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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일본의 카프카’ 아베 코보 대표작 ‘타인의 얼굴’ 개정판 출간

뉴욕 타임스 선정 세계 10대 문제 작가이자 ‘일본의 카프카’로 불리는 아베 코보의 대표작 ‘타인의 얼굴’이 문예출판사에서 새로운 표지로 개정 출간됐다.

아베 코보 지음·이정희 옮김, 문예출판사, 1만6800원
아베 코보 지음·이정희 옮김, 문예출판사, 1만6800원
1960년대 발표돼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실종 삼부작(모래의 여자, 타인의 얼굴, 불타버린 지도)’의 두 번째 작품으로, 대도시의 익명성과 인간 소외, 정체성 상실의 문제를 ‘얼굴’이라는 소재를 통해 집요하게 파고든 명작이다.

작품의 화자는 실험 중 불의의 사고로 얼굴에 구더기 소굴과 같은 끔찍한 흉터만 남게 된 남자다. 타인과 소통하는 통로를 잃은 남자는 극심한 고독 속에서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가면’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세상에 나선 남자는 새로운 해방감을 맛보는 동시에 가면에 별도의 인격이 생겨나는 것을 느끼며, 과감한 행동과 자아 분열 사이에서 깊은 내적 혼란에 빠져든다.

남자는 가면이라는 수단을 통해 관계가 소원해진 아내를 유혹하고, 이를 계기로 끊어진 타인과의 소통을 되찾고자 위험한 실험을 감행한다. 그러나 아내가 가면의 유혹에 응할수록 가면 뒤에 숨어 아내를 향해 집요한 질투와 분노를 태우는 자기모순적인 갈등에 빠져든다. 결국 남자는 세 권의 노트에 가면 제작 과정과 아내를 유혹한 기록을 남긴 후, 그 기록을 읽은 아내가 참회하며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아내는 처음부터 가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남편의 기만에 환멸을 느낀 아내가 영원한 결별을 통보하며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작가는 이 비극적 촌극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잃어버린 연결’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처음부터 불가능했음을 서스펜스 넘치게 고발한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소외와 소통 부재를 날카롭게 파헤친 이 작품은 한국인 최초로 쓰쿠바대학에서 아베 코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정희 교수가 번역을 맡아 작가 특유의 집요한 사색과 깊이 있는 문체를 완벽히 살려냈다.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사용한 ‘모래의 여자’와 달리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이 소설은 현대인의 내면을 한층 더 밀도 있게 조명한다. 성형 수술과 꾸밈 노동 등 ‘얼굴’의 가치가 갈수록 강조되는 오늘날, ‘타인의 얼굴’은 가면과 맨얼굴의 경계에 선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하고 묵직한 성찰을 선사한다.

문예출판사 소개

문예출판사는 1966년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돕고, 교양을 심어줄 수 있는 출판물의 발행을 통해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참된 인격 형성의 길을 마련하겠다는 출판 모토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단행본 출판을 중심으로 문학 및 기본 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국내 중견 출판사다. 반세기 이상 사력을 쌓아오면서 지금까지 2000종 이상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현재 문예출판사에서는 수많은 국내외 문학작품 출판을 비롯해 학술도서 기획으로 철학사상총서, 인문사회과학총서, 문학예술총서, 문학평론 및 문학연구서, 한국미술총서 등 양서들을 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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