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갈기 같은 능선 오르면 발아래에 금강 [지도 위를 걷다 갈기산·자지산]

바삐 가던 신선도 잠시 멈추고 머무는 곳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갈기산 정상으로 향하던 중 만난 인생샷 조망 터. 삐죽 고개 내민 거북이 머리를 닮은 바위 위에서 굽이굽이 금강 물줄기에 마음을 던져 풍경을 낚고,
바삐 가던 신선도 잠시 멈추고 머무는 곳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갈기산 정상으로 향하던 중 만난 인생샷 조망 터. 삐죽 고개 내민 거북이 머리를 닮은 바위 위에서 굽이굽이 금강 물줄기에 마음을 던져 풍경을 낚고,

바삐 가던 신선도 잠시 멈추고 머무는 곳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갈기산 정상으로 향하던 중 만난 인생샷 조망 터. 삐죽 고개 내민 거북이 머리를 닮은 바위 위에서 굽이굽이 금강 물줄기에 마음을 던져 풍경을 낚고, 강 너머 펼쳐진 천태산~서대산 능선 따라 초록 파노라마를 즐겨본다.

멋진 조망들은 왜 꼭 꽁꽁 숨어 있을까. 양산덜게기('덜게기'는 영동 지역의 옛 사투리로 바위 절벽과 험준한 벼랑을 뜻한다) 따라 갈기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발길 붙잡는 조망 터가 하나 있다.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듯 고운 선을 가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이곳이 사람들이 갈기산을 찾는 단 하나의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 절벽 명품 암릉 포토존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산줄기들이 파노라마처럼 시원스레 펼쳐지고 금강의 휘도는 파란 물줄기가 장관이다. 거친 말갈기를 닮은 바위 암릉 위에는 멋스런 소나무가 곳곳에 서서 자기들도 이 일품 조망을 즐기겠다고 한껏 들떠 있다. 때론 나비처럼 가볍게, 때론 한 마리 준마가 된 듯 힘차게 그 위에서 거닐며 신선놀음을 즐기다 보면 짧은 산행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곤 한다. 충북 영동의 갈기산~월영봉이다.

한편 바로 옆 강 건너에 또 이목을 끄는 산행 코스가 하나 있다. 충남 금산의 자지산~부엉산~출렁다리다. 바위 산성길로 이뤄진 걷기 좋은 숲길이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아찔한 출렁다리에서 온몸으로 강바람과 금강의 기운을 맞이할 수 있다.

갈기산 정상 인근의 소문난 조망 터.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는 듯한 소나무 한 그루와 거북이가 머리를 쭉 빼고 있는 듯한 바위 벼랑,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양산덜게기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서 있는 것 하나만으로 인생샷 하나는 꼭 건지게 된다.

갈기산 산행은 바깥모리 갈기산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인근 양산면 호탄리에 모리삼거리가 있는데, 그 안쪽 학산면 지내리를 모리마을이라 부른다. 바깥모리는 금강 물줄기와 인접한 큰길 바깥쪽 68번국도변에 위치한 부근을 지칭하며, 금강 변에 수풀과 갈대,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마치 동물의 털毛과 같다 하여 '모리'라 불려왔다고 한다.

들머리는 꽤 넓은 주차장 터에 화장실도 갖춰져 있고, 낮에는 옥수수 등 먹거리 판매하는 트럭이 와 있다. 주차장 오른쪽으로 등산로 안내판과 해충기피제 분사기가 비치된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제법 잘 다져져 보인다. 조금 오르다보면 바위 암릉으로 올라가는 길과 옆길이 보이는데 어느 곳으로 가든 길은 만난다. 오르다가 암릉 바위 위로 펼쳐진 서대산, 천태산, 마니산 북쪽 방면 조망이 이어지고, 금강 물줄기가 곡선을 그리며 휘돌아가는 비경이 펼쳐진다.

바닥 위로 솟아 오른 뿌리 하늘로 솟구칠 듯한 소나무의 역동적인 모습에 눈길을 주다보면 어느새 평평한 터가 나오며 헬기장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길 등로는 제법 반질반질해 사람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듯하다.

곧 제대로 터져버린 첫 번째 뷰포인트다. 천태산 뒤로 서대산이 우람하게 서 있고, 대성산, 마니산, 동쪽으로 봉긋 솟은 산은 비봉산이다. 하늘의 굵은 솜털 뭉치 같은 구름이 금강에 풍덩 빠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땀을 식히며 머무르다 보니 한량들이 따로 없다. 벌써부터 이래서 산행이 되겠나 싶다. 벼랑 끝부분에 서서 각자 사진도 남겨본다. 가슴이 뻥 뚫리다 못해 폭포수가 된 듯 시원하다.

갈기산 정상에서 능선 바위 따라 하산하며 거의 직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서 있다. 곳곳에 발 디딜 곳이 있어 줄 잡고 천천히 내려가면 위험하지는 않다.

잠시 또 오르면 육각정자 지붕이 보인다. 먼저 온 등산객 두 명이 쉬고 있다. 수도권에서 오직 갈기산을 산행하러 먼 길을 왔단다. 이곳 또한 조망 맛집이다. 남서쪽으로는 제법 조망이 열려 있고 북쪽으로도 나무 사이로 조망이 가능하다. 월영봉 뒤로 대둔산과 진악산이 조망되며, 성주산 뒤로 민주지산에서 덕유산으로 이어져 바다처럼 펼쳐지는 조망까지. 이곳에 정자를 왜 세워뒀는지 이해가 된다. 잠시 배낭 내려놓고 머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정자 아래로 길을 돌아 오르면 어지럽게 쌓인 돌무더기 길을 지나고 드디어 포토존이다. 갈기산의 명물 소나무와 천 길 낭떠러지 바위 조망 터다. 사람들마다 아슬아슬 바위 끝에 서서 인생샷 남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멋지다. 일부러 소나무를 이곳에 심어놓고 가꾼 것 같다. 이 순간이 사라질까 사진으로 바삐 담아 본다. 벼랑 끝으로 툭 튀어나온 바위가 거북이 머리처럼 보인다. 나는 바위 끝에 서서 버틸 자신이 없어서 엉거주춤 올라서서 그대로 바위에 걸터앉았다.

바로 위의 높이 솟아 있는 또 다른 바위를 돌아 오르면 동쪽의 솟아오른 비봉산과 금강이 또 한 번 시선을 붙잡는다. 아쉽지만 가야 할 길이 많아 산길을 이어간다. 토막 난 바위 위에 아슬아슬 올려져 있는 둥그스름한 바위는 얹힌바위다. 툭 치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데 꽤 견고한 자세다. 춤을 추듯 땅에서 세 갈래로 뻗은 소나무까지, 이게 바로 한국의 산 능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초록 나뭇잎 가득한 나무 아래를 걸어 오르면 나무 계단이 나타나고 갈기산 바위 정상으로 오르는 바위 암릉 밧줄이다. 갈기산 정상은 바위 암릉으로 사방이 뻥 뚫린 조망 터 중의 조망 터다. 그늘이 없어 뜨거운 날은 오래 머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가야 할 갈기능선이 한눈에 펼쳐 보이고, 호탄교 옆으로 비봉산 산자락이며 황악산 눌의산 백두대간 능선, 천태산과 대성산, 충남 제일 서대산까지 방향만 돌리면 정신없는 산그리메 파노라마 천국이다.

밧줄 잡고 오른 바위산인 갈기산 정상. 함께한 일행들의 모습 담아본다.

갈기산에서 내려서는 등로는 올라왔던 곳으로 내려가 나무데크 계단으로 진행하는 곳과 바위 능선 타고 진행하는 두 곳이다. 바위 능선 타고 진행해 본다. 갈기산 수직 벽에 밧줄이 매달려 있어 내려서고, 안부에 이르니 등산로 폐쇄 안내판이 보인다. 위에는 안내판이 없어서 몰랐다. 이러므로 우회로를 따라 나무 계단으로 안전하게 산행하길 권한다.

나리꽃과 까치수염꽃이 보이며 갈기능선에 닿는다. 바위 암릉과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 능선 위에 이렇게 커다란 소나무가 있을 수 있나. 꼭 누군가 가져다 합성해 놓은 거 같기도 한 어울리지 않은 크기의 소나무의 위풍에 압도당하며 입이 떡 벌어지기도 하고, 아슬아슬 얇은 줄기 하나 길게 벼랑 끝으로 내민 소나무에 측은한 마음이 일기도 한다. 허리를 한껏 휘어 땅을 붙들며 서 있는 소나무 곁도 지난다.

갈기능선을 지나 걷다보면 차갑고개(455m)에 이른다. 여기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멈춘다. 어느 부채보다도 시원한 자연 바람 길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기서 바로 갈기산주차장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월영봉 방향으로 오른다. 제법 바위 돌멩이가 많은 길을 오르자 성인봉(정상석상 높이 624m, 실제 약 545m) 정상이다. 정상석에는 한자로 聖人峰, 그 옆으로 작은 글씨 '성인산'이 쓰여 있다. 그나마 가운데 인자는 누군가 날카로운 뭔가로 긁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지워진 글자를 보면 '인'자가 아닌 다른 이름이었던 것도 같다.

갈기능선 위로 소나무가 꿈틀대고 아슬아슬 바위 절벽 따라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이어지는 산길은 봄의 숲속 같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연초록 잎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가는사초가 길옆에 화초처럼 줄지어 흔들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일행들과 함께 잠시 정지하고 초록의 숲에 갇혀 본다.

바위를 기어오르면 자사봉(457m). 차갑고개부터 백하지맥길이다. 산행 들머리였던 바깥모리 갈기산주차장이 백하지맥 날머리다. 눈길을 끄는 소나무 곁에 암릉이 있어 올라보니 삼각점만 휑하니 있는 월영봉이다. 둘러싼 울창한 나무로 조망도 없다. 공터가 있는 안자봉 방향으로 내려서니 잠시 조망이 열린다. 안자봉에는 표식은 없고 나무에 매달린 산행리본에 '안자봉(484m)'이라고 적혀 있다.

편안한 길 따라 내려서면 평지가 나오고, 곧 차갑고개에서 소골로 하산하는 길과 만난다. 원추천인국이 화사하게 피어오른 길 따라 출발 지점이었던 바깥모리 갈기산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강 길을 굽어보며 산 능선 파노라마를 즐기고, 멋진 소나무와 암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능선에, 편안한 가는사초 그늘진 산길까지 이만한 한나절 산행코스가 없다.

말갈기능선 위를 수문장처럼 지키며 서 있는 두 그루처럼 보이는 예쁜 소나무 한 그루.

산행은 주차가 편리한 바깥모리 갈기산주차장에서 시작하면 좋다.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다. 갈기산주차장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안내판과 함께 보인다. 오름이 가파르지 않아서 편하게 오를 수 있고, 조망 포인트가 있어 쉬어가며 땀을 식힐 수 있다. 헬기장 공터를 지나 조금 오르면 간식도 먹을 수 있고 조망도 좋은 정자가 나온다.

정상 방향으로 오르다보면 소나무와 바위 암릉 절벽 위 포토 존에서 또 한 번 조망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다. 갈기산 정상도 조망이 좋아 둘러보기 좋고, 갈기능선에서는 소나무와 바위길 능선 따라 스릴과 조망을 함께 즐기며 천천히 걸으면 된다. 곳곳에 안전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바람이 시원하게 오가는 차갑고개 갈림길 삼거리를 지나며 성인봉을 지나 비들목재, 월영봉을 잠시 다녀와 안자봉에서 갈기산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하면 한나절 원점산행으로 그만이다.

들날머리인 갈기산주차장 (바깥모리주차장이라고도 한다. 주소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3-1)이 꽤 넓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이용 시 금산IC로 나와 68번국도 따라 금방 도착이다.

대중교통은 인근 영동역을 이용하거나 금산시외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 되지만 오고가는 데 시간소요가 커서 추천하기 어렵다. 금산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250번 버스 타고 가선리 정류장에 하차 후 127, 128번 버스로 환승 후 갈기산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되는데 1시간가량 소요된다.

영동역에서는 128번, 127번 버스를 이용하거나 700번 버스를 타고 128번 버스로 환승 후 이동하면 되는데 이 또한 1시간30분~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랑의 열매 등 나눔에 참여하는 충북 영동군 착한가게 200호점인 닭오리 전문점 갈기산농원식당(744-7600)이 있다. 가게 앞터가 넓어 주차 걱정을 할 필요 없다. 메뉴로는 토종한방백숙, 닭볶음탕 5만5,000원, 옻닭 6만 원, 닭갈비 5만 원, 오리한방백숙, 오리주물럭 6만 원, 옻오리백숙 6만5,000원, 생삼겹살(200g) 1만3,000원 외 청국장, 김치찌개, 된장찌개 각 9,000원. 오래 기다리기 싫다면 오리주물럭을 시켜 불판에 익혀 먹는 것이 좋다. 국내산 재료로 직접 담근 김치와 밑반찬 맛이 정갈하고 좋다.

부엉산에서 월영산으로 이어진 노란 출렁다리. 금강 위 45m 높이에 설치되었고 총길이는 275m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덜 흔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리 위에 섰을 때 꽤 안정감 있는 느낌이었다.

산행은 원골유원지가 자리한 기러기공원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근에 청풍명월 식당이 있다. 주차장에 화장실이 자리하고 운동기구며, 주차장 한쪽에 물 사용이 가능한 수도도 있다. 산 아래로 데크길이 놓인 원골인공폭포는 이른 아침이라 아직 작동 전이다.

난들 천내2리 금강 물길 잠수교를 건너 충남 금산군에서 세워둔 이정표를 따라 자지산 입구 방향으로 걷다보면 이롬금산연수원 앞을 지나고, 웨일즈마을 옆도 지난다. 절개지 산을 지나 난들교가 보이면 옆으로 자지산 들머리 입구가 보인다.

그러면 정상 도착이다(?). 이상하게도 커다란 정상석이 여기에 있다. 자지산성紫芝山城 467m. 정상에 올리려다 너무 커서 못 올리고 입구에 세워둔 것일까? 옆으로 풀이 무성한 옛길도 보인다.

이정표 따라 잘 만들어진 산길을 오른다. 등산로는 대체적으로 편안하며 이정표도 종종 있다. 성인 두 세 사람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폭이 꽤 넓은 임도길이 이어지며 자지산 방향 이정표 따라 모래 비탈 오르막을 올라간다. 만든 지 오래되지 않은 나무 계단 길이 나온다. 돌아보면 인근의 구름이 오가는 천앙봉이 꽤 높이 자리한다. 인근 제원면 대산리 마을 넓은 들판 조망도 좋다.

부엉산과 월영산을 잇는 출렁다리 위를 일행과 함께 걸어 지나고 있다. 가운데로 내려다 보면 제법 아찔한 게 다리가 후들거린다.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사진도 찍고 이야기하며 혼을 빼놓고 걸어야 한다.

계단을 오르다 옆 바위절벽에 뭉쳐 자라고 있는 부처손(바위손)을 만난다. 흙이 거의 없고 햇볕이 내리쬐는 척박한 바위절벽이나 암릉 틈에 뿌리를 내리고 무리지어 자란다. 잎이 오그라들었을 때 모양이 마치 부처님의 손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었다. 죽어 있는 듯 보이지만 비가 오거나 물에 닿으면 다시 새파랗게 활짝 피어난다.

계단을 지나 오르니 주위에 바위가 많고 돌계단을 만난다. 자지산성이다. 이 많은 돌이 모두 어디에서 나왔을까 싶다. 자지산성은 둘레 약 400~500m 내외의 소규모 보루 형태의 산성으로 산봉우리를 둥글게 감싸 안은 테뫼식(머리띠식) 석성이며,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곳으로 낭떠러지라는 지형적 이점을 살려 적은 수의 의병과 주민들만으로 왜군을 대적할 수 있었던 알짜배기 요새였다. 의병장 조헌 선생이 주민들을 이끌고 왜군에 맞섰던 격전지라 조헌 선생의 호를 따서 이 산을 '중봉산'이라고도 불렀다. 산성 주변의 돌들은 금강에서부터 산 정상까지 의병과 주민들이 직접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무기가 부족했기에 돌팔매질을 하려는 심산이었다.

자줏빛 신선초가 자라는 신비로운 산이라는 이름의 자지산. 신선초는 신선들이 먹는다는 영약인 '영지버섯(지초)'을 말한다는데 산을 오르다 보니 정말 앳된 모습의 영지버섯을 만날 수 있었다.

자줏빛 신선초가 자란다고 해서 '자지'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치열한 접경이었다는 자지산성을 마저 지난다. 오르면 꽤 넓은 터가 나오고, 내려섰다 오르면 자지산 정상이다. 잿빛 구름이 끼어 조망이 썩 좋진 않지만 잠시 배낭 내려놓고 쉬어간다. 산 이름이 입에 담기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자를 풀이해 보면 자줏빛 신선초가 자라는 신비로운 산이다. 신선초는 신선들이 먹는다는 영약인 '영지버섯'을 칭한다. 정상 아래 길에서 이제 막 올라오는 영지버섯을 실제로 봤으니 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한편 풍수학적으로는 옆 부엉산 음굴陰의 기운과 자지산의 양陽의 기운이 완벽한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고도 한다.

백제와 신라의 치열한 전투장이자, 임진왜란 때 격전지였던 자지산성. 돌계단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주위는 온통 돌 천지다. 이 돌들은 전쟁용으로 쓰려고 아래 금강변에서부터 사람들 손으로 올려진 것이란다.

천앙봉 방향 조망과 반대편 금강 물줄기를 조망해 보며 쉬었다가 부엉산 방향으로 이동한다. 잠시 내려갔다가 올라선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고, 이 구간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함께인데 참나무 밑동 가지가 5~6갈래로 갈라져 특이한 모습으로 힘 있게 자리한다. 천태산 갈림길을 지나 440봉을 지나며 길에서 또 작은 영지버섯을 마주한다. 역시 산 이름은 그냥 붙는 게 아니다.

난들마을길 갈림 삼거리를 지나 걸어가며 월영봉 성인봉 갈기산 조망을 본다. 바위 암릉길을 올라가면 돌탑봉을 지나 부엉산 정상(423m)이다. 작은 정상석이 반질반질한데 부엉이 모양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옆 바위 위에 오르면 금강 너머로 월영산이며, 도리뱅뱅이 맛집 선희식당이 내려다보인다.

가파른 바위 절벽 틈이나 천연 동굴에 둥지를 틀고 사는 부엉이가 많이 살고 울었던 산이라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부엉산. 부엉이 그림이 귀엽게 그려진 정상석 옆에서 한 컷 담아본다. 아래로는 금강이 유유히 흐른다.

부엉산전망대 쉼터광장에 오니 굳게 닫힌 아이스크림 통이 있다. 사람들은 거의 없고 한산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울창한 나무에 가려진 금강 조망을 해본다. 나무계단을 내려가며 출렁다리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또 다른 조망 터를 만난다. 포토존에 금산錦山 지역의 지명유래와 특산물인 인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부엉산 데크 전망대에서 월영산으로 아슬아슬 이어져 보이는 출렁다리를 담아본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부엉산에서 월영산으로 이어지는 노란 출렁다리다. 허공에 길게 매달려 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출렁다리 위에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2022년 4월 28일에 정식으로 개통되었고, 총길이는 275m에 강 수면으로부터 45m 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다리 위에 서면 아찔한 고도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폭은 1.5m로 성인 두 명이 여유롭게 교행하며 걸을 수 있다. 동시에 1,500명이 한 번에 올라가도 끄떡없도록 튼튼하게 설계되었으며 내진 1등급을 획득했다하니 끊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하절기(3~10월) 9~18시, 동절기(11~2월) 9~17시에 운영, 매주 월요일은 안전점검을 하며 설날과 추석 당일은 휴무. 기상악화 및 이상 발생 시에도 운영이 중단된다.

월영산과 출렁다리, 그리고 구름이 내려앉은 금강 물줄기가 한 폭으로 눈에 담긴다.

부엉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부엉산 입구에서부터 출렁다리의 스릴을 느끼며 달이 그려져 있는 월영산 입구까지 걸어 간다. 이윽고 월영산전망대에 잠시 올라 둘러본 뒤 하산한다. 천변 산책로 길 따라 기러기공원주차장으로 이동하다 보니 더위를 식혀 주려 원골인공폭포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산행하며 만난 비단 금錦자를 쓰는 금산의 산천은 편안했고, 자줏빛 신선초의 전설을 증명하듯 마주친 어린 영지버섯의 생명력에 흐뭇하고 행복한 발걸음이었다.

원골유원지 부근 무료 주차장인 기러기공원에서 출발하면 편하다. 화장실과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있고 자지산과 부엉산 출렁다리를 돌아 내려오면 원점회귀 산행 코스가 된다. 낙안길 잠수교를 건너 난들 들판 소로를 걸어 이롬금산연수원 건물 앞에서 큰길가로 합류한다. 금강변 따라 절개지 산을 지나 걷다보면 제원면 대산리 방향으로 난들교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자지산 등산로 입구가 정상석과 함께 보인다.

중간 임도와 만나고 돌무더기 성터를 지나 한 봉우리 건너 다음 봉우리가 자지산 정상이다. 정상이 조망이 좋으니 잠시 배낭 내려놓고 쉬어가면 좋다. 이어지는 다음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고 천태산 갈림길을 지나 440봉을 지나면 바위 위에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부엉산이다. 이어 전망데크에서 출렁다리 조망을 하고 부엉산~월영봉을 잇는 아찔한 출렁다리를 지나 내려와 천변산책로길로 조금만 가면 기러기공원주차장이다.

기러기공원주차장(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167)은 출렁다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 말고도 인근에 주차장이 몇 곳 더 있으니 주차 걱정은 할 필요 없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이용 시 금산IC로 나와 68번국도 따라 금방 도착.

대중교통 이용 시 금산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232번, 250번 버스를 타면 45~5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택시 이용 시 20분 정도 걸리며 요금 2만 원 내외다. 되도록이면 팀을 이뤄 자차를 이용하거나 산악회 버스를 타면 좋다.

산행 후 더위에 지친 몸에 최고의 보양식으로 인삼향 가득한 깊고 진한 어죽 한 그릇 어떨까. 선희식당(745-9450) 인삼어죽(2인 이상) 1만 원, 빠가사리매운탕 (중)5만 원, (대)6만 원, 빙어튀김 1만2,000원, 도리뱅뱅 1만5,000원, 민물새우튀김 1만3,000원. 모든 식재료 원산지는 국내산으로 전 메뉴 포장 가능. 금산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주차는 가게 앞 공터 가능. 영업시간 10~19시(라스트 오더 1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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