠다’ ‘세금으로 부동산 잡으려 하지 않겠다’ ‘공급을 늘려 부동산 문제 해결하겠다’ 하지 않았나.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건 뭔가.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차곡차곡 올라서고, 부동산을 통해 노후 대비가 되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나. 부모 세대는 그렇게 집을 마련했고, 우파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어떤가. 공급을 말하지만 결국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부동산을 통한 수탈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집 있는 사람한테는 높은 세금을 물리고, 집 없는 사람한테는 임대료를 걷는 방식이다. 집을 보유하고 있어도 막대한 세금을 내며 살아야 한다면 비싼 월세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거둔 세금으로 선심 쓰듯 ‘민생 쿠폰’을 나눠주며 표를 얻는 정치를 하고 있다.”
“집 가진 사람이 많아지고 중산층이 늘면 사람들이 보수화된다는 이야기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설계자로 불린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저서에도 나온다. 교수도 테뉴어(tenure·정년 보장)를 받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누구나 인생에서 저마다의 테뉴어를 얻고 싶어 한다. 내 집 마련도 그 방식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여권은 그렇게 국민이 보수화되는 걸 원치 않는 것 같다. 오리려 세금과 임대료를 걷어 조금씩 나눠주는 쪽이 정권을 잡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거다. 국민 삶의 안정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더 관심 있다는 얘기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무력화, 명백한 탄핵 사유
여권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법개혁을 어떻게 보나.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법왜곡죄 모두 ‘이재명 죄 지우기’로 연결된다고 본다. 반공이 국시(國是)였던 나라인데, 이제는 ‘이재명 구하기’가 국시가 됐다.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고 그중 22명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면,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해 판단할 최종법원의 구성을 스스로 정하는 셈이다.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대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아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다시 판단받을 수 있다. 판결을 뒤집을 기회를 열어두는 거다. 법왜곡죄 역시 판사를 겁박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최근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논란도 불거졌는데.
“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대법관 후보자 한 명을 넣고 빼는 문제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도 대통령이 사실상 대법관 구성을 다 결정하게 된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다. 명백한 헌법 침해이자 탄핵 사유라고 본다.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여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일 뿐이다. 국회의원 100여 명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의원들이 모였다면 국민을 위해 모여야 하지 않나. 그런데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그렇게 모이는 게 맞나.”
해당 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승원 의원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금은 이른바 ‘오빠’ 논란과 부적절한 청탁 의혹에 관심이 쏠려 있다. 물론 청탁 의혹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 따지고 끝낼 일은 아니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앞장섰고,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도 목소리를 냈다.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런 사람이 헌정 질서를 수호할 법무부 장관이 된다니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이번 인사는 ‘국민 무시 인사’다. 왜 이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졌는지 다시 보여줬다.”
김승원 후보자는 9월 19일 사퇴했다.
정작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국민주권정부’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렇다. 여권은 국민 전체의 총의(總意)를 강조하는 접근을 펼치고 있다. 하나의 총의를 형성하는 데 무게를 두는데, 이를 위해 선전선동까지 동원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국민의 뜻이다’라는 간판을 내거는 만큼, 국민은 뭔가 대우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선전선동으로 다수를 만들어놓고 그걸 국민 전체의 뜻이라고 내세울 때다. 그러면 소수자는 설 자리가 좁아지지 않겠나. 결국 ‘다수의 독재’로 흐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저는 이런 점에서 공산주의 체제와도 맞닿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더 열심히 싸울 필요…李 정부 독선 알려야
국민의 뜻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본인들의 뜻이다?
“그렇다. 국민주권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수장의 주권’을 추구하고 있다. 하나의 총의를 만드는 데만 매달리다 보면 결국 ‘한 명의 지존’을 위한 민주정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북한에는 한 명의 지존이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5000만 명의 지존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처럼 국회의원이라면 국민 전체를 모셔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 명의 지존을 지키겠다고 공소취소 모임을 만든 것 아닌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앞)이 7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날 상정된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7월 30일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당이 다수의 독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영화 ‘도그빌’을 보면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오갈 데 없는 여성을 돕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조금씩 노동력을 착취하고 성적으로 유린하면서 끝내 인격까지 파괴한다. 저는 그 영화가 다수의 독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본다. 사람들은 다수가 결정하면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숫자로만 밀어붙이면 다수의 독재가 펼쳐질 수 있다. 그래서 법치가 필요한거다. 숫자만 중요하다면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때그때 투표로 법을 바꾸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정작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민 반대가 컸는데도 강행하더라.
“일단 바꿔보고 문제가 생기면 또 바꾸면 된다는 식이다. 법을 바꾸는 데 경각심이 없다. 이 역시 제가 민주당이 독재를 한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대의정치를 존중한다면 그렇게 함부로 법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
“국민의힘 의석수는 민주당의 절반을 조금 넘지만,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전문성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본다. 그런데 옥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꿰어야 쓸 수 있지 않나. 더 열심히 싸우고, 더 강하게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국민이 ‘저 사람들이 우리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고 느낄 정도는 돼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재명 정부의 독선을 계속 드러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