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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인데…청년문화패스 22배 증액, 어디까지 미래투자?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미래사업 직접투자 45조원, 전체의 28%

지난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설명하면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과감하고 지속적인 미래 투자를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골든타임에 추가세수를 활용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투자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그런데 내년 미래대응기금 예산안 내역을 보면 '전략적 투자'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청년문화예술패스'다. 청년에게 공연·전시 등의 문화생활 비용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기존 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미래대응기금 청년 계정으로 옮겨왔다. 그러면서 예산 규모가 올해 361억원에서 내년 7925억원으로 무려 22배가 늘어났다.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더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추석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 확대를 주문하면서 "미래대응기금으로 (예산을 편성해도) 된다.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특정 기금 사용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미래대응기금의 활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년 처음 도입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어떤 성격의 돈인 것일까. 비슷한 지적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유인규 전문위원은 지난 9월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을 분석한 검토보고서에서 "법안에는 개별 사업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미래대응투자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선정기준이나 중점 지원 사업유형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청년계정에서 일자리·창업, 주거안정, 자산형성, 혼인·출산, 생활·문화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성장동력계정에는 AI와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 등을 담고 있다. 지방과 교육·인재 분야까지 합치면 사실상 여러 정책 분야를 하나의 기금에 넣는 구조다. 여기에 각 계정별로 대통령령을 통해 지원사업을 추가할 수도 있다. 유 위원은 "해당 정책분야의 상당수 재정사업을 미래대응기금에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2027년 미래대응기금 재원 배분. [자료 | 국회 재정위 검토보고서, 그래픽 | 챗GPT]

실제로 내년에 미래투자 명목으로 편성된 사업비 예산은 모두 45조4000억원이다. 그런데 검토보고서가 인용한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 일반회계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넘어온 사업은 61건, 18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체 사업비 45조4000억원의 약 40%에 해당한다.

청년문화예술패스가 이런 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원 대상을 19~34세로 넓히고 매년 지급하도록 설계한 만큼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다. 한시적·대규모 미래투자와는 결이 다른 청년문화예술패스 예산을 22배 확대해 미래대응기금에 넣는 것이 어떤 기준에서 '미래투자'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162조 중 미래사업 투자는 45조 =

정부가 내년 처음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은 162조3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이 가운데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에 실제 사업비로 사용하는 돈은 45조4000억원이다. 전체의 28% 수준이다. 12조5000억원은 일반회계로 보내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이는 데 사용한다. 가장 큰 덩어리인 나머지 104조4000억원+α는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이름은 '미래대응기금'이지만 내년 재원 배분만 놓고 보면 직접적인 미래사업 투자보다 재정안정화에 훨씬 큰 여력을 남겨둔 구조다.

세수가 잘 걷힐 때 돈을 비축했다가 어려울 때 꺼내 쓰겠다는 발상 자체는 재정운용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재원을 움직일 정부의 재량 역시 커진다는 점이다. 주요항목 지출금액은 30% 범위에서 국회 사전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고, 세수결손 보전을 위한 일반회계 전입에는 별도의 금액 한도도 없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의 재량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진 | 뉴시스]

그런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안에는 재정안정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적립금을 유지할지, 어떤 조건에서 여유자금을 사용할지, 얼마까지 사용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미래투자와 재정안정화가 동시에 재원을 필요로 할 경우 어느 쪽에 우선 배분할지도 명시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막대한 재원과 폭넓은 운용 재량을 갖게 될 '재정 저수지'의 수문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여닫을 것인가. 앞으로 예산을 심의할 국회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다.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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