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주당 당원들, 친명 독주에 경고장 보냈다

8월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 후보, 김민석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8월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 후보, 김민석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Special Report┃김민석 시대, 이재명의 미래] 8‧17전대가 남긴 네 개의 균열과 미완의 승부

● ‘정당의 대통령화’·유시민 참전·호남의 선택·‘팀 정청래’의 한계

● 김민석 대표 체제, 친명 완전한 승리 아닌 조건 붙은 ‘우위’

● 유시민 문제 제기, 승리도 실패도 아닌 46% 세력으로 남아

● 친청계 3명 최고위원 입성, 승자독식 막을 견제 장치

8월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 후보, 김민석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8·17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에서 김민석 후보가 54.08%를 얻어 45.92% 득표에 그친 정청래 후보를 누르고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8.16%포인트는 작지 않은 차이지만, 이 숫자만으로 김민석 대표의 압승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팀 정청래’로 분류되는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이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던 김용 후보는 낙선했다. 당대표는 김민석이 가져갔지만, 지도부 전체의 권력 배분에서는 친정청래 세력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이 결과는 단순한 계파 간 승패로 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대통령제에서 여당이 안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수면으로 드러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집권당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나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원과 지지층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강할 때는 전자의 역할이 우세해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후자의 역할이 강해진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 두 역할이 완전히 통합되지도, 완전히 분리되지도 않은 채 팽팽히 맞선 결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특징짓는 네 가지 장면을 통해 무엇이 승부를 가른 요인이었는지 분석하고, 이 균열이 향후 여권의 권력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전망해 본다.

김민석의 승리를 개인의 정치력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전당대회 내내 당정 관계의 안정과 국정 성공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 ‘명픽’ 후보였다. 그에 반해 불출마 압력에 시달렸던 정청래는 당원 주권 기반의 선명한 개혁을 내세웠다. 일방적일 것이라는 초반 예측과 달리 호각지세(互角之勢)였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택이 대통령과 더 밀접하게 맞물리는 형국이었다. 이런 흐름은 대통령제하의 정당정치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여당의 권력구조가 당 조직이나 지도부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른바 ‘정당의 대통령화(presidentialization of parties)’ 경향이다. 총리 출신 인사가 곧바로 여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그 경향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뚜렷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원들은 국정 경험과 대통령과의 신뢰를 대표 선출의 핵심 기준으로 삼았고, 국정 조율 비용이 가장 낮은 후보를 여당의 대표로 선택했다.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나타났던 당청 갈등이나 불협화음도 그런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호 투표까지 포함해서 나온 54%의 득표율과 최고위원 3대 2 구도는 그런 선택이 무조건적이지 않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준다. 당원들은 김민석에게 대표직을 맡기면서도, 최고위원회에 친청계를 다수 진입시켜 견제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전대에서 얻은 것은, 완전한 정당 장악이 아니라 조건이 붙은 우위다. 정청래에게 간 46%의 표와 핵심 측근 김용의 낙선은 대통령의 일방 독주를 경계한 것이다.

유시민의 참전, 대표성과 통치성의 긴장

유시민 작가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이른바 ABC론, 증축론을 제기하며 이재명 정부의 노선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정부가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과 긴장이 발생하고 있고, 중도 확장을 위해 핵심 지지층의 요구를 뒤로 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유시민은 대통령의 인사와 평택 재·보궐선거 공천,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등 현상으로 드러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집권 정당이 마주하는 딜레마를 건드렸다. 핵심 지지층을 충실히 대표할 것이냐, 집권을 위해 지지기반을 넓힐 것이냐는 ‘대표성’과 ‘통치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집권 세력 내부에서 자주 충돌하는 주제다.

유시민의 문제 제기는 자연스럽게 정청래 진영과 결합했고, 이른바 ‘문조털래유’ 논란이 더해지면서 전당대회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신구 세력 간의 노선 투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개입이 예상만큼 선거 결과를 움직이지 못했다. 유시민을 비롯한 외곽 인사들은 공식 당 조직 바깥에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담론과 여론 형성의 영향력이 실제 투표 행위로 곧바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민석 측은 정청래 후보가 유시민 작가와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 대립을 이념 문제가 아닌 국정 안정에 대한 신뢰 문제로 재규정하는 전략이었고,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당원들이 코어(core) 정치라는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정청래에게 46%를 준 것이 그 증거다. 다만 유시민 등의 문제 제기를 대표성 강화보다 정권을 흔드는 통치 불안정의 신호로 받아들인 당원이 더 많았다. 특히 호남에서 그런 인식이 두드러졌고, 강한 역(逆)결집이 나타났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이성윤·한민수(왼쪽부터) 세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당선했다. 동아DB

전국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결정적 분수령은 호남과 수도권이었다. 호남에서 김민석이 정청래를 크게 앞서며 후반 판세를 갈랐고, 이후 수도권에서도 근소한 우위를 이어가며 격차를 굳혔다. 호남과 수도권은 전체 권리당원의 약 71%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사실상 이 두 지역의 표심이 승부를 결정했다.

호남의 선택을 단순한 정서적 지역주의에 따른 결정으로 읽는 것은 이 지역 정치에서 나타나는 반복적 패턴을 설명하지 못한다. 민주당 역사에서 호남은 당권 경쟁이 있을 때마다 최종 심판자 역할을 반복해 왔다. 이는 감정적 선택이라기보다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캐스팅보트 지위를 행사함으로써, 중앙 권력과의 협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 결과도 이 해석과 맞아떨어진다. 정청래는 강성 개혁 노선과 선명성을 강조했지만, 호남 성적은 부진했다. 김민석은 지역 경제와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함께 이야기하며 자신을 지역 이익과 연결된 안정적 파트너로 제시했다. 민주당 안에서 가장 강한 정서적 지지기반으로 알려진 호남이 실제 투표에서는 가장 계산적인 선택을 내린 셈이다. 이는 호남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략적 캐스팅보트 지위가 이번에도 그대로 재확인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팀 정청래’의 조직력, 견제와 균형의 제도화

정청래 후보는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서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이 모두 당선돼 친정청래 3명, 친김민석 2명 구도가 됐다. 그에 반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던 김용 후보와 예선에서 탈락한 박성준·이건태 의원까지 포함하면 친명 직계는 한 명도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특히 호남 지역구의 이성윤 의원이 열세를 면치 못하다가 막바지에 수도권의 집중적 지지를 받아 당선권에 진입한 것은 친청계의 조직적 결집이 뚜렷하게 작동한 것을 보여주는 근거다.

최고위원회 안의 친청계 3명은 당대표의 단독 결정을 견제하고 때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당에서 이런 행위자가 늘어날수록 정책 변화의 폭은 줄고 현상 유지 압력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향후 김민석 지도부가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외연 확장 등 빠른 정책 전환을 시도할 때, 최고위원회 내 친청계는 이 흐름에 제동을 거는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

정청래는 대표직을 잃었지만,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정치세력을 지도부에 남겼다. 이는 민주당의 계파정치가 승자독식으로 완전히 수렴하지 않고, 지도부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형태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견제 구조가 생산적인 정책 경쟁으로 이어질지, 계파 간 상시적 갈등의 근거로 굳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 전당대회는 개별 사건의 우연한 조합이 아니라, 현재 민주당이 안고 있는 구조적 긴장이 동시에 맞물려 표출된 결과다. 정당의 대통령화 경향은 국정 경험과 대통령과의 신뢰를 지도부 선출의 핵심 기준으로 만들었다. 대표성과 통치성의 긴장은 유시민의 문제 제기를 완전한 승리도 완전한 실패도 아닌 46%의 잔여 세력으로 남겼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캐스팅보트 지위를 다시 확인시켰다. 최고위원회 내 거부권을 갖는 행위자의 형성은 계파정치가 승자독식에서 제도화된 견제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당이 특정 리더 개인의 인기에 좌우되는지, 아니면 규칙과 절차를 통해 운영되는지가 ‘정당 제도화’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최고위원 다원화 구도는 민주당이 리더 중심 정당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제도화된 견제 구조를 갖췄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반대로 이 구조가 실질적인 정책 심의보다 계파 간 자리다툼으로만 소비된다면, 이는 제도화의 진전이 아니라 파벌주의의 고착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결과를 당 장악의 완성으로 해석해 당내 견제 기구를 무력화하려 한다면, 이는 집권 세력이 스스로를 유일한 대표자로 인식하는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최고위원회의 견제 기능을 정당한 협상 대상으로 받아들인다면, 민주당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국정 안정성을 유지하는 더 견고한 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특정인이나 세력의 승패보다 더 근본적 질문을 남겼다. 민주당은 ‘정당의 대통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경로를 갈 것인가, 아니면 견제와 균형을 발전시키는 경로로 갈 것인가. 54%와 46%, 최고위원회의 3대 2라는 숫자는 이 갈림길에서 아직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기울지 않은 상태를 보여준다. 향후 2년의 권력 지형은 이 미결정 상태를 김민석 신임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각각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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